“우리가 코미디 한다고 밥상에 영향을 주지 않거든요. 근데 정치인이 코미디 하면 밥상에 영향이 생겨요.”(남희석)

“하나의 투표가 만개의 댓글보다 강하다고 생각합니다.”(김태호 MBC PD)


연예인이 나와서 “투표하세요”만 외치는 천편일률적인 내용이 아닌 색다른 투표독려 영상이 주목 받았다. 연예매체 YTNStar가 제작한 ‘613 투표하고 웃자’ 시리즈다. 이 영상은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한다. 강호동, 김구라, 김국진, 김준현, 김태호PD, 남희석, 박경림, 박나래, 박수홍, 박휘순, 신동엽, 양세형, 유세윤, 유재석, 이수근, 이휘재, 임하룡, 장도연, 정준하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 예능인이 총출동했다.

▲ YTNStar가 제작한 ‘613 투표하고 웃자’  영상 갈무리.
▲ YTNStar가 제작한 ‘613 투표하고 웃자’ 영상 갈무리.

장서윤 스포츠한국 차장과 함께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김겨울 YTNStar 팀장은 지난 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지방선거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떨어져 투표율이 낮다며 도와주면 좋겠다고 요청해 기획했다”고 말했다. 왜 예능인일까. “지방선거는 일상의 정치이지 않나. 국민을 직접 만나는 JTBC예능 ‘한끼줍쇼’처럼 예능인이 가장 친근하다고 생각했다.” 김겨울 팀장이 덧붙였다.

‘613 투표하고 웃자’는 2016년 대선 때 화제를 모았던 ‘0509 장미 프로젝트’의 후속편이다. 고소영, 노희경 작가, 류준열, 이병헌, 이준익 감독, 정우성 등 총 30여명의 배우와 작가, 감독이 참여한 이 프로젝트 영상은 조회수 500만회를 기록했다. 김겨울 팀장은 “당시 탄핵이라는 사회적 이슈 속에 치러진 대선이었고 대선 당일 연휴가 껴 있었다. 그래서 연예 관계자들이 모여 환기를 하자는 생각이 들어 스포츠한국 장서윤 차장과 함께 기획해 영상을 만들었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투표독려 영상은 TV와 전광판, 영화관용 광고는 15~30초로 편집했고 유튜브, 페이스북 등 온라인에는 풀 버전으로 나온다. 영상은 ‘당선됐습니다’와 ‘웃기지마세요’편으로 나뉜다. 두 영상 다 단순히 투표를 직접 독려하지 않고 상황극으로 출연자들을 고민하게 만든 점이 특징이다.

“대통령이 뭐하는지는 누구나 잘 아는데 도지사, 교육감, 구의원이 뭐하는지 사실 잘 모른다. 그래서 지역에서 하는 일을 설명하고자 했다.” ‘당선됐습니다’ 영상에 출연한 연예인들은 ‘당선자’가 된다. 경남도지사로 당선된 강호동씨에게 어떤 정책을 할지 묻는 상황극이 나온다. 기뻐하는 예능인에게 미세먼지, 보육, 출산, 일자리 등의 정책을 요구하자 당황하는 내용으로 이어지면서 지방선거 후보들이 중요하다는 걸 드러낸다.

▲ 유재석, 박경림과 스태프들. 유재석씨 왼쪽이 김겨울 팀장.
▲ 유재석, 박경림과 스태프들. 유재석씨 왼쪽이 김겨울 팀장.

‘웃기지 마세요’ 영상은 예능인들에게 “웃기면 안 된다”는 지령과 함께 시작한다. 이어 ‘웃길 수 없었던 순간’을 떠올리는 질문을 던지며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눈다.

“이 영상은 메타포가 있다. ‘우리가 웃기는 건 영향을 안 주지만 정치인이 웃기면 밥상에 영상을 준다’는 남희석씨 말은 지난 10년 동안 개그맨이 풍자한다고 정치권으로부터 고소당했던 시절을 얘기하는 것 같았다. 김태호 PD는 ‘때로는 모두가 공분한 일도 있었고, 모두가 슬퍼하는 일도 있었기에 웃기지 못했다’고 했다. 정치가 역할을 못 해 국정농단, 세월호 참사 등에서 예능인들은 웃길 수 없는 때가 있지 않았나. 예능인들에게 사회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었다. 방송사 파업 때마다 방송 못한 이들도 예능인들이다.”

섭외는 어렵지 않았을까. 김겨울 팀장은 “다들 적극적이었다. 섭외 요청한 분들 대부분이 기꺼이 출연료를 받지 않는데도 응해주셨다”고 답했다. 유재석은 가장 먼저 촬영장으로 달려왔고, 김구라는 해외에서 연락받고도 참여의사를 밝혔다. 박경림은 3일 동안 메인 MC를 기꺼이 맡았다. 그는 “연예계라고 하면 ‘딴따라’라고들 이야기하는데.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사회를 고민한다”고 덧붙였다. “웃기는 건 방송하는 사람들 몫으로 남겨두는 사회”(신동엽) “사회가 건강해야 예능도 건강해진다”(이휘재)는 말에는 뼈가 있다.

김겨울 팀장은 기자들이 기사쓰는 것 외에 할 일이 있다고 했다. “이번 기획에서 타사 기자 동료가 섭외에 많은 도움을 줬다. 연예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로 연예인들과 네트워크도 도움이 됐다. 기자들에게는 취재 영역을 중심으로 네트워크가 있다. 이를 활용해 사회의 긍정적 변화를 추구하는 시도가 이어졌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