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최초 정규 토론 프로그램이었던 KBS ‘심야토론’이 2년 만에 ‘엄경철의 심야토론’으로 돌아왔다.

과거 경영진 시절 KBS 심야토론은 회사의 지속적 개입과 편파 논란으로 얼룩졌다. 지난 2008년 진행자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하차는 ‘KBS 블랙리스트’로 인한 외압 의혹을 받았다. 이후 심야토론은 보수 진영에 치우친 패널 선정과 편파 진행으로 비판 받았다.

지난 2014년 심야토론 CP(책임프로듀서)는 사내 게시판에 길환영 당시 KBS 사장으로부터 토론 주제나 출연자에 관한 지시가 내려왔다고 폭로했다. 심야토론은 2016년 ‘일요토론’으로 대체, 사실상 폐지됐다.

심야토론 새 진행을 맡은 엄경철 KBS 통합뉴스룸 취재주간은 지난 2012년 언론사 공동 파업과 2017년 언론노조 KBS본부 파업 때 파업뉴스 취재팀을 지휘했다. 파업기간 ‘KBS 뉴스9’이 다루지 않았던 ‘MB 총리실 민간인 사찰’,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공작 실명 폭로’ 등 특종이 이때 쏟아졌다. 그는 이미 KBS ‘뉴스타임’ 앵커로 진행 능력을 인정받았다.

엄 주간은 미디어오늘에 “프로그램명에 이름이 붙어 책임이 무겁다”면서도 “제작진이 진행자 색깔이 묻어나는 개성 있는 토론을 만들어보자고 했다. 책임감과 도전 의식이 생긴다”고 밝혔다. 그는 “짜증이 아닌 고민을 던져주는 토론, 시청자에게 영감 주는 진행을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엄경철의 시사토론’은 오는 16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10시30분 생방송으로 진행된다.

▲ 오는 16일 첫방송될 KBS '엄경철의 심야토론' 진행자인 엄경철 KBS 통합뉴스룸 취재주간.
▲ KBS '엄경철의 심야토론' 진행자인 엄경철 KBS 통합뉴스룸 취재주간.

-심야토론 부활 의미는.

“기존 ‘심야토론’은 당시 사측 간부들이 개입해 제작진과 마찰을 빚던 중 사라졌다. 심야토론이 없어진 과정은 건강한 토론 문화가 사라지고 민주주의가 후퇴했던 상황을 반증한다. 심야토론 복원은 그 반대를 의미한다. 토론이 가능한 사회가 건강하다. 그래야 합리적 여론이 형성되고 민주주의가 작동한다.”

-앞으로 어떻게 독립성을 유지할 건가.

“제작본부장이 자유로운 제작을 보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나 역시 사장 등 윗선 개입을 단호하게 막을 것이다. PD부터 작가까지 모든 제작진이 함께 토론하면서 제작해나갈 것이다. 상식적으로 만들면 된다. 너무 당연한 얘기다.”

-정통 토론 프로그램이 왜 필요한가.

“뉴스는 사실로 진실을 탐색하는 일이다. 토론은 옳고 그름을 떠나 각기 다른 세계관과 가치관을 가진 이들에게 공론의 장을 마련하는 과정이다. 주장, 입장, 의견이 경합하는 장이 있어야 한다.”

-타사 토론 프로그램과 차별점은.

“JTBC ‘썰전’, 채널A ‘외부자들’ 등은 예능 장치와 유머를 넣은 ‘퓨전’ 녹화 토론이다. 우리는 생방송 토론을 시청자에게 여과 없이 전할 것이다. 마이너한 주제도 다룰 수 있다. 가령 세대, 성별 갈등 같은 다양한 주제로 젊은 시청자에게 다가가는 토론을 지향한다. 중장년 남성들의 정치 토론 같은 ‘스테레오 타입’을 깼으면 한다.”

-포맷 변화가 있나.

“출연자들이 테이블에 근엄하게 앉은 채 시작했던 과거 토론과 달리 토론자들이 본인 주장을 밝히며 스튜디오에 입장하는 등 동적 이미지를 주려 한다. 또 토론 마지막에 상대방 주장 중 공감할 점을 짚어 달라 할 것이다. 대립만 하다 끝나는 게 아니라 서로 자극과 고민을 주고 공감을 나누자는 취지다.”

-진행하면서 중점을 둘 부분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불편부당하고 공정하게 진행하되 시청자 고민을 이끌어내고 싶다. 짜증이 아닌 고민을 던져주고 한순간이라도 영감을 주는 토론, 귀를 열어주는 토론이 됐으면 한다.”

▲ KBS '엄경철의 심야토론' 홍보 이미지. 사진=KBS
▲ KBS '엄경철의 심야토론'은 오는 16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10시30분 생방송된다.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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