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KBS에서 벌어진 방송 공정성·독립성 침해 사례 등을 조사할 ‘진실과 미래추진단’(이하 추진단)이 구성됐다. KBS는 지난 7일 복진선 단장과 윤성도 부단장, 조사역 등 인사 발령을 공고했다.

정필모 KBS 부사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진실과 미래위원회’(이하 진미위)가 의결 기구라면, 추진단은 의결사항을 조사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실무 조직이다. 다음주 진미위 구성이 끝나고 활동이 시작되면 추진단도 정식 업무에 들어간다.

이른바 ‘KBS 정상화’를 위한 기구는 양승동 KBS 사장이 취임 전 시민자문단 앞에서 밝힌 공약이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도 신임 사장에 대한 10대 요구사항 가운데 첫 번째로 KBS 재건기구 가동을 요구했다.

반면 보직 없는 1직급 간부들로 구성된 KBS공영노동조합(제3노조)과 구 여권 KBS 이사들은 진미위가 보수정권 시절 인사들을 보복하는 기구라고 주장하며 반발해왔고 자유한국당도 이에 동조했다. KBS 이사회는 반대 의견을 고려해 세 차례에 걸친 이사회에서 진미위 운영 규정을 검토하고 의결했다.

복진선 추진단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KBS가 지난날의 잘못과 진상을 규명하고 제도를 고쳐나가며 ‘국민의 자산’으로서 정화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KBS가 민주주의에 기여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위원회와 추진단이 필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 복진선 KBS 진실과미래추진단장.
▲ 복진선 KBS 진실과미래추진단장.

-추진단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나.

“위원회가 의결한 사안의 진실을 규명하고 필요한 경우 명예회복이나 인사조치 등 실무를 맡는다. 세세하게는 과거 문제 당사자나 피해자로부터 신청을 받거나 자체 판단에 따라 조사 필요성을 갖춘 사안들을 선별해 위원회에 보고한다. 이후 위원회 의결 사안을 기초 조사한다. 위원회가 정식 출범하면 구체적 조사 신청 절차가 만들어질 것이다.”

-어떤 사례들을 조사하나.

“저널리즘 원칙이 훼손된 사례, 정권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뉴스나 프로그램, 부당 징계 및 부당 인사 등이 포함된다. 시급성이나 조사 현실성을 따져보면 지금 시점으로부터 가까운 일일수록 시급하게 해결할 사안이라고 본다. 물론 조사 안건은 위원회가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 추진단 차원에서 규정할 수 없다.”

-진미위에는 노동자 대표가 참여하지 않는다. 직원들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다는 우려는 없나.

“KBS에는 여러 노조가 있는데 크게 보면 기업별 노조(KBS노동조합)와 산별 노조(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있다. 입장이 첨예하게 다른 두 노조를 모두 포함할 수는 없다. 노사 문제 자체가 진미위 조사 범위이기도 하다. 양대 노조에 모두 이른바 기피나 제척 사유가 있어서 외부 위원들을 위촉해 독립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구성했다.”

-제3노조(공영노동조합) 등은 ‘불법 보복위원회’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우선 불법이 아니다.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면 불법이라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출범 전에 법률 검토를 여러 번 거쳤다. 문제가 될 일을 하지 않았다면 (제3노조가 말하는) ‘보복’이 일어날 이유도 없을 것이다. 진미위는 상식을 되돌리자는 차원에서 출범했다.”

-기존 감사실을 두고 별도 감사 조직을 만든다는 지적도 있었다.

“감사는 기본적으로 부정·비위 행위를 감찰한다. 우리는 조사를 하는 것이다. 과거 (보도·제작) 공정성이나 독립성 침해 사례들, 부당한 인사 전횡 문제 등과 관련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는 것이지 개인 비위를 살펴보는 감사와는 목적 자체가 다르다.”

-조사 강제력이 없다. 극복할 방안이 있나.

“최선을 다해 조사에 임하면서 어두운 역사의 진실 규명이 필요하다고 설득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사안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자료도 많이 보고, 많은 이들로부터 이야기를 듣다보면 실체적 진실에 다가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