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유세차량이 시민과 소통을 위한 도구라기보다 되려 시민이 눈살을 찌푸리는 물건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주민과 스킨십을 위해 일찌감치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도는 후보도 있지만 여전히 유세차량은 후보 입장에선 돈만 있으면 굴려야 하는 ‘매력적인’ 선거운동 수단이다. 한번이라도 자신의 이름과 기호를 알려야 하는데 온 동네를 돌며 무작위 대중에게 각인시키는데 유세 차량만한 게 없다.

하지만 선거유세 차량은 소음 피해에 그치지 않고 교통체증과 교통사고까지 유발시키는 골치덩이가 됐다.

“지독히도 말을 안 듣는다. 여기 차량을 대고 유세를 하면 불법이고 사고 위험이 있다고 해도 자리 경쟁만 한다.” 인천 부평에서 택시운전을 하는 김아무개씨는 선거 때만 되면 몸살을 앓는 교통 체증 때문에 짜증이 난다고 토로했다. 인천 부평시장 로터리와 부평시장역 5거리에 있는 노란사선의 안전지대에 선거 유세차량과 운동원이 아슬아슬하게 선거운동하는 모습을 두고 한 말이다.

안전지대에 차량을 주차하면 도로교통법상 엄연한 불법이다. 안전지대는 교통사고 발생시 후속 사고 예방을 위한 공간으로 남겨두는 곳이다. 안전지대 사방 10미터 이내엔 주정차가 금지돼 있다. 도로교통법 13조 5항에는 “차마의 운전자는 안전지대 등 안전표지에 의하여 진입이 금지된 장소에 들어가서는 아니된다”고 규정돼 있다. 위반시 범칙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안전지대는 선거 유세차량의 ‘명당’ 자리가 됐다. 지나가는 차량에 탄 주민이 볼 수 있기에 어떻게든 유세차량으로 선점해 선거운동을 벌이고 보자는 식이다.

인천 부평 5동 주민 조아무개씨는 “유세차는 그렇다 쳐도 선거운동원이 도로 위에서 저렇게 선거운동하다 사고나면 어떻게 하려고 저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노란 사선 위 안전지대에서 선거차량을 대고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
▲ 노란 사선 위 안전지대에서 선거차량을 대고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
▲ 안전지대 위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
▲ 안전지대 위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

선거 유세차를 강력 단속해야 한다는 주민 목소리도 크다. 미래의 지방자치단체장이 될 후보가 불법을 저지른다는 비난부터 공무원이 눈치보고 유세차 주차 단속을 일부러 하지 않는다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실제 자치단체는 선거유세 차량 단속의 ‘고충’을 전했다. 부평구 주차단속과 관계자는 “선거등록차량이다 보니 과감히 단속하는데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계도 위주로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선거철만 되면 안전지대에 유세차가 불법 주차돼 있는 경우가 많아 선관위에 협조 공문도 보냈다”고 했다. 선거 유세차는 선관위에 등록하는데 이때 불법주차를 경고해 달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바뀌지 않고 있다.

주민은 유세차 때문에 피해가 크다며 단속 강화를 주장하지만 현직 단체장 후보까지 포함돼 있고, 범칙금 부과에 반발하기에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관계자는 “12명이 6개 조별로 격일제로 나가 단속하는 실정이어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신고가 들어오면 바로 나가서 계도하고 이동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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