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본부장 윤창현)가 지난 7일 자사 조합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노보에 실었다. 드라마 촬영 감독, 조연출과 음악 프로그램 카메라 감독, 뉴스 편집을 담당하는 영상편집팀 직원과 뉴스 PD, 정치부 기자 등 6명의 목소리를 담았다.

그동안 방송사는 노동시간 제한을 받지 않는 특례업종이었지만 내달부터 노동시간이 주 68시간 이내로 제한된다. 내년 7월부터는 주 52시간을 준수해야 한다. 윤창현 본부장은 “52시간 노동시간 단축 제도의 원칙적 적용은 노조의 원칙”이라며 “사측은 노동시간 단축에 기반한, 근본 혁신 내용을 담은 지속가능한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사람 잡는 살인 노동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 현행 제작 시스템을 뿌리부터 바꾸지 않고서는 이런 극악한 노동 환경을 개선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며 “SBS 방송 노동자들에게 직접 장시간·고강도 노동 실태를 들었다”고 밝혔다. 아래는 언론노조 SBS 본부 조합원 6명이 증언한 노동 환경 실태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본부장 윤창현)가 열악한 노동 환경에 처한 자사 조합원들의 증언을 지난 7일 노보에 게재했다. 일러스트=전국언론노조 SBS본부 노보
▲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본부장 윤창현)가 열악한 노동 환경에 처한 자사 조합원들의 증언을 지난 7일 노보에 게재했다. 일러스트=전국언론노조 SBS본부 노보
*영상제작2팀 조합원 ㄱ씨(촬영감독)

-드라마 촬영 시작하면 근무 형태가 어떻게 되나?

“아침 6시 반에서 7시쯤 모여서 빨리 끝난다고 하면 밤 11시에서 12시, 평균 새벽 1~2시쯤 끝난다. 조금 늦게 끝나는 게 새벽 3~4시인데 문제는 그때다. 4시에 끝나면 장비 정리하고 찜질방이나 사우나 그런 데서 한두 시간 취침하고 7시에 또 모이는 거다. 7시에 모이면 또 같은 스케줄을 진행한다. 많게는 하루에 20시간 넘게 일하는 거다.”

-모든 드라마가 그런 스케줄로 진행되나?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10개 중 6~7개는 그렇게 된다. 이런 스케줄을 3~4일 정도 하면 스태프들이 너무 힘드니까 집합 시간을 조금 늦춰서 오후 1시쯤 모인다. 이때 집에 가서 빨래도 하고 옷도 갈아입고 오는 거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쉬는데 편집도 하고 후반 작업도 해야 하니까, 그러면 그 전날엔 해 뜰 때까지 촬영하는 경우가 많다. 다음날 촬영 안 하니까. 촬영 끝나고 집에 가면 기절하듯 자고 오후에 잠깐 일어나서 밥 먹고 또 자고…. 그 다음날 다시 7시에 집합이다.”

-드라마 하는 기간 중에 이런 스케줄로 가는 게 얼마나 되나?

“전체 3~5개월 중에 7~80%는 이렇게 한다. 그렇게 몰아쳐서 촬영하면 끝나고 대휴를 몰아서 한 달 정도 쉰다. 그 사이엔 쉬는 날이 없으니까. 그런데 퇴직자가 점점 늘고 신규 인력은 그만큼 충원되지 않으니까 쉬는 기간이 점점 줄고 있다. 최근에는 사흘 쉬고 다음 드라마하는 감독, 일주일 쉬고 투입되는 감독 사례도 나왔다.”

-SBS 드라마 ‘시크릿 마더’ 스태프의 살인적인 스케줄이 논란이 됐다. 그게 특이한 게 아니었나?

“우리 스케줄도 비슷하다. 외주 인력도 마찬가지고.”

-왜 그렇게 노동시간이 길어지나?

“각 촬영 신마다 난이도가 다르다. 출연 인원이 많고 복잡한 신에서는 촬영이 계속 이어진다. 대본이 늦게 나오면 그 장면에 필요한 섭외와 연출을 준비하는 데 또 시간 걸리고. 연출이 좋은 드라마 만들려고 마음에 들 때까지 하는 것도 있고. 촬영장에는 묘한 나비 효과가 있다. 뭐가 잠깐 지체돼 한 신이 10분 늦어진다고 치면 평균 20~25신 촬영을 합치면 250분 늦어질 수 있다. 4시간이다. 그런 거 생각하면 자리를 비우기 어렵다.”

-그렇게 일하다 보면 몸이 견딜 수 있나?

“우리 팀은 다 환자다. 정상이 없다. 목디스크, 허리디스크, 어깨 때문에 오는 신경 장애 같은 게 흔하다. 불규칙한 생활에 식사 제때 못해 생기는 위장 장애는 얘기할 것도 못 되고. 스트레스성 질환도 많다. 젊을 때야 어떻게든 해왔는데 이제 평균 연령이 거의 50이다.”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1번은 인력 충원이다. 최소한 나간 인원만큼은 채워줘야 한다. 거기에 그냥 인력 충원만이 아니라 대우를 해줘야 한다. 안 그러면 나가는 걸 막을 수 없다. 같이 일하는 외주 감독들이 한 프로그램 할 때마다 가져가는 돈이 엄청난데 이대로는 흔들리지 않기 어렵다. 소수정예 부대원들을 적지에서, 오지에서 다 죽게 놔둘 거냐. 영화 보면 그런 상황에서 구조인원 안 보내고 헬기 안 보내고 버리면 살아 돌아와 복수한다. 우리의 복수는 뭘까, 안녕히 계세요 나가는 거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본부장 윤창현)가 열악한 노동 환경에 처한 자사 조합원들의 증언을 지난 7일 노보에 게재했다. 일러스트=전국언론노조 SBS본부 노보
▲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본부장 윤창현)가 열악한 노동 환경에 처한 자사 조합원들의 증언을 지난 7일 노보에 게재했다. 일러스트=전국언론노조 SBS본부 노보
* 드라마본부 조합원 ㄴ씨(조연출)

-드라마 시작하면 어떻게 근무하나?

“24시간 스탠바이로 보면 된다. 드라마에서 조연출이 담당하는 포지션이 특수하다고 저는 생각한다. 연기자, 작가, 미술, 조명, 카메라 등 모든 걸 조연출이 감당하는 거라 각 팀이 돌아가고 있으면 조연출은 쉴 수 없다. 출근해서 사무실에 있든 퇴근해서 집에 있든 항상 핸드폰으로 업무를 보고 있는 상태다. 언제 어느 팀이든 전화해 (문제를 알려오면) 그걸 해결해야 한다.”

-출퇴근이 명확할 수 없는 것 같은데 시간외 근무 신청은 어떻게 하나?

“아침 7시~7시30분쯤 촬영에 들어가고 보통 새벽 2시, 바쁠 때는 새벽 3~4시로 촬영 종료시간을 잡긴 한다. 이 촬영 종료시간을 기준으로 시간외 근무를 입력하는데 촬영이 끝났다고 바로 쉬는 건 아니다. 사무실 가서 일정을 정리한다든가 일들이 또 있다. 그러면 집에 못 가니까 숙직실이나 사무실에 라쿠라쿠 같은 데서 잔다.”

-조연출을 6-7년 한다고 들었는데 이런 생활이 계속 이어지나?

“그렇다. 조금 선배가 된다고 해서 조연출 일이 분담이 된다든가 그런 건 거의 없고. 연출과 차이를 보면 조연출은 드라마 끝나고 장기 휴식을 한다고 해도 한 달 이하, 어떤 때는 일주일도 못 쉬고 다음 드라마에 투입되기도 한다.”

-살인적인 수준의 장시간 노동인데 어떻게 견디나?

“뭔가 묘한 상황이다. 노동이라고 생각하면 사실 힘들고 버티기 어렵다. 그런데 드라마하면서 조연출 역할은 팀이 돌아가는 결정권자 바로 아래이고 나름 보람이 있다. 작품을 하는 거니까. 또 도제 시스템인데 학습하는 게 많고 저는 힘들지만 사실은 일하는 게 재미있다.”

-그렇게 노동 강도가 세면 창의성 같은 걸 발휘한다는 게 가능한가?

“영향이 있다. 쉬지 않고 2년 정도 쭉 해오니까 그 다음 작품할 때는 정신적으로 힘들더라. 신입 PD가 들어오면 살이 쫙 빠졌다가 다시 찌고 그런 패턴도 있고. 몸이 망가지는 건 사실이다. 개인 생활도 전혀 안 된다. 친구 결혼식도 못 가고 명절에도 쉬지 못할 때가 많으니까 집에선 보기 힘든 얼굴이 됐다.”

-2~3일 내에 52시간 노동을 다 해버리는 게 현실이긴 한데 노동시간이 준다면 어떨 것 같나?

“8시간 일하고 퇴근한다고 해도 과연 업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의문이 들고 의식적으로 퇴근 후 핸드폰 꺼버리면 팀 전체가 혼란에 빠질 수 있지 않나 하는 고민 들더라. 일은 똑같이 해야 하는 상황인데 노동시간 단축했다고 수당은 못 받는 일이 벌어질까 걱정된다.”

-지금 제작 시스템대로면 해결할 수 없다는 얘기 같다.

“바뀌었으면 하는 마음은 언제나 갖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노동시간 줄이고 인력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MBC는 한 프로그램에 조연출이 4명 정도 붙는다고 하던데 만약 우리가 그런다면 각 팀을 조율하는 사람이 많아지니까 소통 창구가 애매해지면서 오히려 힘들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프리랜서 조연출을 쓰는 경우도 있는데 주요 업무를 맡기는 게 쉽지 않다. 편성부터 바뀌어야 하는데 개선이 쉽지 않을 것 같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본부장 윤창현)가 열악한 노동 환경에 처한 자사 조합원들의 증언을 지난 7일 노보에 게재했다. 일러스트=전국언론노조 SBS본부 노보
▲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본부장 윤창현)가 열악한 노동 환경에 처한 자사 조합원들의 증언을 지난 7일 노보에 게재했다. 일러스트=전국언론노조 SBS본부 노보
*영상제작1팀 조합원 ㄷ씨(카메라감독)

-SBS ‘인기가요’를 담당하면 특히 노동강도가 높다고 들었다. 어떻게 근무하나?

“새벽 1시나 2시쯤부터 녹화를 시작한다. 그러면 11~12시쯤까지 등촌동 공개홀에 도착해야 한다. 미리 가서 콘티 작업 하고 영상 보고 녹화 시작하면 가수 동선부터 보는 드라이 리허설을 한다. 리허설 뒤에 PD, 카메라 회의해서 수정할 것 하고 카메라 리허설, 그 다음에 다시 회의해서 고칠 것 고치고 본 녹화하는 식이다. 한 번에 오케이 안 나오니 보통 두 번씩, 1팀에 1시간에서 1시간 반, 그렇게 6~7팀 한다.”

-그렇게 하면 끝인가?

“아니다. 녹화를 다하고 나면 생방송할 가수들 드라이 리허설, 그거 끝나면 카메라 리허설, 그래야 방송이 가능하니까. 카메라 리허설이 끝나면 20분 정도 시간이 남는다. 그때 PD와 빨리 회의하고. 다음에 생방송 시작한다. 원래는 오후 3시였는데 2년 반 정도 전부터 12시로 앞당겼다. 생방 끝나면 정리하고 그날 있었던 거 회의 좀 하고. 그리고는 다음 주 나갈 걸 2~3곡 정도 녹화한다. 다 끝나면 오후 5시쯤 된다. 장비 철수 등 정리까지 하면 최종적으로 6시에 끝난다.”

-집에서 토요일 밤 10시쯤 나왔다고 하면 거의 20시간 만에 퇴근하는 셈인데, 중간에 휴식은 좀 보장되나?

“밥 먹을 시간도 잘 없다. 중간에 김밥이나 바나나 같은 거로 끼니 때우고. 저 같은 경우는 일요일 오후 6시에 퇴근하면 집에 가서 밥 먹는다. 소화가 잘 안 돼서.”

-왜 그렇게 일을 해야 하나? 휴식시간 보장 안 되는 이유는 뭔가?

“영상 보면 알겠지만 인기가요는 0.1초 타이밍에 맞춰서 움직여야 퀄리티가 나온다. 한 커트 한 커트 다 약속이 돼 있고 조금만 실수하면 이게 확 무너지니까 정말 엄청나게 신경 써야 하니까 그 18~20시간은 밥도 못 먹을 정도로 계속 긴장하고 있는 시간이다.”

-그렇게 긴장하면서 오랜 시간 일하고 집에 오면 쓰러지다시피 할 텐데 이후 근무는 어떤가?

“인기가요 담당 감독은 주중에 쉰다. 주말엔 이렇게 일해야 하니까. 월요일에 출근하고 저는 수목에 쉬는데 주중에 바쁠 때 있지 않나. 이를테면 지방 선거라든가 보도에서 요청했는데 사람이 모자라면 데스크가 쉬는 사람에게 나와 달라고 한다. 사람이 없으니 그건 어쩔 수 없고.”

-건강을 해칠 것 같다. 같은 팀 있는 이들 건강 상태는 어떤가?

“인기가요는 실내에서 스모그를 띄우는데 어떤 성분인지 모르겠지만 그게 너무 강하다 보니까 머리가 많이 아파서 두통약을 먹고. 마스크 끼고 하는 동료들도 많다. 청력이 많이 떨어졌고 눈도 나빠지고 기관지, 관절…. 그런 데가 안 좋고. 일주일에 하루를 꼬박 밤을 새우는데 그 데미지가 잘 회복이 안 된다. 그걸 저는 2년째 하고 있는데 매주 그러니까.”

-주 52시간 체제에 맞춰야 할 텐데 가장 개선이 시급한 건 뭔가?

“인력 확충이 가장 시급하다. 인기가요 근무 강도가 워낙 높은데 후배들이 안 들어오니 결국 우리가 돌아가면서 하게 돼 있다. 인기가요는 지금 편성 시간이 너무 당겨져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화수목금토일까지 각 방송사 음악 프로그램이 줄줄이 이어져 있어서 전체적인 조율도 있어야 개선이 가능하고. 그동안 좋은 프로그램 만든다는 사명감으로 일해 왔는데 능력급이라는 것 때문에 아무리 노력해도 승진이나 처우에 변화가 없다는 것도 빨리 개선해야 한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본부장 윤창현)가 열악한 노동 환경에 처한 자사 조합원들의 증언을 지난 7일 노보에 게재했다. 일러스트=전국언론노조 SBS본부 노보
▲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본부장 윤창현)가 열악한 노동 환경에 처한 자사 조합원들의 증언을 지난 7일 노보에 게재했다. 일러스트=전국언론노조 SBS본부 노보
*영상편집팀 조합원 ㄹ씨(뉴스편집)

-현재 근무는 어떤 형태로 이뤄지나?

“일반적인 근무 사이클은 종일 근무(오전 9시 출근~저녁 9시 퇴근), 야근(오후 2시 출근~익일 오전 9시 퇴근), 그 다음날 오후 근무(오후 2시 출근~저녁 9시 퇴근)다. 일근-야근-야퇴-석근, 이렇게 보면 될 것 같다. 8뉴스가 핵심이기 때문에 8뉴스 준비하는 오후 시간에 가장 많은 인원이 근무할 수 있게 짜놓은 근무다.”

-일반적이라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나?

“주말에는 평일보다 근무 인원이 조금 적게 둔다. 건강 문제가 있는 직원 배려나 휴가 등으로 근무표 짤 때마다 근무 형태를 조금씩 바꾸기도 하고. 뉴스 편집이 주 업무니까 큰 뉴스가 있으면, 이를 테면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면 야퇴자들을 다시 불러낼 때도 많다.”

-이 근무 형태로 보면 휴일이 제대로 보장되는 건지 의아하다.

“대체로 보면 4주에 3일 꼴로 쉰다. 어떤 주는 하루도 안 쉴 때도 있다는 말이다. 심지어 휴가자가 많거나 출장자가 생기면 휴일조차도 안 지켜질 때가 많다. 사실 늘 예외적 상황이 생기다 보니 대부분 안 지켜진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근무 중에 가장 힘든 걸 꼽자면?

“두 말 할 것 없이 야근이다. 오후 2시에 출근해서 시간대별로 있는 뉴스를 편집하는데 다음 날 아침뉴스까지 준비하다 보면 여유 시간은 새벽 2시부터 5시 사이다. 올해처럼 특보가 많으면 제대로 눈 붙일 수 없을 때가 잦다. 숙직실에서 편히 쉴 여건이 안 돼서 편집실에 간이침대 놓고 쉬는 경우도 있다. 빨리 와서 편집해야 하니까. 개인적으로는 퇴근 이후가 정말 고되다. 너무 피곤하면 되레 잠이 안 오는데 나흘에 한 번씩 야근하니까 두렵기도 하다.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대부분 동료들이 이런 식의 수면 장애를 안고 산다. 일종의 직업병이다.”

-건강에 이상이 생긴 동료가 있다고 들었다.

“최근 암 환자가 3명 나왔다. 치료 받으면서 지금도 일하고 있다. 꼭 이 업무 때문에 발병했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우리로선 인과 관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평생 잦은 야근을 안고 사는 우리 현실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예전 일이긴 하지만, 갑자기 편집실 안에서 쓰러진 동료도 있었다. 다행히 일찍 발견해 조치했지만 많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독립 공간에서 각자 편집하기 때문에 행여나 급작스런 상황이 발생하면 대처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걱정을 넘어 공포감까지 느꼈다. 우리끼리 ‘토크백(연락을 주고받는 기능) 3번 불렀는데 답 없으면 방으로 찾아가자’고 농담처럼 말하곤 하는데 우리의 열악한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 생각한다.”

-인력 상황은 어떤가?

“최근 2년 사이에 신입사원 3명 중 2명이 그만뒀다. 개인적인 사정도 있었지만, 과중한 업무도 이유였다. 지난해 2명을 추가 채용했지만 희망퇴직 1명, 뉴미디어 파견 2명을 감안하면 사실상 인력이 줄었다. 문제는 최근 업무량이 크게 늘고 있다는 거다. 보도 프로그램이 많아지면서 과장이 아니라 정말 2배 가까이 일이 늘었다. 지금 한계점에 다다랐다. 다들 너무 예민한 상황이다.”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답은 간단하다. 사람을 늘리면 당연히 해결될 문제다. 정밀하게 계산한 건 아니지만 5명 정도 채용하면 4~5년 전 상황과 그나마 유사해질 것 같다.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겠지만.”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영상편집팀 소속인데 인제스트룸 상황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워낙 업무가 많아서 파견 사원들이 2년을 채우는 경우가 거의 없다. 계속 신입 교육 하다가 지쳐서 나가떨어지고, 또 채용하고 그러다 또 나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업무 숙련자가 오래 있을 수 없는 구조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본부장 윤창현)가 열악한 노동 환경에 처한 자사 조합원들의 증언을 지난 7일 노보에 게재했다. 일러스트=전국언론노조 SBS본부 노보
▲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본부장 윤창현)가 열악한 노동 환경에 처한 자사 조합원들의 증언을 지난 7일 노보에 게재했다. 일러스트=전국언론노조 SBS본부 노보
*편집2부 조합원 ㅁ씨(뉴스PD)

-근무형태는 어떻게 되나?

“뉴스PD 2명이 한 개 조로 모두 4개 조가 3교대로 돌아간다고 보면 된다. 일근(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 야근(오후 6시 출근, 익일 오전 9시 퇴근), 휴일이다. 이게 기본으로 주말, 공휴일, 명절 따지지 않고 무조건 3교대다. 여기에 아침뉴스 업무가 많다 보니 조근팀이 따로 있는데 새벽 4시 출근해 오후 2시쯤 퇴근한다. 모닝와이드 2부와 12시 낮 뉴스를 담당해 월에서 토요일까지 근무하고 일요일 하루 쉴 수 있다.”

-추가 근무를 할 때도 있나?

“당연하다. 어디서 무슨 일이 터질지 알 수 없다. 속보 상황이 발생하면 퇴근 못하거나 추가 근무해야 한다. 요즘처럼 대형 이벤트가 많을 때 추가 근무는 어쩔 수 없다. 남북 정상회담, 지방 선거와 같은 이벤트에 앞서서는 리허설을 많이 한다. 리허설 시간에 근무자는 뉴스를 해야 하니까 자기 근무가 아닌 날에도 나와서 상황을 봐야 하고, 야근 뒤라도 리허설에 참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이 돌아가질 않는다.”

-휴가는 어떻게 하나?

“교대 근무 체제이다 보니 누군가 휴가를 가면 대신 근무해야 한다. ‘대근’이라고 부른다. 일근, 야근, 휴일로 3교대인데 휴가자의 휴가 기간만큼 남은 사람들이 휴일에 근무를 대신 해준다. 내가 휴가를 가면 다른 사람들이 휴일 없이 근무하게 되고 다른 사람이 휴가 가면 내 휴일은 없어지는 식이다. 내가 쉰 게 맞나, 이런 느낌이다. 위에 벽돌 빼내서 아래에 끼워 넣는 것 같다고나 할까. 조근팀도 대근은 마찬가지다.”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야근이다. 나흘에 한 번 밤을 새워야 한다는 게 쉽지 않다. 이미 십 수 년씩 해왔는데 앞으로도 이렇게 근무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면 막막하기도 하다.”

-야근에 여유는 없나?

“출근하면 인수인계 받고 아이템을 정리한다. 8시 뉴스 모니터를 하고, 나이트라인 큐시트를 짠다. 뉴스가 끝나면 석회에 들어가고 나와서는 바로 나이트라인을 준비한다. 끝나면 아침뉴스 정리하고 새벽 1시 반쯤부터 눈을 붙인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조간과 주요 뉴스 챙기고 다시 큐시트를 조절한다. 아침 메인뉴스는 7시다. 이걸 끝내면 이후엔 오전 9시까지 대기하다 퇴근한다. 휴가자가 있으면 사흘에 한 번으로 야근 간격이 준다. 이건 평시 상황이다. 대형 이벤트나 사건 사고가 있으면 종일, 뉴스센터에서 나오지 못할 때도 있다.”

-건강 문제는 없나?

“늘 만성 피로에 시달린다. 야근하고 들어가면 집에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누워 있어도 숙면을 취할 수 없다. 늘 머리가 아프다.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느낌이다. 동료들과 이야기해보면 두통, 근육통, 소화불량을 안고 산다.”

-업무량은 예전과 비교하면 어떤가?

“요즘 뉴스가 길어지고 있는 추세다. 5뉴스는 57분이고, 12시 뉴스는 47분 정도다. 보도국이 인력난에 시달리다 보니 8뉴스 말고 다른 뉴스에는 공을 들이기 어려운 처지다. 우리 입장에서는 늘 아이템 기근에 시달리고 진행 PD 부담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본부장 윤창현)가 열악한 노동 환경에 처한 자사 조합원들의 증언을 지난 7일 노보에 게재했다. 일러스트=전국언론노조 SBS본부 노보
▲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본부장 윤창현)가 열악한 노동 환경에 처한 자사 조합원들의 증언을 지난 7일 노보에 게재했다. 일러스트=전국언론노조 SBS본부 노보
*보도본부 조합원 ㅂ씨(정치부 기자)

-보통 근무는 어떻게 하나?

“아침 7시30분 전후로 출근한다. 조간을 보고 취재원들에게 전화를 돌려 확인해 보고한다. 그날 어떤 내용의 기사를 발제하느냐에 따라 추가 취재할 때가 많다. 국회를 담당하면 각종 회의와 현장 방문 등 일정이 많은데 이를 챙겨야 한다. 당장 기사를 쓰지 않더라도 현안을 놓치면 일하기 쉽지 않다. 그렇게 오전 오후를 보내면서 8뉴스 리포트를 제작할 때가 많다. 취재하고 기사 쓰고 CG, 편집 등을 살핀다. 기본 업무는 여기서 끝나지만 부서 특성상 취재원과 저녁 자리가 많다. 일주일에 3~4번 술자리가 있는데 자정 넘어 퇴근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저녁엔 술 마시며 취재하고 아침엔 일찍 출근하는 일상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일찍 출근하고 또 저녁 술자리를 많이 가질 필요가 있나?

“조간 기사가 사실인지 확인해야 부장과 데스크가 틀을 잡고 오전 회의에 아이템을 논의할 수 있다. 팩트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면 논의 자체가 무의미할 수 있다. 그렇게 전화 돌리는 건 취재원 관리 차원에서도 그렇고, 현안을 따라잡기 위해서도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또 저녁 자리에서 대부분 정치권이나 정부 인사들과 만나는데 자리를 줄이면 제대로 취재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주말 근무와 야근은 어떻게 하나?

“2주에 한 번 정도 하는 게 원칙이다. 인력이 줄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발생이 적은 토요일 근무자 수를 줄이고, 일요일 근무자는 늘리는 식으로 주말 근무를 짜고 있다. 물론 큰 일이 생기면 추가 근무를 하는 게 일상이다. 야근은 보도본부 다른 기자들처럼 한 달에 두 번 꼴로 돌아온다. 야근 중 잠시 눈 붙이는 경우가 있지만, 밤사이 터지는 일 때문에 쉬지 못할 때도 많다. 특히 요즘 같이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면 더더욱 그렇다.”

-인력 상황은 어떤가?

“보도국 어디든 그렇듯 부족하다. 언제나 정치부는 일이 많은 편이지만, 올해는 더욱 그런 데다 경쟁사에 비해 어느 팀이든 몇 명씩 적다. 그럼에도 경쟁사보다 강도 높은 취재를 해야 하고, 리포트, 취재파일, 정보 보고, 출연 등을 소화하다 보니 늘 시간에 쫓기듯 일한다. 오후에 있는 뉴스브리핑의 경우 청와대와 외교안보팀은 수시로, 정당팀은 1주에 한 번씩 고정 출연을 한다. 더군다나 최근 한반도 이슈도 많고, 선거까지 앞두고 있어서 업무 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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