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천 화재참사 때 소방관 명예훼손을 인정하고 사과한 MBC가 입장을 바꿔 보도에 문제가 없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그러나 방송통신심의위원들은 전원 합의로 ‘기각’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11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MBC가 재심을 청구한 제천 화재참사 당시 뉴스데스크 “긴박했던 대피 초기 우왕좌왕” 리포트의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해 12월26일 제천 화재현장 CCTV 영상을 공개하고 대원들이 제대로 구조에 나서지 않고 ‘우왕좌왕’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119소방복지사업단이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고 문제제기했다. 이후 MBC는 정정보도가 아닌 반론보도를 해 비판 받았고 지난해 12월31일 사과방송을 내보냈다. 

▲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당시 MBC는 “가스마스크를 쓴 대원들은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구급대원이었기 때문에 인명구조나 화재진압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무전기를 든 대원은 소방서 규칙상 화재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뛰어다니면 안 되는 현장 지휘관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MBC는 소방관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소방관 여러분들과 시청자 여러분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MBC는 자신들의 사과 내용을 전면 부인하고 ‘재심’을 청구했다. MBC는 서면으로 제출한 재심청구서에서 △소방관 매뉴얼에 지휘관은 뛰어선 안 된다는 표현이 없고 △소방합동조사단 조사 결과 및 경찰 수사 결과 참사 당시 부실하게 대응했다는 결과가 나온 점 등을 통해 보도가 사실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MBC는 “(지휘관은 뛰어선 안 된다는 매뉴얼이 있다는) 현장 팀장의 말이 거짓임에도 사과방송을 한 가장 큰 이유가 119소방복지사업단의 집요한 SNS공격 때문이며 한시라도 빨리 여론을 진정시켜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MBC 보도를 재심할만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방통심의위 사무처가 소방청에 확인한 결과 화재 현장에서 차분하게 대처하기 위해  뛰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을 교육하고 있었다. 

또한 방통심의위는 당시 구조 부실과 보도 내용은 직접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다. 전광삼 상임위원은 “수사결과를 보면 건물 후면에 비상구 등의 시설이 있었는데 인지 못한 것과 2층 구조요청에 적절하게 대응 못한 점이 문제였다. 현장에서 걸어다니는 것을 언급한 보도 내용과 상관없다”고 지적했다. 윤정주 위원은 “CCTV만 보고 쓴 기사라고 심의 때 지적했는데 MBC는 제대로 답변하지 않은 채 ‘많은 리포트를 통해 문제를 다뤘다’고만 언급했다”고 지적했다.

여야 위원 모두 사실관계를 떠나 MBC의 태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윤정주 위원은 “심의 때 ‘잘못했다’ ‘실수했다’고 했는데 이제 와서 SNS 공격 때문에 사과했다고 한다. 거짓으로 사과하고, 심의가 과도하다고 문제제기하는 건 실망스럽다. 언론사가 자신들의 보도가 진정성이 있으면 어떤 외압에도 소신을 지켜야한다”고 비판했다.

박상수 위원은 “진술을 다 뒤집는 건 공영방송 MBC가 해선 안 될 태도다. 만일 재심을 한다면 가중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미숙 부위원장도 “MBC의 저널리즘은 매우 미흡하다. 보도에 이어 재심청구 태도까지 가볍고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소영 위원은 “재심청구 자체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보지만 여기 나와서 하는 말에 언론보도만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넘어가기 위해 의견진술을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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