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닫은 北매체들… 주민들, 어디서 회담하는지도 몰라”

조선일보 11일치 5면 하단 기사 제목이다. 조선일보는 “북한 관영매체들은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출국과 싱가포르 도착 소식을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며 “북한 매체들만 침묵하는 상황이 김정은 귀국 시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김 위원장 신변 안전을 우려해 행사 종료 때까지 보도 유예하는 관행이 이번에도 지켜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일 오전, 전날 있었던 김 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출국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회담 장소인 싱가포르를 방문한 소식과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회담한 내용까지 1면과 2면에 걸쳐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 조선일보는 11일 조간에서 “북한 관영매체들은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출국과 싱가포르 도착 소식을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며 “북한 매체들만 침묵하는 상황이 김정은 귀국 시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고 보도했지만 노동신문은 11일 오전 북미 정상회담 소식을 전했다. SNS상에서는 조선일보 보도와 노동신문을 캡쳐한 사진이 공유되고 있다.
▲ 조선일보는 11일 조간에서 “북한 관영매체들은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출국과 싱가포르 도착 소식을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며 “북한 매체들만 침묵하는 상황이 김정은 귀국 시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고 보도했지만 노동신문은 11일 오전 북미 정상회담 소식을 전했다. SNS상에서는 조선일보 보도와 노동신문을 캡쳐한 사진이 공유되고 있다.
노동신문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이며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들인 김영철 동지, 리수용 동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이며 외무상인 리용호 동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후보위원이며 인민무력상인 노광철 동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후보위원이며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인 김여정 동지, 외무성 부상 최선희 동지와 당중앙위원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성원들이 수행하고 있다”며 수행원 명단을 공개했다.

노동신문은 “전 세계의 비상한 관심과 기대 속에 력사상 처음으로 진행되는 조미수뇌회담에서는 달라진 시대적 요구에 맞게 새로운 조미관계를 수립하고 조선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문제, 조선반도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문제들을 비롯하여 공동의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에 대한 폭넓고 심도 있는 의견이 교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동신문 보도 이후 SNS 상에서는 노동신문 보도를 캡처해 조선일보 보도를 비판하는 게시물이 공유되고 있다. 조선일보 보도를 오보라고 규정하는 것은 어렵다. 기사 작성 시점에는 노동신문 보도가 없었다. 

기사를 쓴 이용수 조선일보 기자는 11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기사 작성 시점에는 노동신문이 나오지 않았다”며 “(노동신문은 기사 작성 이후인) 오늘 아침 나왔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전망을 다룬 기사였고 오늘(11일) 아침 6시까지 북한 매체 어디에도 나오지 않았다”며 “어제(10일) 우리뿐 아니라 여러 매체에서 북한 매체에 관련 소식이 없다는 주제로 기사를 썼다”고 말했다.

▲ 조선일보 11일자 5면.
▲ 조선일보 11일자 5면.
실제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도 지난 10일 오후 “北매체들, 김정은 국무위원장 싱가포르 방문 보도 안 해”라고 보도했고 MBN도 “北매체들, 김정은 국무위원장 싱가포르 방문 보도 안 해..남북회담과 대조적”이라고 기사화했다. 

세계일보도 10일 오후 “北 매체들 김정은 싱가포르行에 ‘침묵’”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오후 10시까지 홈페이지에 당일 신문 PDF를 업데이트하지 않아 신문에 어떤 내용을 게재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아시아경제, 뉴스1, 뉴시스 등도 ‘북한 매체의 무보도’ 소식을 전했다.

이들 보도가 잘못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한국 매체가 북한 매체를 제대로 평가·관측하지 못했다는 지적은 가능해 보인다. 특히 조선일보 제목(“입 닫은 北매체들… 주민들, 어디서 회담하는지도 몰라”)에는 앞서 언급된 매체에 비해 북한을 낮춰 보는 관점이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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