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라 쓰인 선거 벽보가 찢겨져나가고, 찢긴 얼굴은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의 SNS 프로필 사진에 오르고 있다.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의 벽보가 훼손된 사례가 20건을 훌쩍 넘어섰다. 6일 서울 수서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신 후보는 벽보 훼손 사태를 ‘여성 혐오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의 엄정 수사를 촉구했다.

신 후보는 이날 “벽보에는 (기호) 8번, 신지예, 페미니스트, 녹색당이라고 쓰여있을 뿐”이라며 “의도적으로 벽보를 빼가거나, 칼로 얼굴 사진의 눈을 파고 흠집 낸 곳이 늘어나고 있다. 이것은 명백한 ‘여성 혐오’ 사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서울 강남구·동대문구·노원구·구로구·영등포구·서대문구·강동구 등에서 벽보 27개가 훼손됐다. 벽보 훼손 건수가 가장 많은 강남구의 경우 관할 선거관리위원회 의뢰로 수서경찰서가 수사를 벌이고 있다. 6일 아침에는 한 대학가에서 누군가 신 후보 현수막을 의도적으로 훼손했다는 제보가 신 후보 캠프로 전해졌다. 벽보나 현수막을 훼손하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2년 이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 잇단 선거 벽보 훼손 등을 겪고 있는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가 6일 서울 수서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사진=신지예 후보 캠프.
▲ 잇단 선거 벽보 훼손 등을 겪고 있는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가 6일 서울 수서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사진=신지예 후보 캠프.

▲ 신지예 후보 선거 벽보. 사진=신지예 후보 캠프.
▲ 신지예 후보 선거 벽보. 사진=신지예 후보 캠프.

신 후보는 온라인상에서 외모 평가 등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사이버 공간에서 타인에게 괴롭힘을 가하는 행위) 피해도 당하고 있다며 “다양한 폭력의 양상은 한 여성이 정치인으로 사회에 등장하는 과정에 마주하는 명백한 차별이고 폭력이며 범죄”라고 주장했다. 지난 4일 ‘인권 변호사’로 알려진 박훈 변호사는 본인 페이스북에 신 후보 벽보 이미지를 공유하며 “더러운 포스터”, “개시건방진”, “찢어버리고 싶은 벽보”라고 표현했다 논란이 되자 사과했다.

신 후보는 “칼로 가슴을 도려내겠다는 덧글이 달린 적도 있다. 많은 여성들이 자신이 지지하는 페미니스트 후보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폭력에 함께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과 선거관리위원회는 시민들이 안심하도록 엄중하고 신속한 수사 진행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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