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에서 국가원수의 명예를 현저히 훼손했다는 이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특별위원직에서 해촉당했던 임순혜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가 4년 여 만에 재임용됐다.

임 위원은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는 의미이자 명예를 회복시켜준 위촉이라고 평가했다. 방심위 고위관계자는 “적폐 적무 해소의 일환이며 임 위원의 명예회복을 위해 재임용했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강상현)는 지난 1일 방심위 산하의 자문기구인 △방송자문특별위원회(13인) △광고자문특별위원회(10인) △방송언어특별위원회(11인) △통신·권익보호특별위원회(11인)의 위원을 위촉했다. 기존의 보도·교양방송특별위원회와 연예·오락방송특별위원회는 방송자문특별위원회로 통합됐다. 방송자문특위 위원 명단에 박근혜 정권인 4년 여 전 보도교양방송특위 위원에서 해촉됐던 임순혜 언론연대 감사가 포함됐다.

임 위원은 2014년 1월18일 ‘바뀐애 즉사’라 적힌 피켓이 촬영된 사진을 본인의 트위터에 리트윗(재인용)했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다. 그는 평소 잘 아는 사람의 트위터글이어서 사진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채 리트윗했다가 삭제하고 사과도 했다. 그러나 방통심의위는 이를 문제삼아 닷새만에 특별위원직을 해촉했다.

해촉사유는 대통령 명예훼손이었다. 당시 해촉통보서 공문을 보면, 방심위는 “임순혜 위원은 최근 국민이 선출한 현직 국가원수에 대해 정책 비판이나 의견제시의 수준을 넘어, 사실상 저주에 가까운 내용의 트위터 게시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리트윗함으로써 국가원수의 명예를 현저히 훼손하여 다수 여론의 비난을 받았다”며 “결과적으로 위원회의 품격을 심각하게 저해하여 보도·교양 방송에 대한 자문 등을 수행하는 특별위원직을 수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 임순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산하 방송자문특별위원회 위원. 사진=임순혜 위원
▲ 임순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산하 방송자문특별위원회 위원. 사진=임순혜 위원
임 위원은 당시 위원회에서 소명할 기회도 얻지 못하고 소명서만 제출한 채 해촉됐다. 이후 해촉무효확인을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해 4년 넘게 재판이 진행중이다.

임 위원은 5일 합정동 인근에서 가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전혀 해촉사유가 아니다”라며 “직무 관련 잘못된 행동을 한 것도 아니었다. 심의규칙에 보면, 심의 외의 개인 행동에 어떠한 외부의 압력을 가할 수 없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임 위원은 “변희재가 해촉 민원을 넣고, 하태경 의원과 새누리당 대변인이 해촉을 촉구했다”며 “외부 압력에 의한 정치적 해촉을 당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당시 방심위원들이 잘못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해촉했고, (위원회가 열린 회의실의) 옆방에서 소명기회를 달라고 기다렸으나 끝내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며 “잘못된 것을 알리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명예회복을 위해 특별위원직 공모에 응했고, 새로운 정부의 방심위는 해촉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지하고 명예회복 차원에서 위촉한 것으로 받아들인다”며 “행정소송을 계속 진행할지 여부는 변호사와 상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방심위의 고위관계자는 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임 위원의 경우 불명예스럽게 해촉됐기 때문에 명예회복을 시켜야 한다는 것이 위원장의 생각이어서 재임용했다”며 “4기 방심위는 적폐와 적무를 해소하는 것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가원수 명예훼손’이라는 임 위원 해촉사유가 부당하다는 판단을 했느냐는 질의에 대해 “임 위원의 재임용은 명예회복 차원임은 분명하다”면서도 “과거 위원들이 없는 상황에서 과거 일에 대한 잘잘못을 판단하는 것은 합의제 기구인 전체 위원들의 몫이지 사무처가 언급할 일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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