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 같은 위험성을 품고 있는 기사.” 지난달 29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례적으로 TV조선을 콕 집어 비판했다. 북한이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 관련 취재비로 미국 언론에 1인당 1만 달러를 요구했다는 TV조선 보도를 거론했다. TV조선은 김 대변인 논평에 “지극히 이례적”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앞서 지난 4월 경찰이 서울 중구 TV조선 사옥을 압수수색하려다 기자들에 막혀 발길을 돌렸다. 새 정부가 들어선 뒤 TV조선은 정권에 각을 세우는 언론사 가운데 하나다. 김 대변인 논평과 경찰의 압수수색 시도는 문재인 정권과 TV조선의 긴장 관계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TV조선을 비판하는 이들은 종편 재승인 취소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을 올려 ‘TV조선 비토 여론’을 확인시켰다. 지난달 14일 마감된 이 청원에는 23만 명이 참여했다.

▲ 신동욱 TV조선 메인뉴스 ‘뉴스9’ 앵커가 5일 오후 서울 중구 TV조선 사옥 인근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신동욱 TV조선 메인뉴스 ‘뉴스9’ 앵커가 5일 오후 서울 중구 TV조선 사옥 인근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5일 오후 TV조선 사옥 인근에서 만난 신동욱 TV조선 보도본부 부본부장은 TV조선에 대한 세간의 의혹을 하나하나 반박했다. TV조선 메인뉴스 ‘뉴스9’ 앵커인 신 부본부장 명함은 아직 SBS 앵커 시절 사진이다. 지난해 11월 말 SBS에서 TV조선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정치적 지향점이 다르다고 해서 ‘TV조선 보도는 오보’라고 단정하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라며 “’TV조선은 평화를 바라지 않는 언론‘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평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는 김 대변인 논평에 “청와대가 TV조선 보도를 오보라고 단정하는 것은 이례적이고 위험한 행위”라며 “우리는 언론사이고 그곳(청와대와 정치권)은 정치 하는 곳이라서 건건이 맞대응할 필요는 없지만 우려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신 부본부장은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TV조선과 자유한국당의 커넥션 의혹을 제기하는 정치권에도 “드루킹 보도와 관련해 한국당과 교감한 적은 단언코 없다”며 “언론은 팩트로 대응할 뿐이다. 의혹을 제기하는 쪽도 근거를 갖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드루킹 사건 수사경찰이 지난 4월 TV조선 본사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TV조선은 “언론자유 침해”라고 비판했지만 정당한 공권력 집행을 거부했다는 지적도 있다.

“SBS에 재직하던 2003년에도 검찰 압수수색을 막은 적 있다. 그때 SBS는 청와대 인사의 향응·접대 건을 보도했고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SBS에 들어오려고 했다. 나는 당시 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압수수색을 저지한 경험이 있다. 공권력 집행을 언론사가 막는 게 정당하느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틀린 비판은 아니다. 그러나 과거 사례를 보면 대개 압수수색은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사가 당했다. 광우병 사태 때 MBC 압수수색도 마찬가지였다. 언론사 압수수색은 신중해야 한다.”

-TV조선 수습기자가 드루킹 사무실에 무단 침입해 태블릿PC, USB, 휴대전화 등을 훔쳐갔다는 혐의였다.

“경찰이 압수수색을 시도한 날(4월25일) 새벽까지 우리 TV조선 기자는 조사를 받았다. 관련 자료를 다 경찰에 제출했다. 훔쳤다는 물건도 반환했다. 압수수색할 때는 수사에 일체 협조하지 않았다든지, 언론사 전체가 개입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든지 해야 할 것 아닌가. 다시 말씀드리지만 수습기자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건 잘못을 시인했다. 4월23일 클로징에서 ‘시청자 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럼에도 압수수색 하겠다는 건 다른 의도가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정당한 거부였다고 생각한다.”

▲ 지난 4월25일 경찰의 TV조선 압수수색 시도에 맞서 ‘언론탄압 결사반대’를 외치며 조선일보 사옥 입구를 막아선 TV조선 기자들의 모습. 사진=김도연 기자
▲ 지난 4월25일 경찰의 TV조선 압수수색 시도에 맞서 ‘언론탄압 결사반대’를 외치며 조선일보 사옥 입구를 막아선 TV조선 기자들의 모습. 사진=김도연 기자
-정치권 일각에선 자유한국당과 TV조선의 공모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는데?

“취재 과정에서 한국당으로부터 도움 받은 것은 전혀 없다. 정치권에서 나오는 발언에 일일이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언론의 길을 갈 뿐이다. 한국당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편집자주: 박성중 한국당 의원은 지난 4월 한 방송 토론회에서 ‘TV조선은 직접 저희들과 같이 해서 경찰보다 훨씬 많은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등의 발언을 했다) 있는데 왜 그분이 그런 발언을 했는지 모르겠다. 자기 주장에 신뢰를 싣기 위해 그와 같이 발언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팩트로 대응할 뿐이다. 우리가 한국당과 공모 의혹이 있다는 주장을 하려면 적어도 증거를 갖고 이야기해야 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정치적 발언에 불과하다.”

-압수수색 이후 기자들이 위축되진 않았나?

“기자들이 위축될까 걱정 많이 했다. 우리 기자들이 타사에 비해 경력이 짧은 편이다. 어린 기자들이 많아 걱정 많이 했다. 위축될 필요 없다고 조언했지만 많이 위축됐을 것이다. 실제 어린 연차 기자들 사이에선 동요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 권력기관이 이를 의도하고 압수수색을 시도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절도 혐의를 받고 있는 기자 근황은?

“그 친구에 대한 사법적 절차는 절차대로 진행되고 있다. 본인이 많이 힘들 텐데 선배들이 많이 다독여줬다.”

-오보가 잦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후원금 관련 보도는 직접 정정도 했다. 북한 풍계리 갱도가 폭파되지 않았다는 속보도 오보로 확인돼 삭제됐다.

“실수가 있었고 인정한다. 다만 외부에서 해석하듯 의도적인 것은 결코 아니다. 분명한 실수는 인정하고 바로잡았다. 풍계리 속보는 시스템 문제였다. 지상파처럼 사고를 많이 겪었던 언론사들은 사고가 나지 않는 방향으로 시스템이 개선돼 왔다. 풍계리 속보는 돌아다니는 각종 정보가 취합되는 과정에서 출고해도 좋겠다고 온라인 쪽에서 오판한 결과였다. 10분 뒤 즉각 삭제했다. 시스템에서 비롯한 사각지대는 계속 메워나갈 것이다.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다만 북한이 거짓말했다는 소문을 퍼뜨리고 싶어 TV조선이 의도적으로 오보를 냈다고 해석하는 건 지나치다.”

▲ 신동욱 TV조선 메인뉴스 ‘뉴스9’ 앵커가 5일 오후 서울 중구 TV조선 사옥 인근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신동욱 TV조선 메인뉴스 ‘뉴스9’ 앵커가 5일 오후 서울 중구 TV조선 사옥 인근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북한이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 관련 취재비로 미국 언론에 1인당 1만 달러를 요구했다는 보도에 대해 청와대가 비판 논평을 냈다. TV조선은 “복수의 외신기자를 상대로 취재해 보도했다. 이 같은 내용을 구체적으로 증언한 취재원과 대화 녹취록과 이메일도 보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보도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도 심의하겠다니 절차에 따라 대응할 방침이다. 명백히 취재원이 존재한다. 유감스러운 것은 청와대가 성급하게 오보라고 단정한 사실이다. 어떤 이유에선지 모르겠지만 오보라고 단정하려면 근거가 있어야 하지 않나. 청와대 논평이 TV조선 신뢰도에 타격을 줬다. 김 대변인은 TV조선 보도를 ‘위험한 보도’라고 했는데 그의 논평이야말로 ‘위험한 논평’이었다. 이 보도가 법정으로 간다거나 아니면 방통심의위에서 비공개적으로 취재원을 밝힐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취재원은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취재원 보호는 언론사가 지켜내야 할 가치다. 청와대 입장에선 남북관계에 불편한 기사가 야속할 수 있다. 보도가 국가를 심각한 위기에 빠뜨릴 정도라면 모를까, 이 정도 사안으로 남북관계가 어려워진다면 그게 더 이상한 상황이다.”

-지난해 3월 방송통신위원회는 TV조선에 ‘조건부 재승인’을 결정했다. 법정제재 건수가 쟁점이었다. 이 부분을 대폭 낮춰야 하는 과제가 있다.

“종편의 무책임한 보도를 자제해달라는 취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당연히 우리 입장에서도 방송은 국민을 상대로 하는 일이라서 보도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방통심의위 위원들의 주관에 따라 법정 제재 수위가 결정될 수 있다는 위험도 있다. 물론 그분들도 해당 분야 전문가이고, 국가 일에 사감이 앞설 거라 생각진 않지만 과한 심의는 언론자유 침해 측면에서 재고할 필요가 있다. 우리 스스로 잘못된 보도가 나가지 않도록 조심하고 살펴보는 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자체적으로 노력하는 것들이 있다면?

“24시간 심의팀에서 방송을 모니터하며 혹여 시청자들이 불편할 수 있는 표현과 막말을 찾아 즉각 시정한다. 과거 종편이 출범하고 시청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품격에 맞지 않는 표현과 막말이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TV조선도 책임 있는 언론사로서 외부 기관이 지적하지 않아도 스스로 고쳐야 할 부분이다.”

▲ 지난 5월19일자 TV조선 보도화면 갈무리.
▲ 지난 5월19일자 TV조선 보도화면 갈무리.
-TV조선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이 20만을 넘었는데?

“민주주의 사회에서 용인되는 개인적 의사 표시라고 생각한다. 정부든 국민이든 언론사 존폐 문제를 가볍게 생각하진 않을 거라 본다.”

-TV조선으로 자리를 옮긴 지 6개월 정도 됐다. 이직을 결심하게 된 동기는?

“1992년 입사했으니 25년을 SBS에서 일했다. 절반 가까이 앵커로 활동했다. SBS 메인뉴스 앵커가 TV조선으로 이직하니 주변에서 많이 놀라더라. 하지만 본질적으로 같은 일을 하고 있다. TV조선은 신생 언론사이니까 내 능력을 보다 더 보람있게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주변 분들은 정치적 해석을 하시는데 SBS에 있을 때도 그랬지만 스스로 정파적 언론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언론인으로서 보람 있는 일을 원한 것이다.“

-TV조선이 아무래도 자기 색채가 강해 더 우려가 있지 않았을까?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각과 언론사 안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다를 수 있다. 언론사를 정파적으로 갈라 누구누구 편이다, 이렇게 규정하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언론인으로서의 소신이다. 소신과 맞지 않는 일이 생기면 TV조선 내부에서도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여지가 있는 언론사다.(웃음)”

-앵커로서 소신이 있다면?

“앵커라는 표현보다 언론인이라는 직업을 좋아한다. 대단한 소신이 있다기보다 균형감을 잃지 않는, 정직한 언론인이 되고 싶었다. 시청자들에게 거짓말 하지 않고 맞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어떤 위협이 들어와도 관철하는 것. 또 언론은 그 자체로 시청자와 국민과 소통하는 과정인 것 같다. 내가 100%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언제나 비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TV조선에 비판 관점을 갖고 있는 (시민)단체들과 언제라도 만남을 갖고 싶다.”

▲ 신동욱 TV조선 메인뉴스 ‘뉴스9’ 앵커가 5일 오후 서울 중구 TV조선 사옥 인근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신동욱 TV조선 메인뉴스 ‘뉴스9’ 앵커가 5일 오후 서울 중구 TV조선 사옥 인근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TV조선이 언론사 커리어 마지막일까? 적지 않은 언론인들이 정치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 희망은 언론인으로서 끝까지 남는 것이다. 정치권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하는데 정치는 제 희망 사항이 아니다.”

-SBS와 비교하면 보도 제작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지상파가 항공모함이라면 TV조선은 이지스함이랄까.(웃음) 거대하진 않아도 기동력이 있다. 비록 인프라 차이가 크지만 우리는 이슈를 신속하고 집중력 있게, 또 영향력 있게 보도할 수 있다. 지상파처럼 대형 스튜디오 여러 개를 갖진 못했지만 특정 사안에 집중력 있게 대처할 기반은 된다. 앞으로도 그렇게 해나갈 생각이다.”

-시청자 외연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가장 큰 고민거리다. 연세가 드신 분들이 TV조선을 선호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게 보도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드라마, 예능 등 젊은 연령층이 선호하는 콘텐츠가 보다 적극적으로 편성될 필요가 있다. 젊은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뉴스, 나아가 방송사 이미지를 확립하는 것이 과제다. 뉴스 외 콘텐츠를 강화해야 할 것이고 뉴스와 관련해선 온라인 콘텐츠를 강화할 생각이다. 젊은 분들로부터도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언제나 젊은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고 싶다.”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어느 언론사나 똑같다. 기자가 취재해 오면 사실인지 데스크 검증 과정을 거친다. 다만 역량이 뛰어난 집단이 있는데 반해 아직 부족한 집단도 있다. 그러나 사익을 위해 언론을 나쁜 방식으로 활용하는 집단은 언론일 수 없다. 적어도 우리가 이름을 알고 있는 여러 언론사들은 좋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정치적 지향점이 다르다고 해서 ‘저 언론사 보도는 오보’라고 단정하거나 ‘의도를 갖고 쓴 기사’라고 규정할 때면 마음이 아프다. ‘TV조선은 평화를 바라지 않는 언론‘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평가하지 않았으면 한다. 있는 그대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TV조선은 여러 가능성을 갖고 있는 언론사다. TV조선이 정말 좋은 언론사가 될 때까지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소박한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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