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광역시 구청장 선거에 나온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과거 전력에 논란이 확산 중이다. 울산 중구, 남구, 동구, 북구에 나온 민주당 소속 후보 모두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관련돼 있는 전력이 있는데도 적폐세력 청산 구호를 내걸면서 지역 유권자들을 사실상 속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 출신 인물과 과거 한나라당 소속 단체장까지 역임했던 인물도 포함돼 있어 세불리기에 혈안이 된 민주당의 백태를 보여준다.

울산시 구청장 후보로 나온 민주당 후보는 중구청장 후보 박태완, 남구청장 후보 김진규, 동구청장 후보 정천석, 북구청장 후보 이동권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공하는 이들의 기본정보를 보면 모두 민주당 현 직책이 주요 경력 사항으로 기재돼 있다.

울산 중구청장 박태완 후보의 경우 ‘(현)더불어민주당 중앙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인 걸로 돼 있고 ‘(전)울산광역시 중구의회 의장’을 역임했다고 나온다. 민주당 소속 중구의회 의원으로 의장을 역임한 것처럼 보이지만 박 후보는 당시 새누리당 소속이었다. 박 후보는 2014년 지방선거 때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시의원 선거에 나섰지만 탈락하고 지난해 민주당에 입당했다. 박 후보는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 울산지역 노동공동본부장도 맡았다. 그의 이력 중에 박근혜 후보 울산선대위 자영업자대책위원장 직책도 눈에 띤다.

울산 남구청장 김진규 후보는 ‘(현)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 대통령울산공약신천단특별위원회 부단장’을 맡았다고 돼 있지만 과거 새누리당과 뗄 수 없는 인물이다. 변호사 출신인 김 후보는 특히 지역정가에서 ‘새누리당 변호인’으로 통한다. 자유한국당 울산시장 후보인 현직 김기현 울산시장 아래서 울산시 고문 변호사를 맡았다. 김 후보는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울산시당 법률지원단장도 맡았다.

▲ 왼쪽부터 박태완 울산시 중구청장 후보, 김진규 남구청장 후보, 정천석 동구청장 후보, 이동권 북구청장 후보. ⓒ 연합뉴스
▲ 왼쪽부터 박태완 울산시 중구청장 후보, 김진규 남구청장 후보, 정천석 동구청장 후보, 이동권 북구청장 후보. ⓒ 연합뉴스

울산 동구청장 정천석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으로 기록돼 있지만 과거 자유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 소속으로 동구청장을 지냈다. 정 후보는 지난 2006년 무소속으로 출마해 동구청장에 당선된 후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정 후보는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에 입당했다. 그는 지난 2월 출마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당적 바꾸기 논란과 관련해 “새는 좌우 날개로 난다”고 말했다. 그는 “촛불 정신을 이어받은 민주당이 새로운 중도개혁의 정치세력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는 현직 구청장 시절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 무효가 됐다. 2010년 12월 대법원 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정찬석 울산 동구청장에 대해 “지방선거에 출마할 의사가 있는 피고인들이 해당 선거구민을 상대로 후보 지지도를 묻는 여론조사와 보도를 계획하고 그 비용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는 언론사 편집국강에게 돈을 교부한 행위를 선거법 위반이라고 본 원심 판결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이 판결로 인해 정 후보는 피선권이 5년 동안 제한됐다. 이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민주당에 입당, 이번에 울산 동구청장 후보로 나섰다.

울산 북구청장 이동권 후보는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인사 출신이다. 경찰 출신인 이 후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었을 때 경찰청에서 파견 나와 연을 맺었고, 이후 이명박 대통령 후보 경호대장을 맡았다. 청와대에 입성한 뒤 경호처 가족2부장과 공직기강팀장을 맡았고 국민권익비서관까지 올랐다. 이 후보가 국민권익비서관을 맡을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정실인사, 낙하산 인사라는 언론의 평가가 있었다. 2007년 12월 19일 이명박 전 대통령 당선일날 연합뉴스는 “이명박 대통령을 만든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표를 만들어 이 전 대통령 당선 공신을 정리하면서 이동권 후보를 “가신그룹, 서울시청팀”으로 분류했다. 이 후보는 이명박 정부 국정백서(2008.2~2013.2)의 집필 책임자도 지냈다. 국민권익비서관을 지내면서 고용 복지 분야 집필 책임을 맡았다.

이 후보는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고위 인사를 지낸 것으로만 알려졌는데 박근혜 정부와도 깊은 관계를 맺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민중당·정의당·노동당 진보단일후보 강진희 울산 북구청장 후보는 5일 기자회견에서 “이동권 후보가 박근혜 정권의 경피아(경찰+마피아)로 알려진 경찰청 산하 도로교통공단 비상임이사 출신으로 밝혀졌다”고 폭로했다. 강 후보는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 정보를 인용해 이 후보가 지난 2013년 7월 11일 박근혜 정권의 이성한 경찰청장으로부터 임명 받아 2015년 7월 10일까지 도로교통공단의 비상임이사로 재임했다고 밝혔다.

강 후보는 “이 후보는 이명박의 서울시부터 청와대까지 측근으로 있었던 것도 모자라 박근혜 정권까지 경피아로 군림하며 적폐정권에서 온갖 권력과 혜택을 누렸다”며 “촛불혁명과 적폐청산을 얘기하는 더불어민주당 기초자치단체장 후보로 어떻게 공천되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후보는 지난 1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자신의 전력과 관련해 “30여년 공직자로서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오로지 국민의 명에 의해 국가와 민족을 봉사했을 뿐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 2016년 겨울 촛불시민혁명 때 가족이 함께 참여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자던 시민들과 똑같이 초심을 잃지 않고 살기 좋은 북구, 살고 싶은 북구를 건설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 측은 5일 통화에서 “이 후보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하는데 당시 수행을 잘하고 업무능력을 인정받아서 정치와 상관없이 임명을 받은 것”이라며 “다른 후보들이 문제를 제기해 계속해서 해명을 한 사안이다. 문제가 있었다면 민주당 경선에서도 통과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지역 정가에 밝은 한 관계자는 “울산 구청장 후보로 나온 4명의 민주당 후보를 자유한국당에서는 ‘동지’라고 부른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적폐 청산 구호를 내걸었던 것도 과거에 보였던 행적을 탈색해야 심판론을 비껴가니까 그런 것”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과거 정권과 관련돼 논란이 될 수 있는 인물을 왜 공천했을까. 무분별한 세불리기의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인재영입이란 명분을 들어 대규모 입당을 받으면서 과거 정권과 관련된 인물이 민주당에 들어왔고, 이들이 지역 정가 유력 정치인에 선을 대면서 공천을 통과했다는 주장이다.

특히 울산시 구청장 선거는 전국 기초자치단체장 선거 중 유일하게 진보정당이 약진할 기회였는데 ‘무늬만’ 민주당 소속의 인물들이 선거에 뛰어들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울산은 지난 20여 년 동안 노동자의 도시로 상징돼 왔다. 노동운동과 진보정당 운동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기초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까지 진보정당 소속 인물을 배출시켰다. 과거로 보면 진보정당 대 보수정당의 구도로 선거가 치러졌고, 민주당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적폐청산 구호를 내건 민주당 후보들이 대거 나서면서 삼파전 양상을 띠고 있다.

한 관계자는 “땅값이 오르자 농사 접고 부동산 투기해 졸부가 된 사람들이 나온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 얼굴 팔아서 선거를 하고 있다. 정치꾼들의 기술도 실력이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이들이 대한민국 정치를 논할 자격은 없다. 정치가 이런 식이면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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