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여성정치발전비를 여성정치를 위한 여성국 인건비가 아니라, 여성 당직자에게 사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녹색당은 5일 민주당이 여성정치발전비를 여성정치와 직접 관련 없는 곳에 썼다며 “명백한 보조금 유용이며 허위보고”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여성국은 “여성국 당직자가 아니라 여성 당직자 인건비로 지출된 것이 맞고, 취지에 맞게 쓰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하면서도 “여성 당직자들이 성인지성을 가지고 당무를 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해명했다.

▲ 5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가 민주당의 여성정치발전비 유용 의혹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 5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가 민주당의 여성정치발전비 유용 의혹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5일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 선거운동본부는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서 ‘민주당, 여성정치발전비 유용의혹’ 기자회견을 열었다.

녹색당 발표자료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해 6월에 여성국당직자 인건비로 5640만원을 사용했고, 이는 여성정치발전비에서 지출됐다. 정치자금법 제28조 2항에 따라 원내정당이 받은 정당보조금 중 10%는 반드시 여성정치발전비에 사용해야 한다. 

녹색당은 민주당이 이 금액을 여성국 당직자에게 사용했다고 보고했지만 일부는 여성국이 아니라 조직국에 사용했다고 밝혔다. 그 사례로 여성국이 아닌, 조직국의 정 아무개 공보국장의 인건비가 여성정치발전비에서 지출됐다는 점을 꼽았다.

2017년 6월 민주당이 사용한 여성정치발전비 중 여성국 당직자 인건비 지출내용을 살펴보면, 민주당은 여성국 12명의 인건비를 5640여 만원을 사용했다고 선관위에 보고했다. 그러나 실제 민주당의 조직도를 살펴보면 여성국은 7명의 직원만 있고 그 중 1명은 육아휴직 중이다. 여성국 당직자가 아닌 당직자에 인건비를 사용하고, 여성국 당직자 인건비로 사용했다고 보고한 셈이다. 

▲ 민주당이 선관위에 보고한 여성정치발전비 중 여성국 당직자 인건비 지출 내용. 사진제공=녹색당
▲ 민주당이 선관위에 보고한 여성정치발전비 중 여성국 당직자 인건비 지출 내용. 12명의 여성국 직원에게 인건비가 사용됐다고 보고됐지만, 녹색당이 확인한 경과 이중 일부는 여성국이 아닌 조직국, 홍보국 등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사진제공=녹색당
녹색당은 민주당의 이런 허위보고가 장기간 지속됐을 걸로 봤다. 민주당이 여성정치발전비에서 지난해 6~12월 여성국 당직자 인건비로 지출한 액수는 6월 5640만원, 7월 1억526만원, 8월 5383만원, 9월 1억246만원, 10월 5577만원, 11월 5870만원, 12월 7473만원 등 모두 5억719만원에 달한다.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는 “선거 때마다 거대 정당은 여성 후보를 공천하지 않으면서 후보가 없다는 식의 변명해왔다. 그러나 여성정치인을 발굴하고 지원하는데 사용하라고 국민세금으로 지원하는 여성정치 발전비도 엉터리로 사용하면서, 그런 변명을 해왔다는 것은 참담하다”고 지적했다. 녹색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해당 사안을 조사하고 잘못 사용된 보조금을 환수조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도 여성정치발전비가 여성국 당직자가 아닌 여성 당직자의 인건비로 사용됐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민주당 여성국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여성정치발전비가 여성국 당직자가 아닌 여성 당직자의 인건비로 지출된 점이 있다는 건 맞다”며 “여성정치발전비는 여성의 정치확대를 위한 기금의 목적에 맞게 집행되는 것이 맞고, 앞으로 그렇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민주당 여성국 관계자는 여성국에 근무하지 않는 여성 당직자도 여성정치에 기여하고 있다며 그 의미를 다시 짚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여성 당직자가 여성국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성 인지성 의식을 가지고 일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성국에서 일하는 당직자가 아니더라도 여성 당직자라면 여성정치에 기여하는 의미가 있다는 논리다.

이에 녹색당은 “민주당이 지금까지 여성정치발전비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시정하겠다는 것은 일단 환영한다”고 밝히고, 민주당의 17개 광역단체장 후보 모두가 남성인 게 여성정치발전비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녹색당은 “녹색당의 이 작업은 민주당의 광역단체장 후보 17명 모두 남성으로 나온 결과가 어떻게 된 일인지 확인하려고 시작한 것이며 결국 여성정치발전비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은 것이 드러났다. 이제부터는 기금의 취지에 맞게 사용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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