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MBC ‘PD수첩’ 보도로 성폭력 의혹에 휩싸인 영화감독 김기덕씨가 피해 사실을 증언한 배우들과 PD수첩 제작진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PD수첩 제작진은 반론 기회에 응하지 않았던 김씨가 뒤늦게 법정 대응을 해 유감이라며 충분한 증거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PD수첩은 지난 3월6일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 편을 통해 김씨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여성 배우 3명의 증언과 피해 정황을 뒷받침하는 영화계 스태프들 인터뷰를 전했다.

당시 PD수첩 취재에 응하지 않았던 김씨는 제작진에게 성관계는 있었으나 강압에 의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며 “이것 또한 가정을 가진 사람으로서 매우 부끄럽게 생각하고 후회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씨는 피해를 주장한 배우 가운데 한 명이 본인(김기덕)을 강제추행치상 등 혐의로 고소한 건에서 ‘혐의 없음’ 처분을 받은 뒤 전면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는 지난 3일 김씨가 PD수첩 제작진 등에 대한 명예훼손 고소와 별개로 해당 배우를 무고죄로 고소했다고 보도했다. PD수첩 제작진은 현재까지 수사기관으로부터 정식 연락을 받지 못했다.

▲ 영화감독 김기덕씨(위)와 김 씨가 본인의 성폭력 의혹과 관련해 PD수첩 제작진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일부. 사진=MBC PD수첩 캡처
▲ 영화감독 김기덕씨(위)와 김 씨가 본인의 성폭력 의혹과 관련해 PD수첩 제작진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일부. 사진=MBC PD수첩 캡처

PD수첩 제작진은 김씨와 법정 다툼에서 불리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김기덕 편을 제작한 유해진 MBC PD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김 감독 문제는 다양한 경로로 충분히 취재했기에 소송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 PD와 함께 김기덕 편을 제작한 조성현 PD도 지난 4일 “제작 과정에서 취득한 내용을 증거로 남겨 놨다”고 밝혔다.

다만 유 PD는 이번 고소 건이 알려지면서 피해자들에게 가해질 2차 피해를 우려했다. 유 PD는 “피해자 분들은 큰 용기를 내서 제작진과 만났다. 지난 방송 이후 많은 인터뷰 요청이 왔지만 불필요한 이야기로 번질 것을 우려해 일체 응하지 않았다. 언론에서 자꾸 논란이 되면서 그분들이 또다시 고통을 겪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PD수첩 제작진은 공식 입장을 통해 “취재 당시 제작진의 충분한 반론 기회 부여에도 별다른 반론을 하지 않았던 김 감독이 제작진을 형사 고소한 데 유감을 밝힌다. 수사 기관 조사에서 진실이 드러나리라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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