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삭감 개악’이라 불리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무회의 의결을 통과한 직후 양대노총이 청와대 앞에서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제를 무력화시켰다”고 규탄했다.

정부는 5일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제25회 국무회의를 열고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공포를 앞둔 개정안은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11시30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국무회의는 문재인 정권 스스로 감당하지 못할 악법 중의 악법을 의결했다”고 규탄했다.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6월5일 오전 11시30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최저임금법 개정안 통과 규탄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6월5일 오전 11시30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최저임금법 개정안 통과 규탄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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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은 “국회의원들이 정치적 셈법으로 박근혜에게 명예로운 퇴진을 제안할 때 국민들은 즉각 퇴진을 요구하며 촛불을 들고 싸웠다. 촛불이 100만, 200만으로 번지자 그들은 촛불에 숟가락을 얹기 위해 뒤꽁무니를 졸졸 쫓아다녔다”며 “그런 자들이 이제 권력을 잡았다고 촛불항쟁의 이름 없는 주역이었던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을 뺏어갔다. 인면수심의 파렴치한 자들”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조합원 1000여 명(주최 측 추산)은 같은 시각 청와대 앞 도로 2차선을 점거하고 결의대회를 열었다.

▲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 1000여 명(주최 측 추산)은 6월5일 오전 청와대 앞 도로 2차선을 점거하고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 1000여 명(주최 측 추산)은 6월5일 오전 청와대 앞 도로 2차선을 점거하고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조합원 정다인씨는 무대에 올라 “정부는 연봉 2500만 원 이하 노동자들은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고 하지만 2500만 원 조금 더 받는 노동자들도 남는 돈이 없다. 교통비, 식비, 생활비에다 할아버지 할머니께 용돈드리고 나면 남는 게 없다”며 “당장 우리는 월 10만 원, 20만 원에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정씨는 “문재인 대통령을 통해 정의가 무엇인지를 배웠는데 지금 이것이 정의냐”며 “지금 침묵으로 일관하고 우리 말을 듣지 않고 있다. 소통하는 대통령이라면 답변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한국노총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최저임금법 개정법률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요구해왔다.

한국노총은 “개악법이 이대로 공포되고 시행된다면, 최저임금이 당장 1만원이 되어도 노동자의 임금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며 우리 경제와 사회는 오히려 양극화의 심화와 함께 극심한 노사갈등과 사회적 대립이라는 난관에 부딪힐 것”이라며 “우리 국민이 국회의 입법독재를 막기 위해 대통령에 부여한 거부권의 행사만이 지금의 파국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지난 4일부터 청와대 앞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1일 ‘최저임금 삭감법 폐기와 문재인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청와대 인근에 농성장을 차리고 오는 9일까지 릴레이 단식을 진행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오는 9일에 전국 규모의 규탄 집회를 열고 오는 30일엔 ‘10만 봉기 전국 비정규직 철폐 노동자 대회’를 예정하고 있다.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식비·교통비 등 복리후생비와 매달 지급되는 상여금을 최저임금 산정 기준에 포함시켰다. 당장 내년부터 연간 상여금 472만여원(최저임금의 25%), 복리후생비 132만여원(최저임금의 7%)을 초과하는 수당이 모두 최저임금 산입에 포함된다. 이 경우 계산방식의 변화로 자동 최저임금이 늘어나, 임금이 오르지 않아도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해가는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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