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업계가 네이버를 비판하며 아웃링크 법제화 여론전을 펴지만 정작 이들 토론회에 나온 전문가들은 언론의 자성을 요구했다.

조중동 등 종합일간지를 회원사로 둔 한국신문협회는 지난 4일 ‘네이버 아웃링크 법제화’를 골자로 하는 의견서를 국회와 문화체육관광부에 전달했다. 신문협회는 “포털 뉴스 서비스의 아웃링크를 법령 등으로 규정해 모든 포털이 동일한 규제를 받도록 해야 시장 전체를 일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웃링크는 기사를 클릭하면 포털이 아닌 언론사 사이트로 이동하는 것이다.

앞서 한국신문협회는 지난달 24일 발행인 세미나에서 ‘포털 뉴스서비스 아웃링크 전환의 필요성과 대책’을 발표했다. 한국신문협회 계열 종합일간지의 닷컴사가 소속된 온라인신문협회도 28일 ‘언론과 포털, 동반자인가 적대자인가’ 토론회를 열었다.

▲ 네이버 사옥. ⓒ 연합뉴스
▲ 네이버 사옥. ⓒ 연합뉴스

이들 협회의 토론회와 세미나, 입장 발표가 나올 때마다 소속 매체를 중심으로 보도가 쏟아졌다. 지난 4~5일 이틀 동안 한국신문협회 소속 매체를 중심으로 32개 매체가 한국신문협회의 의견서를 보도했다.

그러나 정작 업계가 주최한 세미나에선 언론이 비판 받았다. 포털이 온라인 저널리즘에 악영향을 초래했고 아웃링크로 개선할 필요성은 있지만 언론이 반성은 하지 않으면서 아웃링크 법제화 같은 무리한 주장을 하는 데 문제제기였다.

온라인신문협회 토론회 발제자인 이완수 동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솔직할 필요가 있다. 여러분은 포털을 논하며 저널리즘 가치를 이야기하지만 그건 표면적 이유고 내막을 들여다보면 모든 게 수익과 연관돼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는 “언론은 오로지 아웃링크만 주구장창 이야기한다. 아웃링크를 강제하자는 법의 입법취지는 무엇인가. 언론사 수익을 높이기 위해서? 그런 입법이 가능한가? 네이버나 다음의 영향력이 줄어들면 독자들이 언론사로 돌아온다는 건 아주 순진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4일 시민단체 오픈넷 창립 5주년 세미나에서 최진응 국회 입법조사관은 “인링크, 아웃링크는사업자가 자체 판단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법적 규제가 온당한지 심사숙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온라인신문협회 세미나. 사진=금준경 기자.
▲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온라인신문협회 세미나. 사진=금준경 기자.
같은 세미나에서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 언론사와 네이버의 관계를 ‘노예제’에 빗대며 “스스로 생존하지 않고 네이버에 전재료를 받아 의존하는 생태계가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이 어떻게 발전하더라도 인터넷 언론은 발전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박경신 교수는 “규제를 통해 아웃링크를 강제하는 건 반대하지만 아웃링크가 인터넷 생태계에 부합하는 제도인 건 맞다. 힘이 강한 자의 허락을 얻어야 뉴스가 주목을 받을 수 있게 한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네이버가 인터넷 공간이 개방돼 있다는 특징을 무시한 채 제휴심사에 통과한 언론사만 검색 결과에 보여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박경신 교수는 “언론의 아웃링크는 각 언론사들이 독자적인 디지털 전략을 모색하는 가운데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포털 논의에 정작 ‘이용자’가 빠져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송경재 교수는 “지금은 모든 언론이 포털을 공격하는데, 포털이 잘못한 건 맞지만 공격만 해서는 안 된다. 이 문제를 뉴스소비자인 시민의 알 권리와 편의성을 중심으로 놓고 논의해야 한다. 언론사, 포털, 학계, 시민단체가 함께 고민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픈넷 세미나에서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역시 “포털과 언론은 문제가 있을 때마다 시민들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논의 구조에서 시민들이 빠지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포털 정책 ‘5개년 계획’과 같은 중장기 방안을 시민이 참여하는 구조 속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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