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공약을 얼마나 지켰을까? 팩트체크 전문매체 뉴스톱이 지난달 30일 문재인 정부 공약 이행도를 한 눈에 알려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지난달 31일 서울 대학로 공공그라운드에서 만난 김준일 뉴스톱 대표는 “미국에 갔을 때 ‘오바마 미터’를 보고 놀랐다. 찾아보니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국가에도 비슷한 서비스가 있었다. IT강국인 한국에 없는 게 이상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미터’(http://moonmeter.kr)는 뉴스톱이 서울대 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아 뉴스타파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서비스를 제작했던 사단법인 코드와 협업해 만들었다. 서비스에 접속하면 지난 대선 때 더불어민주당이 공식 배포한 공약 책자에 담긴 공약 888개의 이행 상황을 한 눈에 보는 그래프가 나온다. 개별 공약을 검색하거나 주제별 묶음 등을 클릭하면 진행 상황을 알 수 있다. 공약은 테마별, 계층별 등으로 분류돼 있다. 청소년, 자영업자, 군 장병, 노년 등 자신의 직업과 계층에 따라 수혜 공약을 모아 볼 수도 있다.

▲ 문재인 미터 서비스화면 갈무리.
▲ 문재인 미터 서비스화면 갈무리.

김준일 대표는 “매니패스토와 다르다. 특정 시점에서 달성률을 평가하지 않고 실시간 점검한다. 대략적인 공약이행 수치만이 아니라 모든 공약을 보게 했다”고 설명했다.

평가 척도는 ‘평가 안 됨’ ‘지체’ ‘진행 중’ ‘변경’ ‘완료’ 등 다섯 가지다. ‘국가 재난 트라우마 센터 설치’는 ‘완료’로 나온다. 국정농단 관련 진상규명 및 보충수사 공약은 ‘진행 중’으로 뜬다. ‘완전국민 경선제도’는 여당에서 전략공천이 이어지면서 ‘파기’로 나온다.

개별 공약분석은 뉴스 콘텐츠이기도 하다. 공약을 클릭하면 ‘문재인 미터 의견’이라는 이름의 글 기사가 뜬다. ‘적폐청산특별 조사위원회(가칭)’ 설치 공약은 현재 진행 상황을 설명하면서 “집권 이후 기류가 바뀐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트럼프 미터의 ‘공약 완료’사항을 보면 파리기후협약 탈퇴가 나와 있다. 공약 이행이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공약을 파기했다고 무조건 나쁜 정치인도 아니다. 수치로만 접근하기보다는 맥락을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맥락은 기사로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해 주요 공약을 중심으로 기사를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공약 분석을 해 보니 모호한 경우도 있었다. “신고리 5, 6호기 건설중단, 어떻게 봐야 한다고 생각하나? 저는 ‘파기’가 아니라 ‘변경’으로 봤다.” 김 대표는 공약을 지키지 않은 파기와 달리 공약을 지키려고 공론기구를 만든 맥락을 고려했다. 그는 “물론 우리의 판단이 잘못됐을 수 있다. 그래서 독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의 판단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하시면 의견을 달도록 했다. 합리적 지적은 최대한 반영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일일이 수작업을 해야 돼 정말 고생했다.” 정부 여당이 공약을 텍스트로 제공하지 않고 이미지 파일로 제공해 일일이 글로 옮겨야 했다. 개별 공약을 살펴보고 검증하는 것도 어려웠다. 시시각각 상황도 변한다. 김 대표는 매일 출근하자마자 문재인 미터를 켜고 공약 이행 상황을 업데이트한다.

▲ 김준일 뉴스톱 대표.
▲ 김준일 뉴스톱 대표.

김 대표는 “그래도 이런 서비스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게 잘 되면 이후에 유사한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 미국에는 ‘공화당 미터’가 있다. 한국에도 ‘문재인 미터’ 뿐만 아니라 박원순 미터가 나오고, 부처별 미터도 만들 수 있다. 다양한 대상에 평가가 이뤄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공약에 관심을 많이 가지면 정치인이 비현실적인 공약을 제시하는 관행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을 거라고 본다.”

뉴스톱은 팩트체크 전문 매체를 표방하며 지난해 6월 창간했다. 다섯명의 기자와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객원 팩트체커 20명이 함께 팩트체크를 한다. 창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뉴스톱은 ‘지식 저널리즘’을 전면에 내세우려고 한다.

“팩트체크와 지식 저널리즘은 크게 다르지 않다. 기본적으로 정확한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는 점이 같고 전문가가 활용돼야 하는 점도 같다. 앞으로 영상 콘텐츠도 고민하고 후원 시스템, 강연 등의 수익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공익성을 놓지 않으면서, 어뷰징하지 않으면서 운영할 것이다. 지속가능한 매체로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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