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그라들지 않는 최저임금 공방

어제 한국개발연구원(KDI)가 '최저임금 인상이 분배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내자 최저임금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로 'KDI 최저임금 1만원 땐, 일자리 32만개 감소'라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도 1면 머리에 '최저임금 1만원 되면 일자리 14만개 감소'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두 신문이 똑같이 '최저임금 1만원'이란 전제를 깔았는데, 조선일보는 줄어드는 일자리가 32만개라고 했고 중앙일보는 14만개라고 했다. 2배 이상 차이 난다.

조선일보 제목 아래엔 '3년간 최대 추정치'라는 작은 글씨가 있다. 원래 연구기관이 숫자를 발표할 땐 범위를 정하는데 조선일보는 최대치를 인용해 제목에 달았다. 발표된 KDI 보고서는 추정치일 뿐인데, 두 신문은 마치 확정된 숫자처럼 표현했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통계에 빠져

조선일보는 KDI 보고서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수준이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의 임금 중간값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2016년 기준 0.5로 프랑스 0.61보다 낮지만 미국 0.35, 일본 0.4, 영국 0.49, 독일 0.47보다는 높았다. 이를 근거로 KDI는 한국이 2020년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릴 경우 이 수치는 0.68로 증가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 될 것"이라며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론을 피력했다.

우리나라 중위임금엔 큰 함정이 하나 있다. 1~4인 사업장 노동자의 통계가 잡히지 않는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얼마나 된다고 그것까지 넣는냐고 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에도 잡히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가 우리나라엔 자그마치 300만명이나 존재한다. 어제까지 최저임금 논란에서 정부가 가장 어려운 처지의 실업자와 자영업자를 빼고 계산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던 게 조선, 중앙일보 아니든가.

ILO는 오랫동안 최저임금이 그 나라의 중위임금의 2/3(0.66)은 돼야 한다고 권고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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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동아일보 3면, 오른쪽은 한겨레신문 17면

동아일보는 재벌연구소, 한겨레는 경제부총리, 경향신문은 가스검침원 주목

최저임금을 둘러싼 공방 속에 신문마다 사용한 이미지를 비교해 보는 것도 의미 있다. 동아일보는 3면에 국제통화기금(IMF)와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재벌연구소인 현대경제연구원 등의 발언을 모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경고'라는 제목의 그래픽을 만들었다. 한겨레신문은 17면에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진을 실었다.

경향신문은 8면 '월 200만원은 받겠다는 희망 사라졌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특수교육실무사, 대형마트 직원, 가스검침원의 생생한 현장 목소리를 담았다. 경향신문의 이미지가 가장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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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8면

조선일보와 한겨레, 자유한국당을 향한 훈수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이 오늘 '보수 폐족 부활하기'란 제목의 칼럼을 썼다. 한겨레 성한용 선임기자도 '이른바 보수가 무너진 세 가지 이유'란 제목의 칼럼으로 자유한국당을 향해 훈수두기에 나섰다. 향하는 방향은 같지만 내용은 사뭇 달랐다.

김대중 고문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보수 야당의 참패는 예견된 것으로 전제하고 여당 들러리로 구차하게 사느니 후일을 기약하며 이번에 참패해 '죽어서 사는 길을 택하라'고 주문한다. 현재로선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보인다. 김 고문은 그 근거로 북미 회담 이후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집권여당에겐 수많은 악재가 예상되기에 후일을 도모하면 충분히 승산 있다고 훈수 둔다.

반면 성한용 기자는 자유한국당을 향해 비겁하고, 오만하고, 무지하다며 몰아 세운다. 성 기자 칼럼은 "(자유한국당이) 참회하지 않으면 심판을 계속될 수밖에 없다"로 끝나고 만다. 별 효과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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