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적폐 청산과 개혁에 대한 요구는 ‘촛불 체제’가 불러온 것이다.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공영언론은 끝 모르게 추락했고 촛불 시민들은 언론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시민들이 문재인이라는 새 리더십을 선택했듯 공영 언론인들도 내부 투쟁으로 전임 경영진을 몰아내고 새 경영진을 받아들였다. 

공영언론의 새 리더들은 ‘과거사 청산’을 시대적 과제라고 선언했다. MBC는 노사 합의로 ‘정상화위원회’를 구성해 과거 적폐를 되돌아보고 있다. KBS에서도 과거 청산 기구 ‘진실과 미래위원회’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연합뉴스도 지난달 1일 인사를 통해 혁신위원회(혁신위)를 발족했다. 연합뉴스는 “보도와 인사의 누적된 폐단을 시정하고 중장기적 발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혁신위를 발족 운영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는 2003년 ‘제2창사위원회’ 등 회사 진로 모색을 위한 TF(태스크포스)를 운영한 적 있지만 과거사를 돌아보는 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합뉴스 혁신위는 노사 공동 기구는 아니다. 다만 위원장을 맡은 이희용 기자는 구성원 추천을 받았다. 이 위원장을 포함해 상근자는 4명. 사안에 따라 소위원회 혹은 TF가 꾸려지면 각 부서 인사들이 비상근 형태로 참여해 확대 운영될 수 있다. 

▲ 이희용 연합뉴스 혁신위원장. 사진=이희용 페이스북
▲ 이희용 연합뉴스 혁신위원장. 사진=이희용 페이스북
이 위원장은 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그동안 연합뉴스에서 빚어진 불공정 보도, 부당 인사 논란들을 다시 살펴보면서 재발 방지 대책을 모색하고 책임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선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부당 인사와 불공정 보도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다시 확인하면서 성찰 기회로 삼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불과 한 달 전에 출범한 기구라 당장의 성과는 없지만 △인사 혁신 △콘텐츠 혁신 △조직 혁신 등 크게 세 가지를 중심으로 과거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비전도 제시할 전망이다.

내부 구성원 기대도 적지 않다. 홍제성 전국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장은 4일 “과거 적폐 청산과 관련해 조합원뿐 아니라 전체 구성원이 공감할 수 있는 정도의 결과물을 내길 바란다”며 “사내 인사나 조직 차원에서 비효율적이고 불합리한 부분이 적지 않다. 기존 제도나 구조에 잘못된 부분은 없는지 되짚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래는 이희용 위원장과 일문일답.

- 혁신위 출범 배경은?

“촛불 정국 이후 정권이 교체됐다. 공영언론 경영진도 교체됐다. 최근 몇 년 사이 회사 내부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연합뉴스 보도 공정성이 후퇴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우리 보도와 위상에 대해 자성할 필요가 있다. 사내 소통이나 민주화, 추락한 신뢰도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전제돼야 장래를 모색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

- 무슨 일을 하는 건가?

“크게 보면 콘텐츠, 조직, 인사 혁신 등 분야별로 혁신 과제를 집중 논의할 것이다. 설문조사를 통해 내부 이야기를 취합하고 외부 의견도 들었다. 아직 아이디어를 모으고 청취하는 단계다. 결과물이 나오기엔 이른 시점이다. 구체적으로 말씀 못 드리는 점 이해해 달라.(웃음)”

- 내부 과거사 문제를 다루나?

“KBS와 MBC는 과거사 청산에 무게가 실려 있다. 우리는 미래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혁신 방안을 내놓기 위해선 현 주소를 돌아봐야 한다. 불공정 보도, 부당 인사 등 논란이 있었던 부분을 들여다보고 재발 방지 대책을 모색할 전망이다. 책임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선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민과 독자들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다면 회사 차원에서 사과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성찰 기회로 삼자는 취지다.”

- 대표적 사례가 있다면.

“연합뉴스의 대표적 불공정 보도 사례로 꼽는 것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리즈다. 어떤 과정을 통해 그런 보도가 이뤄졌는지 물어보고 확인하는 과정이 있었다.”

- 과거 경영진(박노황 전 사장)에서 부당 인사 논란이 적지 않았다.

“불공정 보도는 징계·발령 등 인사에 대한 부당한 위협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인사 및 콘텐츠 혁신과 맞물려 있다. 제도적 보완도 필요해 보인다.”

- KBS·MBC 사례를 보면 과거 청산에 대한 사내 반발이 적지 않다.

“일부 비난과 불만이 불가피할 수 있다. 또 결과가 미흡하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저널리즘 원칙에 따라 합당한 수준의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제 출범한 지 막 한 달 됐다.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이 과정은 뉴스에이전시, 국가기간뉴스통신사 등 연합뉴스의 공적 역할을 재정립하는 시간이 될 거다. 아울러 전체 미디어 시장 생태를 되돌아보고 타 언론사와의 상생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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