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공릉동 살인사건’의 유일한 생존자가 실제로는 살인자일 수 있다는 취지로 방송을 내보냈던 SBS제작진이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혐의 없음’ 판단을 받았다. 서울북부지방검찰청은 5월28일 SBS ‘궁금한 이야기 Y’ 제작진의 명예훼손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앞서 해당 프로그램은 2015년 10월9일자 ‘노원구 살인 사건, 군인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이 가리키는 것은’편에서 양석주씨의 약혼녀 박아무개씨의 비명소리 시간 등을 조작해 마치 군인 장아무개씨가 박씨를 도와주기 위해 양씨 집에 들어갔다가 양씨에 의해 살해당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방송했다. 양씨는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제작진을 형사 고소했다.

장씨는 그해 9월24일 새벽 5시28분경(골목 설치 CCTV기준) 양씨 집에 침입해 약혼녀 박씨를 잔인하게 살해했다. 5시34분경 격투 끝에 장씨를 물리친 양씨는 밖으로 나와 사람들에게 “여자 친구가 죽게 생겼다”, “이건 묻지 마 살인”이라며 도움을 요청했다. 이후 양씨는 정당방위가 인정돼 장씨의 살인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았다.

▲ 2015년 공릉동살인사건 현장. ⓒ연합뉴스
▲ 2015년 공릉동살인사건 현장. ⓒ연합뉴스
해당 방송에선 인근 주민 오아무개씨의 증언을 인용해 “살려주세요 소리를 정확하게 내가 카톡을 막 넣고 있을 때 들었다. 27분이었다”고 내보냈다. CCTV는 실제 시간보다 3분이 느려서, 장씨가 양씨 집에 들어간 시간은 5시28분이었다. 오씨의 증언이 맞다면 비명소리가 들린 이후 장씨가 양씨의 집에 들어간 셈이었다. 이에 따라 해당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양씨가 약혼녀 박씨를 살해한 뒤 장씨마저 살해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갖기 충분했다.

양씨는 해당 방송을 두고 “(SBS가) 나를 정당방위만 강조하는 파렴치하고 냉소적 인간으로 묘사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SBS제작진은 “오아무개씨는 자신의 기억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하면서도 계속해서 처음 비명소리를 들은 것이 5시27분경이라고 진술했다”며 “방송의 전체적인 내용은 의혹이 있다면 공정하고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는 것이지, 양씨가 두 사람을 살해했다고 범인을 특정해 방송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 게티이미지.
▲ 게티이미지.
이에 대해 검찰은 불기소이유서에서 “오아무개씨가 인터뷰 과정에서 비명소리를 들은 시간에 대해 5시27분경에서 5시30분경 사이라고 번복했음에도, 방송에 5시27분경 비명소리를 들었다고 진술하는 부분만 내보낸 것은 사실이다”라고 인정하면서도 “(방송의 목적이) 철저한 수사 촉구를 하는데 있다고 보이고, 방송내용이 허위이거나 (제작진이) 방송 내용이 허위임을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은 장씨의 살인동기 등이 명확하지 않아 언론보도가 계속되는 상황으로 공공의 이익도 인정된다”며 명예훼손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양석주씨는 항고의사를 밝혔다. 양씨는 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사건 당시 여자친구는 ‘살려주세요’라고 외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살려주세요’라고 외쳤다고 증언하는 건 오씨밖에 없다. 그런데 검찰은 오씨를 불러 조사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한 뒤 “SBS가 방송제작과정에서 자행한 범죄행위를 밝혀내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씨는 “SBS는 나를 범인으로 특정하지 않았지만 방송 이후 전 국민이 나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SBS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있다. 이러면 나 같은 방송피해자가 또 나올 수 있다”며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앞서 2017년 10월 양씨는 SBS 제작진을 형사 고소했다. 양씨는 고소장에서 “경찰 수사단계였고 국과수 결과 발표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비보도 약속을 어겨가며 나를 약혼녀를 죽이고 비명소리를 듣고 도와주려고 들어온 사람까지 살해한 살인마로 지목해 수사에 방해를 가하고 수없이 많은 조작으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가했다”며 “공익성을 빌미로 여론재판, 여론살인을 가한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엄벌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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