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은 1일 오전 서울 중구 정수장학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일보 대주주인 정수장학회가 부산일보 안병길 사장을 물러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병길 부산일보 사장의 부인인 박문자 씨는 이번 지방선거에 부산 해운대구 제1선거구에 자유한국당 후보로 출마한다. 부산일보 안팎에서 보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안 사장이 이를 부인하며 보도 개입이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사내에서 해결이 되지 않자 부산일보 지분 100%를 소유한 대주주 정수장학회에 안 사장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 2017년 6월16일자 부산일보 1면
▲ 2017년 6월16일자 부산일보 1면

언론노조는 과거에 부적절한 보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지난해 6월16일자 부산일보 1면 사진기사를 지적했다. 해당 기사는 지역 아마추어 골프대회에서 안병길 부산일보 사장, 김삼천 정수장학회 이사장, 부산시 관계자 등이 골프 시타 하는 모습을 담았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안 사장은 자신을 사장으로 선임한 대주주의 김삼천 이사장과 골프를 치는 모습을 담는 등 지면을 사유화했다”며 “이것만으로도 사장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배성재 서울신문통신노조협의회 의장은 “부산일보는 지역 최대 언론사로 중앙지급인데 1면에 발행인과 대주주가 골프치는 사진이 나오는 게 바람직한 일이냐”고 비판했다.

지면 사유화 뿐 아니라 언론의 역할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언론이 권력과 함께 골프를 칠 게 아니라 지역·대기업 권력을 감시해야 했다”며 “동정 정도로 들어갔어야 하는 골프대회를 1면에 싣는다는 발상이 놀랍다”고 말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일 서울 중구 정수장학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주주 정수장학회가 안병길 부산일보 사장을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일 서울 중구 정수장학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주주 정수장학회가 안병길 부산일보 사장을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이날 참석자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부산일보 언론노동자들은 1988년, 2007년, 2011~2012년 ‘숙명적 여당지’를 자처하던 당시 사측이나 정수재단, 박근혜 전(前) 정수재단 이사장에 맞서 ‘편집권 독립’을 기치로 투쟁했다. 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와 부산일보기자협회는 공정보도를 지키기 위해 안 사장의 결단을 촉구했지만 안 사장은 ‘현실화되지 않은 걱정과 우려만으로 정치 쟁점화 하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자기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대식 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장은 “과거에도 공화당, 민정당, 신한국당 등을 거치며 여당지라며 각종 칼럼과 기사에서 편향됐다는 말이 끊임없이 나왔는데 이젠 사장 배우자가 직접 빨간 조끼입고 뛰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부산일보 노조와 기자협회는 지난달 31일부터 안 사장 이후 지면 사유화와 편향 보도를 조사하고 있다.

대주주인 정수장학회에도 책임을 물었다. 정수재단은 부산일보 지분을 100% 가졌다. 언론노조는 “상법과 재단 정관에 명시된 대로 안 사장은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다하여, 충실하게 회사의 업무를 집행해야 한다’는 충실 의무를 지지만 배우자 출마로 부산일보의 공정성 훼손 우려는 현실화된다”며 “정수재단은 이에 상응하는 조처를 취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김환균 위원장은 “정수장학회는 안 사장을 선임했고, 그간 주주로서 선한 관리자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공익 목적에 맞게 안 사장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소장은 “근본적으로 정수장학회의 역할을 묻고 싶다”며 “적폐청산과 사회개혁을 하고 있지만 정수장학회가 원주인에게, 공익 재산으로 환원하지 않는 한 적폐청산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 1일 오전 서울 중구 정수장학회를 찾아 전대식 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장(가운데)과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오른쪽)이 안병길 부산일보 사장에 대한 문제점을 전달하며 이사장 면담 등을 정수장학회 측(왼쪽)에 요청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1일 오전 서울 중구 정수장학회를 찾아 전대식 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장(가운데)과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오른쪽)이 안병길 부산일보 사장에 대한 문제점을 전달하며 이사장 면담 등을 정수장학회 측(왼쪽)에 요청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언론노조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정수장학회를 찾아 이사장 면담을 요청하고 기자회견의 취지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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