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무슨 YTN 특집인가”, “YTN이 왜 필요한 것인지 모르겠다.”

31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에 심의 안건으로 무더기 상정된 YTN 보도를 두고 방통심의위 위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연이은 YTN 오보에 심의위원들은 관계자 ‘의견 진술’을 의결하는 등 구체적 사실 관계 파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안건으로 상정된 YTN 보도는 △지난 3월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군축’(군비축소) 발언을 했다는 기사(3월31일) △YTN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출국금지 오보(4월15일) △세월호 희화화 논란을 부른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 관련 보도(5월10일) △북한군 장교와 주민이 귀순했다는 보도(5월19일) 등이었다.

이 가운데 김 전 원장 출국금지 오보에는 행정지도인 ‘권고’ 결정이 내려졌지만 나머지는 관계자 의견 진술이 필요하다는 ‘의견 진술’ 결정을 내렸다. 의견 진술은 방송사 재승인 심사 등에 벌점이 부과되는 ‘법정 제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 지난 3월31일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천해성 통일부 차관에게 군비축소 회담(‘군축’)을 언급했다는 내용의 보도가 오보라는 지적에도 YTN은 자사 보도를 수정·삭제하지 않았다. 사진=YTN 리포트 갈무리.
▲ 지난 3월31일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천해성 통일부 차관에게 군비축소 회담(‘군축’)을 언급했다는 내용의 보도가 오보라는 지적에도 YTN은 자사 보도를 수정·삭제하지 않았다. 사진=YTN 리포트 갈무리.
YTN은 지난 3월31일 “[단독] 北 ‘8월15일 군축회담 열자’… 돌출 발언?”이라는 리포트에서 “엊그제(3월29일) 남북 고위급회담에 북측 대표로 참석했던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오는 8월15일에는 남과 북한이 군비축소에 관한 회담을 열자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YTN 보도를 보면 리 위원장이 남측 천해성 통일부 차관에게 ‘군축합시다’라고 말했는지 아니면 ‘경축합시다’라고 했는지 분명하지 않다. YTN은 ‘군축’으로 단정했지만 당시 통일부는 해당 발언을 ‘경축’이라고 반박했다. 이를 보도한 김주환 YTN 기자는 미디어오늘에 “(보도가 맞는지) 8월15일까지 기다려보라”며 오보가 아님을 강조했다.

보도 영상을 직접 소위에서 재생해 논란의 발언을 확인한 심의위원들은 “군축으로도, 경축으로 들려 헷갈린다”며 의견 진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윤정주 위원은 “군축이라면 굉장히 중요한 얘기인데 YTN만 다뤘을 리 없을 것”이라며 “YTN이 잘못 들은 것 같은데 의견 진술을 들어보고 (제재 여부를) 결정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YTN ‘이브닝뉴스’는 세월호 뉴스 화면 위에 ‘어묵’ 자막을 넣어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MBC ‘전참시’ 소식을 전하며, ‘MBC 제작진의 카카오톡 대화’ 화면을 띄운 것도 도마에 올랐다. MBC 제작진들은 단체 카톡방에서 세월호를 언급한 적이 없는데도 YTN이 이를 임의로 재구성해 논란이 됐다. 

심영섭 위원은 “YTN은 24시간 보도 전문 채널로, 한 번 보도한 기사를 반복해서 보도한다”며 YTN 보도가 미치는 파급을 강조했고 “의도성 여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해상으로 북한군 장교와 주민이 귀순했다는 19일자 YTN 오보도 무책임하다는 지적이다. YTN 이날 오전 “서해상으로 북한 장교·주민 귀순”이라는 속보를 띄웠지만 귀순자 2명은 모두 민간인이었다. YTN은 뒤늦게 “이들 가운데 1명은 귀순 직후 북한군 장교라고 주장했지만 관계 당국은 2명 모두 북한 주민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심 위원은 이 보도를 심의하며 “북한군 소좌가 귀순하는 것과 북한 주민이 귀순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라며 “북한군 귀순이라고 속보를 내놓은 뒤 은근슬쩍 아니더라는 식으로 보도하면 끝인가. YTN이 필요한 이유를 못 찾겠다. 공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멋대로 떠들라고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YTN 관계자들의 의견 진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5월19일자 TV조선 보도화면 갈무리.
▲ 5월19일자 TV조선 보도화면 갈무리.
한편 오보 논란에 휩싸인 TV조선의 ‘북, 미 언론에 취재비 1만달러 요구‘ 보도도 ’의견 진술‘로 결론 났다.

TV조선은 지난 19일 북한이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 관련 취재비로 미국 언론에 1인당 1만 달러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는 외신기자 증언이 나오면서 오보 논란에 휩싸였다.

이 보도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9일 “보도대로라면 북한은 상종하지 못할 존재다. 전 세계를 상대로 사기극을 벌이고 거액을 뜯어내는 나라가 돼 버리고 만다. 만약 북한이 아닌 다른 나라를 이런 방식으로 묘사했다면 당장 법적, 외교적 문제에 휘말렸을 것”이라고 비판했고 TV조선은 “복수의 외신기자를 상대로 취재해 보도했다. 이 같은 내용을 구체적으로 증언한 취재원과의 대화 녹취록과 이메일도 보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심의위원들은 취재 경위 등 TV조선 측 입장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광삼 위원은 “다른 외신 기자들이 취재비를 요구받지 않았다고 해서 TV조선 보도가 반드시 오보라고 단정할 순 없다”고 말했다. 심 위원도 “상반된 주장이 대립되는 상황이니 의견 진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의위원들은 북한 풍계리를 직접 취재했던 외신 기자와 언론사들에 사실 여부를 묻는 질의를 보내기로 했다. 전 위원은 “의견을 내기 곤란한 측면이 있다. 청와대 대변인이 특정 언론사의 특정 기사에 대해 논평하지 않았다면 자유롭게 심의했을 것인데 지금은 신경이 쓰인다”며 “그런 이야기를 (대변인이) 하는 것이 바람직했는지 잘 모르겠다. 의견 진술을 듣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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