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29일 자신 명의의 논평을 통해 조선일보와 TV조선 보도를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비난한 배경에 관심을 모은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조선일보 계열 언론의 오보성 보도가 도를 넘어 문재인 정부의 중재자 역할에 걸림돌이 있다고 판단해 적극 대응한 것이라는 해석이 일반적이지만 남다른 속사정이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김 대변인의 논평은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하거나 직접 지시에 따른 게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민소통수석실 한 관계자는 “대변인 논평이 협의 없이 나가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TV조선과 조선일보는 각각 회사 명의의 성명과 정치부 기자의 수첩 형식으로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반박했다. 이후 청와대는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김의겸 대변인 명의의 논평이 던지는 파장은 컸다. 당장 TV조선의 방송통신위원회의 재승인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조선일보 계열 언론과 전쟁을 시작하려는 전초전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왔다.

조선일보와 TV조선 보도는 대변인 논평이 나오기 전 일주일 사이에 일어났다. 과거 같으면 이 같은 보도가 여론에 영향을 미쳤을 테지만 이번엔 오보 논란이 더 컸다. 국정원이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북한에 갔다는 내용은 발빠르게 청와대가 부인했다. 조선일보 보도가 사실이라 해도 ‘비밀 정보’에 해당하는 내용이라서 사실을 판가름하기 어렵다. 풍계리 취재진에 북한이 만 달러를 요구했다는 내용은 취재진에 대한 직접 취재가 없었고, 외신 기자들 증언에 따르면 오보로 드러나고 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현장에 연막탄을 피운 흔적이 발견됐다는 보도는 착오에 따른 명백한 실수다.

김 대변인이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조선일보 계열 언론의 오보성 보도를 종합해 북한발 언론 보도의 신중함을 상기시켜려는 목적에 따라 논평을 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 대변인과 조선일보와 악연도 거론된다. 조선일보는 김 대변인의 ‘멘트’를 활용하는 작법의 기사로 청와대를 궁지로 모는 보도를 한 적이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4월 김 대변인은 김기식 전 금감원장의 해외출장 대가성 의혹에 대한 백브리핑에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으로서는 실패한 로비”라고 말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예산으로 김 전 금감원장이 국회의원 당시 유럽 현장 답사를 다녀왔지만 연구원 사업은 반영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김 대변인은 “실패한 로비”라는 발언이 주는 뉘앙스를 “적절한 표현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정정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실패한 로비”라며 靑, 김기식 감싸기>라는 1면 기사로 김 대변인의 백브리핑 발언을 ‘볼모’삼아 청와대를 비난했다.

이에 김의겸 대변인은 “제가 표현이 부적절했다는데 말꼬리를 물고 늘어졌다고 생각한다”며 조선일보의 보도에 유감을 나타냈다. 그러자 조선일보는 이 같은 말을 또다시 <조선일보 김기식 기사에 “기사 쓸 게 없구나” 비꼰 靑 대변인>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1등 신문의 자존심’을 짓밟아버린 청와대 대변인의 발언에 발끈해서 쓴 기사라는 평가였다.

김 대변인은 “대변인이 기자들과 백브리핑에서 좀 거칠게, 자유롭게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쓴 걸 물고 늘어지며 기사를 쓰는 건 상도의에 어긋난다는 생각”이라고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애초 김의겸 대변인이 논란이 될 표현을 써서 상황을 자초했다는 게 조선일보의 입장이었지만, 김 대변인은 발언을 ‘꼬투리’ 잡아 문제를 키운 언론의 전형적인 논란 만들기로 봤다.

사실 청와대가 김의겸 대변인을 발탁한 것은 ‘잘못된’ 언론 보도에 적극 대응 하려는 측면이 컸다. 기자 출신 2기 김의겸 대변인과 정치인 1기 박수현 대변인은 캐릭터에서 확연히 차이가 난다. 박 대변인이 정권 비판 언론보도에 유연한 대응했다면 김의겸 대변인은 얼굴을 붉히는 한이 있더라도 정면 질타하는 성격이다.

김 대변인이 내놓은 논평 중에는 조선 뿐 아니라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그리고 외신보도까지 사실관계에 기초하지 않은 보도라고 지적하며 언론 보도의 기본원칙을 강조하는 내용도 적지 않았다.

▲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 연합뉴스
▲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 연합뉴스

중앙일보가 4월 “문 코드 등살에 외교안보 박사들 짐싼다”라는 내용을 보도하자 김 대변인은 “사실관계를 심각하게 뒤틀어 쓴 기사”라며 “근거가 없고 이치에도 맞지 않는 것을 억지로 끌어다 기사를 구성했다”고 비판했고, 북한이 남북대화와 핵 동결을 할 용의가 있다며 수십조원의 현금 지원을 요구했다는 동아일보 칼럼에는 “이걸 사실이라고 믿었다면 어찌 1면 머릿기사로 싣지 않은 건가”라고 정면 반박했다.

김 대변인이 사실과 맞지 않다고 보는 주류 언론의 보도에 할 말을 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조선일보 계열의 오보성 보도에 대한 논평도 특별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정부를 대변하는 청와대 대변인과 주류 언론이 서로 밀리지 않겠다는 신경전이 표출됐다는 분석이다.

이와 맞물려 청와대는 기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했던 관계자의 백브리핑에도 변화를 주면서 여러 해석이 나온다. 김 대변인은 청와대 출입 기자단과 협의해 6시 30분 백브리핑을 11시로 옮기기로 했다.

김 대변인은 올해 2월 취임해 새벽 청와대 기자들을 만나는 자리를 정례화했다. 아침자로 보도된 내용을 놓고 청와대 입장 등을 설명하고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했다. 새벽마다 개별 언론과 전화로 청와대 입장을 설명하면서 청와대발 기사가 매체별로 차이 나는 현상이 발생했는데 이에 대한 격차를 줄이려는 취지도 반영됐다.

하지만 김의겸 대변인의 새벽 브리핑은 기자들 사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브리핑 내용이 청와대 다른 관계자의 말과 내용이 미묘하게 엇갈리는 상황도 종종 발생했다. 기사꺼리가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왔고, 김 대변인의 표현을 둘러싼 논란까지 일었다.

언론은 하나라도 사실관계를 캐묻기 위한 자리로 활용했지만 만족할만 답을 얻지 못했고, 김의겸 대변인도 기자들의 이해를 돕는 자리보다 자신의 발언을 기사화해 문제가 되는 등 오히려 언론과 관계가 악화되는 상황도 벌어졌다.

청와대 출입 기자단은 현안점검회의 등을 통해 보다 충실한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대변인과 협의해 시간을 변경했다지만 결국 새벽 브리핑 내용에 대한 기자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김 대변인 스스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김의겸 대변인은 스스로 자신의 역할이 언론에 대한 적극 대응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브리핑 내용에 대한 언론의 해석 보도는 처음부터 감안해서 표현할 필요가 있다. 변하지 않은 것은 청와대의 공식적인 입은 대변인이라는 점이다. 종종 대변인과 다른 말이 나오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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