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검찰 과거사위원회(위원장 김갑배)가 재수사를 권고한 ‘장자연 리스트’ 사건 중 강제추행 혐의를 받았던 조선일보 전직 기자가 미디어오늘에 “조사를 성실히 받을 테니 성원해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1995년부터 9년간 조선일보 기자를 하다가 장자연 사건 당시 국내 한 사모투자전문회사 상무이사로 재직 중이었던 조아무개(49)씨는 3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장자연 사건 관련 검찰 과거사위의 재수사 권고 결정에 “드릴 말씀이 없는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그는 검찰이 9년 전 불기소 처분한 자신의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기로 한 점에는 “내 입장은 걱정 안 해줘도 된다. 조사를 성실히 받고 열심히 할 테니까 성원해 달라”고 했다. 공소시효 관계로 본인의 재수사 결정이 먼저 났지만, 장자연 사건에서 더 중요한 관련자들이 많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검찰 수사) 방향이 어쨌든 간에 개인 문제”라고 말했다.

앞서 검찰 과거사위는 검찰 과거사 조사대상 사건 중 ‘장자연 리스트’ 사건에서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강제추행 혐의를 검찰에 재수사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故 장자연씨 영정이 그의 발인인 지난 2009년 3월9일 오전 성남시 분당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을 떠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故 장자연씨 영정이 그의 발인인 지난 2009년 3월9일 오전 성남시 분당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을 떠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과거사위가 말한 강제추행 사건은 지난 2009년 3월7일 이른바 ‘장자연 문건’을 남기고 숨진 신인배우 고(故) 장자연씨가 2008년 8월5일 자신의 소속사 대표 생일날 가라오케 술집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는 목격자의 진술이 당시 검·경 수사로 확보된 건이다. [관련기사 : 장자연 성추행 조사받던 조선일보 전직 기자 ‘의문’의 무혐의]

하지만 이 사건을 수사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김형준 검사)은 2009년 8월19일 불기소 처분으로 결론 내렸다. 검찰은 장자연 사건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조씨를 비롯한 14명의 성매매·성매매 알선·강제추행·강요방조 등 13개 혐의를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과거사위가 장자연 리스트 사건 전체를 본 조사 대상 사건으로 선정하기 전에 강제추행 사건만을 우선 재수사 권고한 이유는 강제추행의 공소시효(10년)가 오는 8월4일 만료되기 때문이다.

과거사위는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이 장자연 리스트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공소시효가 임박한 피해자에 대한 강제추행 부분을 집중적으로 검토했다”며 “위원회는 이 사건의 공소시효가 임박했으므로 검찰에서 피해자에 대한 강제추행 사건을 재기해 재수사를 통해 사안의 실체를 명확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지었다”고 밝혔다.

▲ 지난 2009년 3월7일 신인 배우였던 장자연씨가 자신의 이름과 사인, 지장 날인이 적힌 자필 문건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진=노컷뉴스
▲ 지난 2009년 3월7일 신인 배우였던 장자연씨가 자신의 이름과 사인, 지장 날인이 적힌 자필 문건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진=노컷뉴스
과거사위에 따르면 대검 진상조사단 검토 결과 당시 검찰은 적극적인 허위진술을 한 것이 피의자(조씨)임에도, 현장에 있었던 핵심 목격자의 진술이 허위라고 판단하면서도 그 동기에 대해 아무런 확인을 하지 않았다.

진상조사단은 또 검찰이 전체적으로 일관성이 있는 핵심 목격자의 진술을 배척한 채, 신빙성이 부족한 술자리 동석자들의 진술을 근거로 불기소 처분한 것이 증거 판단에 있어 미흡한 점이 있고 수사 미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과거사위는 “진상조사단의 증거관계와 진술에 대한 비교·분석이 면밀히 이뤄졌고, 수사 과정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도 타당하다”면서 “우리는 진상조사단의 의견을 수용해 이 사건 재수사를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장자연 사건 중 공소시효가 임박해 과거사위가 검찰에 신속한 재수사를 촉구했음에도 검찰은 아직 이 사건 조사를 위한 수사팀을 꾸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 관계자는 “수사팀 구성 문제는 위원회 권고 이후 법무부와 대검의 통상적 절차에 따라 이뤄지는 과정 중에 있다. 대검에 관한 부분은 법무부가 직접 알 수는 없고 곧 대검에서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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