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과 임원들의 ‘상품권 깡’ 수법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과 관련,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도중에 돌연 KT가 해당 관련 임원들을 상대로 자체 특별감사에 들어갔다.

이를 두고 KT가 적당한 선에서 관련자 징계와 관행 개선으로 자체 마무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칫 수사에 혼선을 주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다. 이에 KT는 개인이나 업무상 생긴 문제를 살피는 건 당연하다고 밝혔다.

 KT의 한 관계자는 29일 KT 윤리경영실이 지난 25일부터 대관업무를 담당하는 CR부문 실장과 담당 임직원을 대상으로 법인카드 사용과 상품권 깡 관련 업무 전반에 걸친 특별감사에 들어갔다고 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그동안 (상품권 깡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언론에도 알려졌고, 경찰도 수사하고 있다. 경찰 수사처럼 윤리경영실도 KT 업무 경영을 감사할 수 있다. 이를 업무 특수감사라고 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내에서 윤리(감사)실에서 (감사업무를) 볼 수 있다. 하나는 내부(에서)고, 하나는 경찰이니 방향이 같을지 모르겠지만, (감사업무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감사 내용은 “경찰 수사와 비슷하다”고 답했다. 그는 감사 대상 인력을 “10여 명 정도 되고, 경찰 수사선상에 오른 사람 중 참고인 조사를 받고 온 분도 있고, 아닌 분도 있다. 내부 감사는 잘해보자는 의미에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황창규 KT 회장이 지난달 17일 오전 정치자금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서대문 미근동의 경찰청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황창규 KT 회장이 지난달 17일 오전 정치자금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서대문 미근동의 경찰청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는 시스템이나 관행을 개선하려는 감사이냐는 질문에 “그렇다. CR(부문 임원들)이 이해관계자들을 어떻게 대응했는지에 대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황창규 회장의 지시인지를 묻자 “회장이 지시할 수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개인의 업무나 비즈니스가 잘 안되면 감사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이 대대적인 수사를 하고 있는데, 거의 동일한 대상을 특별감사 하는 게 수사에 혼선을 줄 수 있지 않느냐는 우려에 이 관계자는 “검경이 과연 혼선을 받겠느냐”며 “이 사건은 보는 각도에 따라 해석이 분분하다. 회사 내부에서 미션은 개인의 문제나 비행이 있는지 (감사) 하는 건데, 경찰이 혼선을 빚을 리가 있느냐”고 설명했다.

앞서 황창규 회장은 지난달 경찰에 출석해 조사 받으며 관련혐의를 부인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했다. 따라서 황 회장의 주장에 끼워맞추기 위한 감사가 아니냐고 묻자 이 관계자는 “그렇지 않다. 요즘 세상에 어떻게 하늘을 가리느냐. 그렇지 않다고 본다. 그렇게 하면 (결과가) 좋지도 않고, 오래 가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이 상품권 깡 수법으로 국회 상임위원 등에 불법 기부를 했다는 혐의로 진행하는 수사내용을 시인하는 것이냐는 질의에 이 관계자는 “말씀드리기 어렵다.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이해관 KT 새노조 대변인은 29일 밤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윤리의식 자가진단이라는 명목으로 임직원들의 일탈행위를 감사한다는데 내부에선 이것이 황창규 회장 자신은 면피하고 빠져 나가려는 것으로 본다. 이전 회장과 달리 황 회장은 임원들이 상품권 깡을 하는 방식으로 불법후원하게 해놓고 정작 자신은 빠져 나가려고 이런 감사를 한다는 것 때문에 연루된 당사자들이 펄펄 뛴다”고 전했다. 이 대변인은 “내부감사를 제대로 하려면 황 회장의 연루를 밝혀내기 위해 해야 한다. 황 회자에게 면죄부 주려는 건 윤리의식을 더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황창규 KT 회장이 경찰에 소환되기 전날인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KT 광화문지사 앞에서 KT전국민주동지회 관계자가 황 회장 구속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황창규 KT 회장이 경찰에 소환되기 전날인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KT 광화문지사 앞에서 KT전국민주동지회 관계자가 황 회장 구속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찰은 황창규 KT 회장 등에게 제3자 뇌물 혐의 적용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관계자는 29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KT가 박근혜 정부시절 여권 유력 의원이 추천한 비전문가들을 고문으로 채용하고, 많은 급여를 주고 이들 의원의 지역구 시설에 지원했다’는 MBC 뉴스데스크 보도내용(24일)에 “그 부분도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지능수사대 관계자는 의원 낙하산 채용 혐의에 “아직은 초기 단계여서 중요하다 안하다 판단하기 이르다. 확인을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 MBC 보도처럼 정황이 보여서 확인 중에 있다”고 밝혔다.

특히 드루킹 수사와 남북미 정상회담 이슈, 이철성 경찰청장의 6월 말 임기 만료 등이 겹쳐 KT 수사가 진전되지 않으면서 이대로 묻히는 것 아니냐는 KT 내부 분위기와 관련해 이 경찰 관계자는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그런 분위기라는 주장은 KT의 희망사항 아닐까 생각된다. KT에서 그런 얘기가 일부 나도는데 정치자금법 후원금 사건도 끝난 게 아니고, 남북회담 드루킹 사건과 전혀 무관하게 조사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묻히거나 할 사건이 아니다. 사건을 덮는다는 건 있을 수 없다”고 역설했다.

황창규 회장이 지난달 소환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한 것과 관련해 이 관계자는 “혐의유무의 판단은 진행중이지만, (황 회장의) 진술만 갖고 수사하는 것은 아니다. 최대한 조사한 것 갖고 잘 판단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조사 받았던 KT 임원들에도 추가조사 중이다. 이 관계자는 “추가로 필요한 부분에서 일부 추가조사 중”이며 “항상 추가소환 가능성이 있고, 마무리 될 때까지 계속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KT 윤리경영실이 자체적으로 특별감사에 들어간 것에 “내용자체를 모른다”고 말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KT 임원들이 2014~2017년 회사 돈으로 국회의원 90여 명에게 모두 4억3000여 만 원을 불법 후원한 혐의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정치권에 이 같은 불법 정치자금 기부한 사실을 황창규 회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보지만 황 회장은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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