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폰(메스암페타민) 투약 혐의로 경찰수사를 받다가 한겨레신문에서 해고된 허아무개(38) 기자가 지난 28일 오후 회사에 재심을 요청했다. 징계에 대한 이의신청이 제기된 만큼 재심 기일은 조만간 잡힌다.

한겨레는 지난 22일 인사위원회에서 허 기자를 해고했다. 허 기자에게 적용된 사규는 ‘법령 및 질서 존중 의무 위반’, ‘품위 유지 및 회사 명예 훼손’, ‘형사소송 원인 되는 불법 행위 및 규정 위반’ 등 금지 규정으로 알려졌다.

허 기자는 29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즉시 해고 조처가 될 만한 사유인지 판단을 다시 받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허 기자는 “회사가 이 사건으로 심각하게 명예훼손을 당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라며 “여러 면에서 회사에 누를 많이 끼쳤기 때문에 할 말은 없다. 즉시 해고 조처를 했다고 해서 섭섭함을 갖거나 그런 차원에서 이의를 제기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허 기자는 “다만 한국사회는 한 번도 약물 범죄자 인권에 대해 논의·검토한 적 없었다”며 “마약이라는 단어 자체가 혐오를 담고 있는 데다가 그동안 약물 범죄자들은 보통 자신들의 범죄 수준이나 그 내용과 무관하게 사회에서 격리·퇴출돼 왔다”고 지적했다.

▲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사옥 사진=이치열 기자
▲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사옥 사진=이치열 기자
허 기자는 “그런 움직임이 과연 옳은 것이냐에 대해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문제 제기가 있어 왔다”며 “한겨레가 민주주의 가치를 지향하는 우리사회 자산이라는 점에서 이 문제를 함께 고민해보고 싶다”고 설명했다.

허 기자는 “실정법을 위반한 것은 맞으나 언젠가 계기가 된다면 약물 범죄자 인권에 대한 과도한 사회적 비난과 혐오는 없는지 살펴볼 일”이라며 “내가 무죄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한겨레와 한겨레를 아껴주는 분들에게 큰 실망을 끼친 것에 대해 마음 깊게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필로폰 투약 혐의로 조사 중인 허 기자의 모발 검사결과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28일 오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현재 수사 중”이라며 “아직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경찰은 허 기자가 지난 3월 중순 서울 성동구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동행인과 한 차례 투약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허 기자를 입건한 경찰은 향후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는 지난 16일 사과문에서 “한겨레신문사는 독자와 주주, 시민 여러분께 커다란 충격과 실망,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누구보다도 엄격한 도덕률을 지켜야 할 한겨레 구성원이 이런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사실에 부끄러움을 넘어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거듭 반성하며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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