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산케이신문 기자가 29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일본 대사관 앞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을 언제 철거해줄 수 있느냐”고 물어 추 대표와 좌중을 당황케 했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간담회는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 이후 다음 달 12일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평화 정착의 중요한 기점을 맞은 상황에서 외신기자클럽(회장 황웅재)의 요청으로 한국 집권 여당 대표의 견해를 듣는 자리였다.

그런데 이날 일본 보수 성향의 산케이신문 구로다 기자는 다가올 북미정상회담과 한미동맹 등을 질문한 다른 기자들과 달리 “일본 기자로서 한국 정치 지도자에게 항상 질문하는 게 있다”면서 위안부 소녀상 관련 이야기를 꺼냈다.

구로다 기자는 추 대표에게 “한일 간 외교 과제로서 일본 대사관 앞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 철거 문제 남아 있다. 대한민국이 세련된 일류국가라면 국제적 기준이나 관례를 지키는 나라가 돼야 하는데 대사관 앞 소녀상은 국제적인 기준으로 볼 때 문제가 있다고 본다. 언제 철거해줄 수 있나”라고 물었다.

▲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민중의소리
▲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민중의소리
추 대표는 “이런 질문을 받는 것 자체가 소녀상이 상징하는 위안부 할머니들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소녀상이 말하고자 하는 게 있다. 단순히 이웃 국가에 대한 국제법을 지키느냐가 아니라 대한민국에 하나의 슬픈 역사이기도 하고 한일 간 풀어야 할 역사이기도 하다”면서 “소녀상은 흉물이 아니라 전 세계에 인권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일본이 전시(戰時)에 나라를 잃은 사람을 성 노예로 부렸다는 걸 보여주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는 걸 평화적으로 항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추 대표는 “일본이 과거사를 반성하고 진정으로 사과하며 인권에 대한 회복력을 보여준다면 소녀상이 이렇게 양국 간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 본다”며 “치욕스러운 성적 수치심에 인간적인 삶을 못 누리고 돌아가셔야 하는 슬픈 국민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대한민국 정치인으로 참으로 부끄럽다”고 덧붙였다.

추 대표는 이날 외신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북미정상회담을 반드시 성사시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시대 과제이고 책무”라고 거듭 강조했다.

추 대표는 “나는 지난해부터 김 위원장을 향해 선대는 핵 무장과 공포의 균형을 주장했으나 김 위원장은 얼마든지 신세대로서 공포의 균형과 핵을 버리고 공존·평화의 균형으로 걸어 나올 수 있다고 제안했다”며 “난 그걸 북한에서도 경청했다 생각하고 최근 기적같이 이뤄지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은 김 위원장이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한국의 지방선거 바로 하루 전에 열리는 북미정상회담이 선거 결과에 영향 미칠 거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많이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추 대표는 “과거엔 이른바 북풍이라고 해서 보수정권이 의도적으로 북한 문제와 안보 이슈를 선거 전에 만들고 국민이 속아 넘어가는 일도 있었다”며 “그것이 민주주의에 반하는 정치공작이었다면 이번엔 국민이 평화가 곧 대한민국의 경제와 직결되는 걸 이해하는 상태이므로 국민의 자발적인 민심이 작동해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 대표는 외신기자들에게 “한국에선 동서 간 갈등이 심하다. 이른바 지역주의”라고 설명하며 “이번 선거가 지역주의의 완전한 극복을 위해 민주당 입장에서 부울경(부산·울산·경남)에서 승리가 대단히 중요하다. 그곳에서 승리하면 지역주의 극복이 이뤄졌다 말할 수 있다”고도 역설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