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도 유사한 회담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유사시 대통령 직무대행이나 군 통수권 등의 공백을 막기 위한 사전준비, 군 수뇌부와 NSC 상임위원들의 비상 대기 등 필요한 조치와 취재진의 균형을 갖추는 문제, 관련국들에 사전 및 사후 통지 방안 등을 미리 잘 강구해 주시기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제2차 남북정상회담처럼 전격 상시회담이 열릴 수 있다며 후속 조치를 주문한 말이다.

문 대통령 발언 중 “취재진의 균형을 갖추는 문제”라는 말을 어떤 의미일까.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 발언에 대해 “기자들에게 비밀서약서를 받고 뭔가 개선책과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이런 표현을 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과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향후 불시 남북정상회담이 있을 경우 비밀을 유지하면서도 언론이 동행 취재해 사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비록 2차 정상회담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요청하고 하루 만에 결정해 전격 이뤄지면서 의전과 경호 등 절차와 형식이 대폭 생략됐지만 취재 보도만큼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라도 보장돼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다만 발표하기 전까지 비밀로 해야 하는 회담의 성격과 언론의 취재 보장 사이 ‘고충’도 헤아려 볼 수 있다.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근접 취재를 했던 청와대 풀(pool)취재 기자는 보안각서를 썼다. 회담 장소인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선에 따라 사진과 영상이 배치됐고, 펜 기자들 위치도 정해졌다. 정상의 동선은 회담 시작 전 공개되면 안 되는 보안사항이다.

4. 27 판문점 선언은 예고돼 있는 상태였고,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서 열렸기에 상대적으로 취재 조건이 까다롭지 않았다. 시간 여유도 있어서 취재 기자 선정부터 취재 동선짜기까지 정부 당국과 충분히 협의했다. 

하지만 2차 정상회담처럼 전격 비밀리에 이뤄지는 특수한 상황, 그리고 북한 지역에서 벌어지는 현장임을 감안하면 향후 언론 동행취재는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기자 선정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기자단에 불시 회담이 있다고 알릴 경우 관련 내용이 퍼질 수 있다. 취재할 기자를 개별 접촉하면 취재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극소수만 아는 상태에서 기자 선정이 이뤄져야 하는 탓에 해법 찾기가 쉽지 않다.

품페이오 미국 국무부장관이 지난 10일 극비리에 북한을 방문했을 때 미국은 엿새 전 국무부 관계자를 통해 외신기자 2명을 접촉하고 동행 취재를 요청하면서 함구령을 내렸다. 보도에 따르면 요청 내용도 애매모호했다. 구체적 일정 등에 대한 사전설명 없이 ‘일회용 여행 금지국 방문허가 도장이 찍힌 새로운 여권을 받아두라’는 지침만 떨어졌다는 것. 기자들은 북한으로 출발하기 4시간 전에야 공지를 받고 방북길에 올랐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앞서 백두산 그림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8.5.26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앞서 백두산 그림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8.5.26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 발언은 기자 또는 전속의 남북 동수 언급을 말하는 것으로 1차 정상회담에서는 우리가 많았고, 2차는 북측이 많았다”고 말했다. 다만 관계자는 “다음 회담이 비공개로 진행되면 대책이 필요한데 일부 언론에만 알리고 풀 기자단이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기자단에) 공개 하든가 비공개 하든가 둘 중 하나로 정해야 할 것 같다. 비공개는 웬만하면 하지 않을 것 같은데 지금은 답을 낼 수 없다. 논의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출입 기자단 관계자는 “대통령의 취재진 균형 언급이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는 없다”면서 “2차와 같은 불시 회담이 혹시라도 있을 경우 청와대가 이번과 달리 동행 취재 필요성을 느껴 요청을 해온다면 당연히 협의를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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