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잇따른 조선일보 계열 언론사의 오보성 보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청와대는 29일 김의겸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대단히 엄중한 시절이다. 기사 한 꼭지가 미치는 파장이 크다. 최근의 남북미 상황과 관련해 앞으로도 단호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다”며 TV조선과 조선일보의 구체적 보도 내용을 지목하며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한미 정상회담 끝난 날, 국정원 팀이 평양으로 달려갔다”(조선일보 5월28일),“풍계리 갱도 폭파 안해...연막탄 피운 흔적 발견”(TV조선 5월24일),“북, 미 언론에 ‘풍계리 폭파’ 취재비 1만 달러 요구”(TV조선 5월19일) 등 세 꼭지의 보도 내용을 들어 “사실이 아닐 뿐만 아니라 비수 같은 위험성을 품고 있는 기사들”이라고 비난했다.

[ 관련기사 : “풍계리 갱도 폭파 안해” 속보 낸 TV조선 사과 ]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국정원 2차장이 몰래 평양을 방문했다는 기사를 그대로 믿으면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이 우리 정부의 말을 계속 신뢰할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여전히 정직한 중재자일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김 대변인은 국정원팀이 평양으로 갔다는 조선일보 보도를 반박했다. 이미 청와대는 국정원 2차장의 평양행을 부인했다.

청와대는 북한이 풍계리 폭파 취재진에 1만 달러를 요구하고, 갱도 폭파시 연막탄을 피운 흔적이 발견됐다는 TV조선 보도에도 “보도대로라면 북한은 상종하지 못할 존재다. 전 세계를 상대로 사기극을 벌이고 거액을 뜯어내는 나라가 돼버리고 만다. 만약 북한이 아닌 다른 나라를 이런 방식으로 묘사했다면 당장 법적, 외교적 문제에 휘말렸을 것”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 관련기사 : 북한 1만 달러 취재비 요구, TV조선 “충분히 취재해 보도했다” ]

▲ 엄성섭 TV조선 정치부 기자는 지난 5월19일 “북한은 사증(비자) 명목으로 1인당 1만 달러, 약 1100만 원의 돈을 요구했다”며 “외신 기자들은 사증 비용과 항공 요금을 합해 풍계리 취재에 1인당 3000만 원 정도 들어간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사진=TV조선 화면
▲ 엄성섭 TV조선 정치부 기자는 지난 5월19일 “북한은 사증(비자) 명목으로 1인당 1만 달러, 약 1100만 원의 돈을 요구했다”며 “외신 기자들은 사증 비용과 항공 요금을 합해 풍계리 취재에 1인당 3000만 원 정도 들어간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사진=TV조선 화면
1만 달러 요구설은 다른 방송사의 팩트체크 보도에 따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도 앞두고 있다. 연막탁 피운 흔적이 발견됐다는 보도는 출처도 못 밝히고 TV조선이 10분 만에 기사를 삭제하고 사과했다.

청와대는 이 같은 보도가 계속 나올 경우 사실이 아닌 내용을 두고 정치권으로 쟁점이 확산될 수 있다는 것도 우려했다.

김 대변인은 “정부를 비판하고 견제하는 것은 언론 본연의 자세다. 남북 문제나 외교 관계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의 사실 확인이 전제돼야 한다”며 “국익과 관련한 일이라면, 더구나 국익을 해칠 위험이 있다면 한번이라도 더 점검하는 게 의무라고 생각한다. 연예인 스캔들 기사에도 적용되는 크로스체크가 왜 이토록 중차대한 일에는 적용되지 않는 거냐”라고 되물었다.

김 대변인은 “우리 언론에게 북한은 ‘사실 보도’라는 기본원칙이 매우 자주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지켜지지 않던 보도영역이었다. 정보의 특수성 때문에 오보로 확인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다 거짓임이 드러나더라도 북한이 법적 조처를 취할 수 없어, 특종이라는 유혹 앞에 언론인의 책임감이 무릎을 꿇는 경우가 너무도 잦았다. 이제 이런 보도 행태는 바뀌어야 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현실이 엄중할수록 그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김 대변인은 지난 박근혜 정부 시절 2014년 조선일보가 ‘통일이 미래다’라는 주제로 기획기사를 내보낸 걸 언급하며 “그때 조선일보가 말한 ‘미래’와 지금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온 ‘미래’가 어떻게 다른지 도저히 모르겠다. 70년 만에 맞는 기회. 이번에 놓치면 다시 70년을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이제 그만 잡은 발목을 놓아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청와대 대변인 명의로 나온 이번 논평은 그동안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둘러싼 ‘악의적’ 보도에 대한 총대응 성격이 짙다. 청와대는 사실과 다른 보도가 나오면 개별로 기자들과 접촉하거나 관계자발로 짧은 브리핑으로 통해 경고를 했지만 연달아 나온 조선일보 계열 언론사의 보도는 사실관계에 어긋날 뿐 아니라 악의적 의도가 담긴 보도라고 판단하고 적극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향후 대응 조치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경고로 그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김 대변인이 특정 언론사의 보도 3건을 지목하고 사실관계가 어긋난 보도라며 정면 문제를 제기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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