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성 무용수가 여성들의 나체를 몰래 촬영해 경찰조사를 받고 있다. 피해자에 따르면 피의자는 최소 4년 간 동의없이 성관계 및 사귀는 여성의 신체를 불법촬영했고 동료 무용수의 가슴·엉덩이 등도 무작위 촬영해 수십 개에 달하는 불법촬영물을 소장하고 있었다.

인천 부평경찰서는 지난 4월 초 남성 무용수 A씨(31)의 성폭력특례법(카메라 등 이용 촬영) 위반 혐의 고소장을 접수하고 수사 중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피해자는 3명이다. A씨는 잠든 전 여자친구들의 옷을 몰래 탈의해 신체를 촬영했고 그 중엔 강제추행하며 찍은 사진도 있었다. 달라붙는 옷을 입은 여성 무용수가 엎드린 채 쉬는 모습의 사진도 증거로 제출됐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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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제출된 13장 증거 외의 불법 촬영물도 수십 건에 달했다. 피해자 B씨에 따르면 2017년 중하순까지 A씨의 휴대전화, 노트북, 네이버 클라우드 계정 2개, 구글드라이브 계정 1개엔 수십 개의 불법촬영 영상과 사진이 저장돼있었다. A씨는 계정별로 여자친구, 일반인 여성 등 촬영 대상을 달리해 촬영물을 소장했다. B씨는 2014~2017년까지의 촬영물을 확인했다.

복수의 네이버 클라우드 계정엔 동의없이 찍은 전 연인들과 성관계 영상이 수십개, 나체 사진이 수십 장 저장돼 있었다. 피해자는 최소 3명이다. 한 피해자는 "자신의 성적 욕망을 채우기 위해 내 동의 없이 촬영해 강한 수치감과 모욕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구글드라이브엔 다리를 벌리는 등 스트레칭 하는 여성 무용수의 가슴, 엉덩이, 다리 등을 찍은 사진이 주로 저장됐다. 해외에서 속옷을 입지 않은 여성의 가슴을 따라가며 찍은 영상도 있었다. 인스타그램 등에서 무작위로 캡쳐·저장한 일반 여성 얼굴 사진도 백여 장 넘게 나왔다. 그의 노트북에는 ‘여자 얼굴에 정액을 쏘는’ 편집 사진도 여러 장 있었다.

피해자들은 유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 피해자는 “가장 두렵고 무서운 점이 사진 유포 가능성인데 경찰은 피의자 조사하고 한 달이 지나도록 네이버 클라우드를 수색하지 않았다. 수사기관이 증거인멸 시간만 벌어주는 게 아닌지, 과연 이 죄를 중범죄로 보고 제대로 수사하려는지 애가 탄다”고 말했다. 

사건이 알려진 후 무용계에선 ‘피해자가 이상한 말을 하고 다닌다’ ‘피해자가 A에게 집착해서 그런다’ 등의 악성 루머가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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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부평서 관계자는 “수사 중이고 2차 피해 우려가 있어 수사 내용을 언론에 말해줄 수 없다. 압수수색을 어디까지 했는지도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클라우드에서 추가 증거가 확보되면 A씨의 사법처리는 더 무거워지겠지만 삭제 가능성도 있다. 

‘디지털성범죄아웃’ 관계자는 “피해자가 신체적 위협을 당했음에도 가해자를 구속하지 않거나 계속 촬영물 유출이 진행되는데도 수사가 진행되지 않아 문제가 된 적도 많았다. 홍대 누드모델 사건은 수사기관이 적극 임한 좋은 사례다. 클라우드 압수수색을 통한 추가 수사도 경찰이 충분히 신속하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성폭력특례법 제14조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조항에 따르면 카메라 등의 기계를 이용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동의없이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전시·상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디지털성범죄아웃 관계자는 “가해자는 (잠든) 피해자의 동의없이 추행 했으니 성추행 범죄도 적용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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