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와 중앙일보, 자유한국당이 북미정상회담 취소 소동 직후 이뤄진 2차 남북정상회담을 “어설픈 중재”, “스파이 접선하듯 만나 국격을 훼손했다”, “김정은 신용보증” 등의 표현을 쓰며 비난하고 나섰다.

이를 두고 여권에서는 북미정상회담 취소 사태를 보고서도 우리 정부가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어야 했다는 말이냐며 억지주장을 펴기위한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28일 자 사설 ‘‘韓·北 對 美’ 북핵 구도, 자칫 일 그르칠 수 있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2차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확고했다고 밝힌 것을 문제삼았다. 조선은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것조차 확인하지 않고서 북의 비핵화 의지가 분명한지 어떻게 안다는 건가”라며 “국민 생명을 그저 김정은의 선의에 맡기나. 북의 선의는 무슨 근거로 그토록 신뢰하나. 안보를 책임진 대통령으로서 무책임하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우리는 북핵 폐기가 돼도 그만 안 돼도 그만인 제3자가 아니다”며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는 말은 김정은이 우리 특사단을 만났을 때,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과 1차 정상회담을 했을 때도 나왔던 말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25년 전에도 했던 말”이라고 썼다. 조선일보는 핵폐기 대상과 시기를 못박아야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에 대한 미국의 체제 안전보장을 걱정한다는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 설명에 대해 조선일보는 “한국 대통령이 북의 편에 서서 미국의 협상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것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북한의 북핵 ‘살라미’ 전술에 역성드는 것처럼 비치기도 한다. 이 북측 주장은 과거 핵 사기극을 벌이던 때의 수법”이라고 비난했다.

2차 정상회담의 형식을 두고도 조선일보는 “북한이 당일 만남을 취소하는 것도, 예고도 없이 다음 날 만나자고 하는 것도 상대를 무시하는 태도”라면서 “지금은 한·미가 한 몸이 돼서 북을 설득하고 때로 압박해 가면서 빠른 시일 내 핵 폐기를 결심하도록 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미·북 중간에 서서 어설픈 중재 역할을 하는 것은 자칫 일을 그르칠 수 있다”고 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7일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7일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도 이날 ‘전영기의 시시각각 - 김정은이 내민 손 잡아 준 문재인’에서 정상회담 과정 자체를 문제삼으며 문 대통령에게 자존심도 버리는 인성을 가졌다고 비판했다.

전 칼럼니스트는 “대한민국 원수인 문 대통령이 무슨 스파이 접선하듯 몰래 경계를 넘어 적국의 수장을 두 시간이나 만났으니 헌법적 지위와 국격을 훼손하고 한국 국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냈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며 “그가 논란을 무릅쓰고 비밀 회담에 응해 그 내용을 불신과 의심이 가시지 않은 트럼프에게 정성스레 전달한 것은 인간에 대한 측은지심과 일을 위해 때로는 자존심도 버리는 특별한 인성이 아니면 설명하기 어렵다”고 비난했다.

전 칼럼니스트는 “문 대통령이 김정은과 만난 사실을 26일 오후 5시 끝나자마자 즉시 공개하지 못했다든지(오후 7시50분에 문자 메시지로 공개), 회담 결과 발표 회견을 굳이 하루 뒤인 27일로 미룬 것은 사전에 트럼프한테 내용을 성실하게 전달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28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남북간 밀사회담도 아니고 정상회담을 하면서 마치 첩보작전 하듯이 굳이 비공개로 하는 이유와 배경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새로운 내용 없이 또다시 김정은의 신용보증인 노릇을 한 문재인 대통령은 진작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재차 대변했지만 정작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이 자리에서 홍문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도 “13일에 투표하는데 12일에 북미회담을 열어서 그 분위기는 보나마나 70%이상 성공이라고 자화자찬할 것이고 그것을 가지고 투표장에 몰고 가는 이 정권 그리고 국민은 과연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여권 내부에서는 ‘회담이 깨지면 김칫국 외교(나경원)라고 비난하고, 회담분위기를 다시 살려놓으니 깜짝쇼(홍준표)라 비난하느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 조선일보 2018년 5월28일자 사설
▲ 조선일보 2018년 5월28일자 사설
▲ 중앙일보 2018년 5월28일자 30면
▲ 중앙일보 2018년 5월28일자 30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5선)은 2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지적하면서 “과연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완전한 비핵화를 하겠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과 체제보장과 경제적 번영을 주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중간에서 전달하며 중재 역할을 하려는 것은 한반도 평화와 국민의 생존과 번영에 달려있기 때문이라고 이 의원은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어떻게 신뢰하느냐는 조선과 자유한국당의 주장에 이석현 의원은 “북한과 미국에서 각각 생각하는 것을 우리 대통령이 전달해준 것이지 이를 앞서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구체적인 것은 북미간에 합의하도록 해야지 우리가 이래라 저래라 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깨질 뻔한 회담을 되살린 것은 분명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북한에 역성을 드는 것처럼 비친다는 조선일보 사설에도 이 의원은 “말도 안되는 주장”이라며 “(편드는 것으로만 보자면) 문 대통령은 북한과 미국을 다 편든 것이며, 그래서 협상이 되살아 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회담이 열리기도 전에 깨질 뻔한 이유는 양 정상의 측근들의 메시지 관리 실패 탓”이라며 “지난해 말부터 지난 2월까지 내가 러시아와 중국을 방문했을 때 현지 외교전문가들은 북한이 리비아의 카다피가 핵폐기하고도 죽은 것을 봤기 때문에 체제보장을 안해주면 핵폐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어설픈 중재자 역할이 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조선일보 주장에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된다는 것이냐”며 “미국 측에서도 ‘제재’ 역시 ‘협상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가 취소편지를 발표했을 때 중재도 않고 가만히 있었다면 이런 상황이 왔겠느냐. (조선일보 주장은) 억지 주장이고, 납득할 수 없는 얘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국민은 박수치고 있는데, 이를 보고 있으면서 어떻게 그런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문 대통령이 스파이 접선하듯 몰래 만나 국격을 훼손시키고 국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냈다는 중앙일보 전영기 칼럼니스트 주장도 반박했다. 그는 “외교에는 보안이 필요할 때도 있다”며 “냉전종식과 평화 시대를 열자는데, 이런 식으로 말장난 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28일 오전 제2차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일부 보수언론과 보수야당들이 ‘그것 봐라, 내 그럴 줄 알았다’는 식으로 남북관계가 잘못되기를 기다린 것 같은 황당한 태도를 보였다”며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추 대표는 “바람이 불면 알곡과 쭉정이가 가려진다고 한다”며 “위기 속에서 본색이 드러난 보수야당들의 한심한 행태는 누가 진짜 안보세력이고 가짜 안보세력인지 국민들에게 똑똑히 보여준 기회가 되었다”고 비판했다.

▲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이석현 블로그
▲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이석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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