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두고 기만술이라며 평가절하하는 언론 보도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은 1994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을 하고 통일부와 국방부에서 정책자문위원으로 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특별 수행원, 그리고 2006년 노무현 정부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다. 이 전 장관은 자신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북미 사이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을 두고 줄다리기가 벌어지는 가운데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할 필요가 없다는 진단을 내렸다.

이 전 장관은 26일 서울 성북구 한국종합예술학교에서 열린 2018년 언론정보학회 정기학술대회에 키노트 스피치 연설자로 참석해 “평화적 통일을 위한 과제와 미디어의 역할"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사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현실주의자이고 단순하게 비핵화에 대해서 밀려서 하는 게 아니라 비핵화를 통해 만들고 싶은 국가가 있다. (비핵화 의지를)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와 관련한 구체적인 근거로 북한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를 들었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갈마반도 명사십리 등의 관광자원을 활용해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구체적인 사업이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다.

특히 김 위원장은 지난 25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국내외 취재진을 초청한 가운데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현장을 시찰하고 내년 4월 15일까지 완공할 것을 지시했다. 왜 하필 핵실험장 폐기를 앞두고 이 같은 행보를 보였을까.

이 전 장관에 따르면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관광지로, 숙소 수십 개 동을 짓고 있다고 노동신문이 전할만큼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 전 장관은 “북한 경제 수준을 보면 우리로 따지면 어마어마한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내년 4월 15일까지 완공하려고 했는데 국가제재를 받으면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 이런 건 한마디로 꽝이 된다. 김 위원장이 (핵폐기를 가지고) 사기를 쳤다고 하면 관광도 못 들어간다.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게 도처에서 방증이 된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핵실험장 폐기 전날 원산 갈마해안광광지구 건설현장을 시찰한 것도 다분히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이다. 외국인 관광객을 맞이할 관광지를 개발하라고 특별지시를 내린 것은 북미정상회담으로 북미수교를 맺고 제재가 풀리길 희망하는 것으로, 비핵화 의지를 상징으로 보여준 것이라는 지적이다.

▲ 지난 2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를 시찰해 완공을 지시했다. 사진=MBC 보도화면 갈무리
▲ 지난 2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를 시찰해 완공을 지시했다. 사진=MBC 보도화면 갈무리

이 전 장관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에 대해 기만술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에도 일침을 가했다. 이 전 장관은 “아무 (보상책도) 받지 않고 하겠다고 해서 폭발했다. 핵실험을 다시 하려면 또 몇억 달러가 든다. 큰 의미가 있다고 이렇게 얘기하면서 기폭실은 폭발했는지 모르기 때문에 확인이 어렵다라고 하면 모르지만 다시 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어떻게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판을 깨자는 건지, 언론이 이렇게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북한이 회담에 나오는 조건만으로도 우리 정부가 쌀 수십만톤을 보내면 ‘퍼주기’라고 비난했던 언론들이 북한의 핵실험장 폐기라는 선제적 조치에 대해서는 불공정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얘기다.

이 전 장관은 일명 보수단체들이 ‘대북삐라’를 뿌리는 행위에도 강하게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은 “소신이 있어야 한다. 전단 뿌리는 것은 남북 합의에 따라 안 하겠다고 했다”며 “그랬으면 경찰 수천 명을 풀어서라도 밤에 뿌리는 것도 막아야 한다. 그 정도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언론이 이런 말을 할 때마다 문제를 삼고 자유민주국가 아니냐고 한다. 정부가 하지 못하도록 하면 트집 잡을 생각을 한다. 우리 언론이 그런다. 그 스탠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식당 집단 탈북 사건 역시 지난 2016년 4월 의혹이 불거졌을 때 언론이 문제를 제기해 바로잡았다면 현재처럼 문제가 꼬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은 “1차 책임을 정권에 있지만 당시 공정보도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장관은 “판문점 선언 2항이 군사적 신뢰구축과 군사적 긴장완화다. 긴장 완화는 우리가 주장해왔는데 지금은 북한이 주장하고 있다. 과거 말했던 주체들이 달라지고 있다. 북한이 달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전 장관은 “한반도의 평화국면을 마들어가는데 마중물이 문재인 대통령이고 엔진을 돌리는 것은 김정은이다”라며 “(김 위원장이)능동적으로 전략적으로 나온 것이다. 맨날 싸돌아 다니는 아이가 책상머리에 앉혀 놓는다고 되느냐,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아이가 머리끈을 동여 메고 공부하겠다라고 한다”라고 비유했다.

이 전 장관은 김정은 위원장이 ‘과제 점검형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노동신문에서 박봉주 북한 내각 총리의 현장 시찰 보도 횟수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나오는 횟수보다 많다는 예를 들어 “경제 모든 걸 맡긴 것이다. 점검을 하고 한쪽에서 경제를 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스위스 유학 시절 농구 경기가 끝나고 패배 원인을 밤새 복기했다는 일화도 과제 점검형 리더십의 한 단면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은 “김정은 위원장이 고도성장을 통해 새로운 북한을 만들자는 비전이 없었다면 이렇게 나올 리가 없다”며 “북한이 경제 개발을 많이 해놨다. 북한은 오로지 핵 도발하는 모습만 봤는데 한쪽으로 새로운 북한은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김정은은 고도성장을 믿고 있는 것이다. 그것 때문에 핵무기를 포기하는 것이고 판을 바꾸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비핵화를 가지고 기만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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