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노동조합(위원장 박준동)이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 오는 7월부터 근로시간이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되는 것과 관련해 회사에 노동 강도를 낮추고 ‘저녁이 있는 삶’ 실현을 촉구했다.

조선일보 노조는 지난 24일 발행한 노보를 통해 조선일보의 노동 강도가 센 이유 등을 분석하고 비판했다. 

노조는 “지면 페이지가 늘어나는 것에 비해 기자 수는 많이 늘지 않았다”며 “가욋일도 많아졌다. 출근 전 보고로부터 시작해 쉴 새 없이 일하다가 퇴근 후에도 온라인으로 연결돼 이것저것 속보를 챙긴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노조는 노동조건이 크게 악화한 변곡점을 ‘가판 폐지’를 꼽았다. 가판은 신문사가 처음 찍어내는 초판을 의미한다. 이 초판 신문이 광화문 주변의 가판대에 먼저 배달되기 때문에 ‘가판’이란 이름을 얻었다. 노조에 따르면 가판이 폐지된 뒤 업무 1차 마감시간은 가판이 나오던 오후 6시에서 밤 10시로 변경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조합원들은 노조에 “기사를 일찍 마무리하고 짐을 싸면 ‘신문 나오는 것도 안 보고 어디 가느냐’는 말이 뒤통수에 박혔다. 오랜 관습상 신문을 보고 퇴근하는 것은 불문율이었기 때문에 밤 10시 전에 퇴근하기 어려워졌다”, “주 52시간 근무를 한다는데 밤에 대기해야 하는 현실은 여전하다. 애인과 저녁 먹고 있는데 51판 쓰라고 회사 들어오라는 전화 받고 분위기가 싸해졌다” 등의 의견을 전했다.

▲ 서울 중구에 위치한 조선일보 사옥.
▲ 서울 중구에 위치한 조선일보 사옥.
대표적으로 내근하는 조선일보 편집부 구성원들의 근무 환경이 나빠졌다. 과거 편집부 상당수는 ‘3교대 근무’였다. 가판이 나올 때까지는 낮 근무자가 맡았고 가판 이후 새벽까지 야근자가 맡았다. 야근 뒤엔 하루를 쉬고 다음날 낮 근무로 들어왔다. 3명이 한 조가 되는 셈이다.

최근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1명이 낮 근무와 야근까지 하고 다음날 쉬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는 것. 출근을 오후로 늦추고 퇴근을 밤 12시쯤으로 당겨 집중 노동 시간을 혼자 감당하는 방식이다. 과거에 1명이 휴가 갔을 때 했던 곱빼기 근무 형태를 다음날 휴무도 없이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3명이 맡았던 일을 1명이 매일 야근하며 맡는다는 것이 노조 진단이다.

노조는 “밤샘 근무가 아니라도 교대 없이 매일 야근하는 것은 인권 침해 상황”이라며 “낮에 노동을 끝내고 밤에 가족이나 친구들과 휴식 시간을 보내는 것은 노예들에게조차 보장됐던 생활 패턴이다. 심지어 수십 년 전의 관리자들조차 야근을 낮 근무와 등가로 보지 않았기에 야근 뒤엔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고 교대 근무를 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근무 환경은 ‘노예’보다 못하다는 지적이다.

노조는 “52시간 노동제 실현은 조합원들이 얼마나 권리 의식이 투철하고 연대가 잘 되느냐가 관건“이라며 ”제도적으로 편집국장 신임투표제와 상향평가제도 영향을 미친다. 아무리 각 부에서 기자들을 일찍 퇴근시키려고 해도 국장이 51판 52판을 갈아엎고 다음날 빠진 기사로 질책을 하면 야근을 안 할 도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기자들이 편집국장을 포함해 간부들을 견제할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는 △인력 충원 △제작 시스템 개선 △읽을거리 위주로 토요일자 발행 등을 주 52시간 준수를 위한 방안으로 제시했다. 노조는 “지면이 많은 월요일자를 충실하게 내려면 일요일에 쉬는 금요일 근무자들이 월요일자 기사를 상당량 마무리해놔야 한다”며 “지금은 토요일자를 막느라 금요일에 월요일자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기사를 써놔도 데스크들이 바로 출고를 하지 않고 일요일에 기사 수정 지시를 하기 때문에 가족 여행 중에 노트북을 펼치기 일쑤”라고 지적했다.

한 조합원은 “차라리 한 주는 금요일, 일요일을 근무하고 다음 한주는 금요일, 일요일을 쉬는 식으로 하면 업무 연속성이 생긴다”며 “2주에 한 번씩 3일 연휴가 생기는 효과도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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