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났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지난 4. 27 판문점 선언 이후 사실상 두 번째 정상회담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취소 결정을 내린 후 북미회담 재개를 위해 북미간 두 정상간 직접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중재자 역할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이 남북 정상간 핫라인 통화를 넘어 직접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면서 중재자 역할에 탄력이 붙고 북미회담 재개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26일 오후 7시 50분경 출입 기자단에 보낸 메시지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양 정상은 4.27 판문점 선언의 이행과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간 만남에서 나눈 메시지 교환에 대한 내용은 문 대통령이 직접 밝힐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양측 합의에 따라 회담 결과는 내일 오전 10시 문 대통령께서 직접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청와대 출입 기자단이 있는 춘추관을 방문해 두번째 정상회담에 대한 내용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가을께 두번째 정상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합의했지만 북미정상회담 취소 결정 이후 남북관계까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에 의구심을 보내는 목소리가 나왔다. 두 정상간 핫라인 통화가 필요할 때라는 여론도 높아지는 등 문 대통령이 적극 중재 역할에 나서야 한다는 부담도 커지는 상황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정상 핫라인을 통해 중재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은 있었지만 두 정상의 만남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다.

두 정상간 만남은 그동안 물밑 접촉을 통해 준비를 해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청와대는 북과의 여러 경로를 통해 접촉을 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는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만남으로 그 결과가 드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과 김 국무위원장은 두번째 정상회담에서 북미정상회담 재개를 위해 오해를 풀고 진의를 확인하는 대화를 나눴을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취소 결정을 내린 이후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고, 북측 역시 김계관 제1부부상을 통해 언제든 만나자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회담 재개 가능성이 제기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이번 정상회담은 김정은 위원장이 자기가 한 말에 대해서 이행을 한 것”이라며 “4. 27 판문점 선언에서 정상을 수시로 만나겠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남북 고위급 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를 하고 약속을 어기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결국 미국으로 하여금 불신을 갖는 발판이 됐는데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남으로써 북미정상회담 추진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회담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청와대는 26일 오후 7시 50분경 출입 기자단에 보낸 메시지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 청와대는 26일 오후 7시 50분경 출입 기자단에 보낸 메시지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대화 내용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을 만났다. 이번 남북 정상 만남에서 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미국의 입장,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의 생각을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을 것”이라며 “또한 북미정상회담 의제를 놓고 어떤 식으로 접점을 찾으면 좋을지 문 대통령이 조언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효과는 남북관계를 개선시키는 것 뿐 북미정상회담의 재개 가능성을 한층 높임으로써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도 다시금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북이 취소한 남북 고위급 회담도 자연스럽게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도 통화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도 높다. 북미간 핫라인이 없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북미정상회담 재개에 대한 의지를 전할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적극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로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을 더 신뢰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며 “남한 정부가 북미정상회담의 중재 역할을 했고 남한 정부를 믿고 미국은 대화를 나선 측면이 있다. 북한이 남한을 홀대한다고 하면 불신이 커지고 회의적 시각이 늘어날 수 있는데 북한이 남한을 신뢰하고 의논 대상으로 고려하는 모습을 보인 이번 남북 정상회담 때문에 미국도 그만큼 북한을 좀 더 신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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