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발전으로 개인이 미디어의 주체로 평가받는다. 이에 따라 소셜미디어를 개인미디어나 1인미디어 등과 혼용해 사용하고 있다. 이희은 조선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26일 서울 성북구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열린 2018년 한국언론정보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과연 소셜미디어를 개인의 미디어라고 불러도 괜찮은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교수는 최근 미디어연구 흐름을 보면 “자본이나 조직과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개인, 심지어 따로 교육을 받지 않더라고 누구나 전문적인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는 민주적 잠재력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물리적으로는 누구나 유튜브, 페이스북 등을 통해 자신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소셜미디어가 정말 개인의 미디어인가를 되짚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CJ E&M에서 온라인 콘텐츠 제작자 네트워크인 ‘DIA TV’를 만들면서 1인 크리에이터를 흡수했다”고 말했다. 실제 10대에게 1인 크리에이터는 인기있는 장래희망으로 꼽히지만 정말 조직과 무관한 1인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최근 DIA TV는 구독자 1억6000만명을 돌파하면서 기존 채널을 위협한다는 분석까지 나오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1인미디어가 거대자본이나 사회조직과 무관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 CJ E&M이 만든 온라인 콘텐츠 제작자 네트워크 '다이아tv' 홈페이지
▲ CJ E&M이 만든 온라인 콘텐츠 제작자 네트워크 '다이아tv' 홈페이지

이 교수는 수많은 1인 시위, 촛불집회에 동참한 촛불 하나하나, 미투 운동 등 기존 미디어에 얽매이지 않고 사회 변화를 이끌어낸 개인에 주목하는 게 최근 연구 경향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개인미디어라도 사회적인 효과를 낼 경우에만 개인미디어의 가치를 인정받는다”며 “먹방 등 일상의 콘텐츠보다 촛불 혁명을 이끌어낼 때 개인미디어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이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논의해야하고, 그런 의미에서 개인(개인미디어)이 되지 못한 이들도 많다”며 “정작 개인미디어 시대에 개인이 사라지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 교수는 파편화된 개인이 모두 동등한 위치에 있지 않고 동시에 배제되는 개인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소셜미디어를 개인의 미디어로 부르면서 마치 ‘이젠 네트워크가 필요 없다는 듯한 인식을 당연하게 여겨선 안 된다”며 “신문방송학 등이 빚을 지고 있는 철학·신학 등에서는 ‘개별주의’에 의문을 품는 상황에서 미디어연구에선 ‘개인’에 대한 신화를 유지하는 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위 발제에 대해 김수미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소셜미디어를 개인미디어로 보기 때문에 개인이 고립되고 사라진 것인지, 아니면 개인미디어 자체가 개인을 사라지게 만든 것인지 좀 더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상길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개인미디어 시대에 개인이 사라지는 현상이 나타났다면 매스미디어시대에는 어떠했는지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의 문제의식은 명확하지만 좀 더 구체적인 연구가 뒤따라야 한다는 의미다.

유선영 성공회대 교수(전 한국언론정보학회장)는 “실제 한국사회에서 (근대의 발명된)‘개인’의 개념이 명확하게 만들어지지 않았는데 ‘개인이 주체가 되는 사회가 좋겠다’는 바람 탓에 논의가 부풀려진 경향이 있다”며 “이 교수의 발제는 (소셜미디어를 온전히) 개인미디어로 볼 수 있겠느냐는 우려를 전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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