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된 CBS 노컷뉴스 기사에 ‘재생’ 버튼이 생겼다. 클릭하면 기사를 음성으로 읽어준다. CBSi가 아마존과 제휴를 맺고 지난달 선보인 인공지능 음성뉴스 서비스 ‘노보’(Nocut Voice)다. 이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정순한 CBSi 클라우드 팀장을 지난 25일 서울 목동에 위치한 CBS사옥에서 만났다.

인공지능 음성뉴스 서비스는 독자들에게 낯설지 않다. 네이버가 ‘본문 읽기’ 서비스를 지난해부터 선보이고 있다. 네이버 제휴매체인 노컷뉴스 기사도 음성으로 들을 수 있다. 그럼에도 CBSi가 자체 서비스를 마련한 이유는 무엇일까.

▲ 노컷뉴스의 음성 뉴스 서비스인 노보 플레이 화면.
▲ 노컷뉴스의 음성 뉴스 서비스인 노보 플레이 화면.

“네이버에서도 들을 수 있는 걸 굳이 왜 하냐고 할 수 있다. 사실 네이버 서비스를 쓰면 우리도 편하다.” 정순한 클라우드팀장이 운을 뗐다. 그는 “근데 그건 우리의 서비스가 아니다. 포털에게 받기만 하면 포털만 바라보고, 종속되고 더 이상의 발전은 없게 된다”며 “반면 우리가 서비스를 하면 데이터를 모으고, 직접 조정하며 발전시킬 수 있고, 우리의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노보’는 아마존 클라우드 서비스의 일환인 텍스트 음성변환 인공지능 ‘폴리’를 기반으로 한다. ‘폴리’는 딥러닝 기술을 통해 학습량이 늘어날수록 기사의 문맥을 파악하면서 사람처럼 읽는다. 최근 일본의 지역 라디오방송사 FM와카야마가 ‘폴리’를 통해 ‘인공지능 아나운서’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고 조선일보 역시 ‘폴리’를 이용한 기사 음성변환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네이버는 1년 서비스를 해 지금처럼 자연스럽게 읽게 됐다. 폴리의 학습능력이 굉장히 뛰어나기 때문에 테스트 한 달 밖에 안 됐지만 제법 사람처럼 읽는다. 상황에 따른 음의 높낮이나 따옴표 속 표현의 뉘앙스, 약칭을 읽는 방법 등 개선사항을 요구하면 아마존에서도 한글에 맞는 서비스를 고도화할 수 있다고 보는지 적극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빠르게 발전할 것이다.” 정순한 팀장의 말이다.

이 서비스로 어떤 비즈니스를 할 수 있을까. 현재 스포츠·연예 기사에만 한정된 노보 서비스를 전체로 확대하고 이후에는 수익화를 고민할 계획이다. 정순한 팀장은 “기사 하나하나를 음성 콘텐츠로 만들고 판매할 수 있고, 음성 광고를 붙일 수 있다. 단순히 기계음성을 넘어 인공지능이 시사 이슈에는 김현정PD의 목소리로, 비교적 가벼운 기사는 배미향PD의 목소리로 읽어주는 서비스를 만들고 유료화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CBSi 클라우드팀 정순한 팀장과 조태훈 차장. 사진=금준경 기자.
▲ CBSi 클라우드팀 정순한 팀장과 조태훈 차장. 사진=금준경 기자.

이 사업을 맡은 조직은 CBSi에 신설된 ‘클라우드’팀이다. 인터넷 접속으로 기술을 이용하는 클라우드 서비스와 연계하려고 설립했다. 국내 언론사에 클라우드팀이 만들어진 건 드문 일이다.

정 팀장은 “4년 전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가 나올 때만 해도 다양한 시도가 있었는데 포털이라는 장벽에 막혀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돈이 안 되니 금방 쇠락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언론은 열악한 상황이다. 이걸 인정해야 한다. 변화를 따라가야 하지만 우리가 모든 것을 개발할 수 없다. 누군가가 개방해놓은 클라우드서비스가 반가운 이유다. 업체들과 제휴해 경쟁력 있는 부문들이 나올 거다. 그렇게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CBSi는 폴리 외에 아마존의 다른 클라우드 서비스와 연계도 고민하고 있다. 아마존은 이미지 인식, 자연어 이해, 텍스트 내에서 핵심 문구나 사람 추출 등의 인공지능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순한 팀장은 “장기적으로는 웹툰에서 텍스트를 뽑아내 음성으로 변환하는 기술도 나온다고 한다. 당장은 와닿지 않더라도 새로운 환경에 맞는 비즈니스를 꾸준히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