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취소 결정을 내린 뒤 북한이 발 빠르게 만나자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회담 재개 가능성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깨기’를 시도하면서 흔들어놨지만 북한의 반응은 예상을 깼다. 회담 재개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의지를 드러냈고, 트럼프 대통령도 회담 취소를 알린 서한 발표 이후 협상 재개 여지를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융규제 완화 법안 서명식에서 참가해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 일이 잘 풀리기를 바라며 예정된 정상회담이 열리거나 나중에 어떤 시점에 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강력한 제재와 최대의 압박 작전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지만 회담 재개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았다.

북미 갈등은 비핵화 방법론에 이견차가 좁혀지지 않은 게 원인으로 보인다. 특히 그 이면에 정상회담 개최 합의를 둘러싼 시각이 크게 엇갈린다.

미국은 최대 압박 작전이 북을 움직였고, 정상회담을 제안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북한은 과거 핵개발 시대와 달리 핵 무력 완성을 했기에 미국이 협상장으로 나온 걸로 여긴다. 북한은 경제병진노선으로 전환하고, 체제 안전 보장을 주장하는 것도 핵무력 완성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미국의 적대시정책까지 철회시켰다고 판단한다.

북미 갈등은 이런 시각차에서 비롯된 것이고 이에 따라 비핵화 방법도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단어는 리비아다. 미국이 북미정상회담 취소 이유로 지목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담화문에서 “미국 부대통령 펜스는 폭스 뉴스와 인터뷰에서 북조선이 리비아의 전철을 밝을 수 있다느니”라면서 “핵 보유국인 우리 국가를 고작해서 얼마 되지 않는 설비들이나 차려놓고 만지작거리던 리비아와 비교하는 것만 보아도 그가 얼마나 정치적으로 아둔한 얼뜨기인가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리비아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우리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서 우리 자신을 지키고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수호할 강력하고 믿음직한 힘”을 키웠는데 미국이 리비아식 비핵화 해법을 계속 거론하는 것은 협상 기본 태도가 잘못됐다고 본다. 주변 참모(대표적으로 존 볼튼 국가안보보좌관)의 입에선 리비아라는 말이 계속 나오면서 북 입장에선 더 이상 리비아 해법이 협상 의제에 오를 수 없도록 강력 경고하는 차원에서 담화문을 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회담 취소에 맞대응하지 않고 회담 재개 의지를 보이면서 트럼프식 해법을 언급한 것도 리비아식 해법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맥락에서다. ‘트럼프식’ 해법으로 비핵화 로드맵의 접점을 찾아보자는 얘기다.

김계관 제1부상은 회담 취소 직후 내놓은 담화문에서 “트럼프 방식이라고 하는 것이 쌍방의 우려를 다같이 해소하고 우리의 요구조건에도 부합되며 문제해결의 실질적 작용을 하는 현명한 방안이 되기를 은근히 기대하기도 하였다”라고 했는데 역으로 생각하면 리비아식 해법을 고수하는 강경매파와 트럼프 대통령을 구분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가능하다.

당분간 냉각기를 갖겠지만 봉합 가능성이 나오는 것은 양측 메시지에서 회담 재개의 의지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서다. 오히려 회담 재개를 위해 직접 대화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김계관 제1부상의 담화문의 핵심은 북미정상회담을 계속 추진할 의사가 있다는 것이다. ‘위임을 받아’라는 표현을 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뜻이라는 것도 분명히 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 위원장은 강렬하게 반발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김계관 제1부상을 통해 정상회담 계속 추진 의사를 밝힌 것”이라며 “이 같은 유연한 대응으로 북미정상회담 개최가 재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한번 번복돼 의미가 퇴색된 측면도 있는데 다른 장소, 다른 날짜를 잡아 추진하는 방안이 나올 수 있다.

▲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양쪽 누군가는 더욱 적극적인 제스처를 보여줄 필요가 있는데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두차례 방북해 김 위원장을 만난 것을 상기했을 때 북한도 고위급 대표단을 미국에 파견해 직접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하며 경색 국면을 푸는 방안도 거론된다.

어느 때보다 남북 정상간 핫라인을 통한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미 문 대통령은 회담 취소 소식을 접하고 직접 대화를 중요성을 강조했다. 직접 대화라는 말 속에는 남북 정상 간 핫라인도 포함될 수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실장은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직접 통화를 통해 자신의 북미정상회담 계속 추진 의사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해줄 것을 요청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이 김계관 제1부상 담화를 통해 북미정상회담 계속 추진 의사를 밝혔으므로 한국 정부도 북미정상회담의 성사를 위해 더욱 적극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 정부는 미북정상회담 재추진을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만약 회담 일정이 조정된다면 한국의 판문점이나 제주도에서 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적극 미국과 북한에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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