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회담 취소 결정에 첫 반응을 내놨다. 대화 테이블에 앉자는 메시지를 보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5일 오전 “김계관 제1부상이 북미정상회담 취소와 관련해 ‘위임에 따라’ 담화문을 발표했다”며 김계관 제1부상의 담화문을 발표했다.

김계관 제1부상은 “조선반도와 인류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모든것을 다하려는 우리의 목표와 의지에는 변함이 없으며 우리는 항상 대범하고 열린 마음으로 미국측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며 “만나서 첫술에 배가 부를리는 없겠지만 한가지씩이라도 단계별로 해결해나간다면 지금보다 관계가 좋아지면 좋아졌지 더 나빠지기야 하겠는가 하는것쯤은 미국도 깊이 숙고해보아야 할것이다. 우리는 아무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측에 다시금 밝힌다”고 전했다.

▲ 김계관 제1부상. ⓒ 연합뉴스
▲ 김계관 제1부상. ⓒ 연합뉴스
김계관 제1부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이유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한 ‘커다란 분노와 로골적인 적대감’이라는 것은 사실 조미수뇌상봉을 앞두고 일방적인 핵페기를 압박해온 미국측의 지나친 언행이 불러온 반발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담화 내용을 보면 회담 취소에 대해선 유감이 뜻을 밝히면서도 손을 내밀고 문제를 함께 풀자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

특히 지난 16일 김계관 제1부상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볼튼을 비롯한 백악관과 국무성의 고위관리들은 ‘선 핵포기, 후 보상’ 방식을 내돌리면서 그 무슨 리비아 핵포기 방식이니,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수 없는 비핵화니’, ‘핵,미싸일,생화학무기의 완전페기’니 하는 주장들을 거리낌 없이 쏟아내고 있다”며 비핵화 방식에 대한 미국 강경파의 주장을 정면으로 비판했는데, 이번 담화문에서는 “트럼프 방식이라고 하는것이 쌍방의 우려를 다같이 해소하고 우리의 요구조건에도 부합되며 문제해결의 실질적 작용을 하는 현명한 방안이 되기를 은근히 기대하기도 하였다”고 밝힌 것은 주목할 만한 내용이다.

김계관 제1부상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시기 그 어느 대통령도 내리지 못한 용단을 내리고 수뇌상봉이라는 중대사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데 대하여 의연 내심 높이 평가하여왔다”고 밝힌 대목도 회담 재개를 위한 유화 제스처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의 전격 북미회담 취소에 북한의 반응이 격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강대강 대결을 피하고 어찌됐든 회담 재개를 희망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점에서 다시 미국 측 반응에 관심을 모은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이 가장 중요한 회담과 관련해 마음을 바꾸게 된다면 부디 주저 말고 내게 전화하거나 편지해달라”는 대목에 대한 화답의 성격으로도 볼 수 있다.

중재자 역할을 맡은 문재인 정부는 극도로 메시지 전달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자칫 어느 한쪽에 잘못된 시그널을 보낼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전격 회담 취소를 사전에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미국에 유감의 뜻도 상당해 보이지만 회담 재개 여지를 넓히기 위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 5월25일 0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발표와 관련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 긴급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 5월25일 0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발표와 관련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 긴급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새벽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해 “지금의 소통방식으로는 민감하고 어려운 외교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정상간 보다 직접적이고 긴밀한 대화로 해결해 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는데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참모가 추가 백브리핑으로 해석하는 건 적절치 않다. 당분간 추가설명이나 해석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계관 제1부상의 담화문이 아침 청와대 현안점검회의에서 보고는 됐지만 별도의 반응은 없었다면서 “대통령 메시지가 나갔다”는 말로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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