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25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트럼프 ‘지금 김정은과 만남 부적절’ 북·미회담 전격 취소”
국민일보 “트럼프, 6·12 북·미 정상회담 전격 취소”
동아일보 “트럼프 ‘김정은과 6월 정상회담 취소’”
서울신문 “北 풍계리 폭파한 날…트럼프, 북미회담 전격 취소”
세계일보 “트럼프, 北·美정상회담 전격 취소”
조선일보 “트럼프, 김정은과 정상회담 전격 취소”
중앙일보 “트럼프 ‘북한은 기회 잃었다’ 김정은과 회담 취소”
한겨레 “북 핵실험장 폭파하자, 트럼프 북미회담 걷어찼다”
한국일보 “북미회담 판 깬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4일 6월12일 싱가포르에 예정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한이 보인 극도의 분노와 적대감” 때문이라며 북한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한 날 이런 발표를 해 향후 북미 관계에 냉기류가 흐를 전망이다.

▲ 25일자 한국일보 1면
▲ 25일자 한국일보 1면

이에 조선일보는 ‘북한이 보인 이상행동’을 문제 삼았다. 이 신문은 사설 “트럼프 미·북회담 전격 취소, 비상한 안보 상황이다”에서 “순항하는 듯하던 미북 정상회담에 이상 기류가 드리우기 시작한 것은 김정은이 중국 시진핑과 두 번 만난 이후 남북 고위급 회담을 돌연 취소하면서 미북 정상회담 취소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부터”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미국의 선 핵폐기 요구에 반발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2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일괄적인 핵폐기가 물리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고 하는 등 단계적 비핵화를 언급했다. 조선일보는 “어떻게든 북한을 달래서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보려는 성의를 보인 것”이라며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미치광이라고 불렀던 김정은에 대해 ‘고귀하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회담을 성공으로 이끄는 데 공을 들여왔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북한의 ‘막말’을 정상회담 취소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급작스럽게 정상회담을 열지 않기로 결심한 배경이 무엇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보낸 편지만 봐서는 북한 측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존 볼턴 안보 보좌관을 강력하게 비난한 데 이어, 최선희 외무성 미국 담당부상이 핵전쟁을 시사하며 펜스 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된 듯하다”고 예상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북한이 중요한 협상을 앞두고 상대방을 막말로 비난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이런 북한 행태에 익숙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모욕적이라고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조선일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적으로는 북한의 적대적 태도를 문제 삼았지만 실제는 비공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미북간 접촉에서 북핵 폐기를 둘러싼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도 예상했다.

동아일보는 미국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설에서 “미국은 16일 북한이 남북 고위급 회담을 돌연 무산시키면서부터 한미 양국에 대해 비난을 퍼부어온 행태에 비춰 북한이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완전한 비핵화에 응할 의지가 아직은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동아일보는 “북한의 최근 행태들은 김정은이 여전히 낡은 전술적 발상을 벗지 못한 채 새로운 미래를 향해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줬던 게 사실”이라며 “비핵화 의지 표명 이후 첫 실행 조치인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는 북한의 약속과 달리 외부 전문가는 배제된 채 보여주기식 이벤트로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의구심을 품었다. 사설 “北,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반드시 검증절차 밟아야”에서 “핵실험장 폐기는 비핵화 프로세스의 초기에 해당하는 동결과 불능화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며 “여섯 차례 핵실험을 진행한 탓에 추가 핵실험의 필요성이 크지 않아 폐기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 25일자 국민일보 1면 기사
▲ 25일자 국민일보 1면 기사

국민일보는 “북한은 이마저도 핵시설 폐기의 실체를 검증할 수 있는 전문가 참여를 배제했다”며 “전문가들이 현장에 들어가 핵실험에 사용된 장비와 갱도를 살펴본 뒤 폐기하는 검증 절차가 빠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일보는 “2008년 영변 냉각탑 폭파쇼가 보여주듯 핵시설은 언제든 다시 만들 수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관련 국제기구 전문가들을 초청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의 검증 절차를 밟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한미동맹 강화를 주장했다. 이 신문은 “최근 보인 북의 이상행동들은 도저히 핵 포기를 결단한 것으로 볼 수가 없었다”며 “당장 시급한 것은 한미 간의 굳건한 공조”라고 주장했다. 이어 “앞으로 김정은이 어떤 돌발 행동을 할지 모른다”며 “북 비위만 맞춰서 될 일이 아니다. 비상한 안보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중앙일보는 미국과 북한의 강경파들이 정상회담 취소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사설 “무산 위기 몰린 북핵 협상…그래도 막판 ‘빅딜’ 포기 말아야”에서 “근래 워싱턴과 평양의 강경파들이 판을 깨려는 듯한 목소리까지 여과 없이 쏟아내면서 상황을 우려스럽게 만들어온 게 사실”이라며 “강경 발언은 속성상 꼬리를 물게 마련이고, 자칫 관리에 실패하면 상황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세기의 협상을 앞두고 어느 정도 기싸움이 있을 순 있지만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겐 통하지 않았고, 결국은 비핵화 국면에서 가장 큰 위기를 초래하고 말았다”고 했다. 이어 “정부는 막판 중재에 나서야 하며, 북한도 더 이상 ‘밀 대 말, 행동 대 행동’ 식으로 자극적인 언동을 쏟아내서는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 25일자 한겨레 1면 기사
▲ 25일자 한겨레 1면 기사

한겨레는 1면 톱기사 제목을 “북 핵실험장 폭파하자, 트럼프 북미회담 걷어찼다”고 뽑는 등 미국 책임에 비중을 뒀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북한 인사들 발언에서 나타난) 극도의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에 근거해, 지금 시점에서 회담을 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느낀다”고 한 것에 대해 한겨레는 사설에서 “이는 북한이 결사반대하는 ‘리비아식 핵폐기 모델’을 미국 인사들이 계속 강조하는 데 대한 대응의 성격이 짙다”고 해석했다.

이어 “북한은 말로는 미국 고위 인사들을 비난하면서도, 외신과 남한 언론이 지켜보는 가운데 24일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했다”며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의지를 과시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의미있는 행동’을 평가하지 않고 단지 ‘과격한 말’을 문제 삼아 정상회담을 취소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온당치 않다”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미국의 체제 안전보장 방안이 명시적으로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한 것은 매우 의미있는 결단”이라며 “북한에 풍계리 핵실험장 말고 다른 적당한 핵실험장 후보지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번 폐기 절차는 ‘미래의 핵’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북미회담이 취소되면서 한국 정부 역시 부담을 떠안게 됐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북미 정상회담 취소는 문재인 대통령이 자임해 온 북미 간 중재자 역할이 일단 실패로 귀착됐음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뼈아프다”며 “향후 전개될 수 있는 무력 충돌 등 북미 간 격한 대립이 한반도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리더십에 새로운 차원의 시험대에 올라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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