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2일자 ‘“트럼프, 문 대통령 장담과 북한 얘기 왜 다르냐 물었다”’란 제목의 기사가 언론계 입길에 올랐다. 중앙일보는 이날 뉴욕타임스의 20일(현지시간) 보도를 인용해 “트럼프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왜 (문 대통령이) 김정은과 만난 뒤 내게 전달해 줬던 개인적 장담(assurance)들과 북한의 공식 담화 내용은 상충되는 것이냐’고 묻고자 토요일(19일) 밤 전화를 걸었다”고 보도했다.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걱정과 우려 조짐을 다룬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 보도를 ‘문대통령 중재외교에 대한 우려’로 뒤바꾼 기사”라고 비판하며 중앙일보 기사 제목이 사실을 호도한다고 지적했다.

▲ 5월22일자 중앙일보 기사.
▲ 5월22일자 중앙일보 기사.
“김정은을 만난 뒤 문대통령이 전달한(conveyed) 개인적 장담들(private assurances)”을 김정은의 장담이 아닌 “문대통령 장담”으로, 그것도 직접인용이라며 제목에 달아 예상치 못한 북한의 언동이 마치 문 대통령의 책임인 듯 기사를 썼다는 게 강형철 교수 지적이다.

강형철 교수는 “김정은이 약속했던 바와 최근의 행보가 왜 다른지 알고자 트럼프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했다는 것이 뉴욕타임스가 전한 팩트”라고 전한 뒤 “이 사실을 놓고 ‘트럼프는 한국을 통해 전달된 북한의 비핵화 협상 의지를 철썩 같이 믿고 있었는데, 상황이 이상하게 전개되자 한국의 중재 외교에 의심을 품기 시작하고 있다는 설명’이라는 중앙일보 기자의 단언은 참 용맹스럽다”고 꼬집었다. 이어 강 교수는 “문 대통령이 전한 북한의 의지를 트럼프가 ‘철썩 같이 믿고 있었’다는 확인되지 않은 기자의 상상에서 시작해 트럼프가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고 쓰는 전지적 작가 시점이 경탄스럽다”고 적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뉴욕타임스 기사 제목은 분명 트럼프가 북미회담을 걱정한다는 이야기고, 불평하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했다는 얘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그 기사 내용엔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라며 “죠셉윤(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이 트럼프가 북미협상에서 보상 없이 6개월 이내에 핵무기를 없애는 결론을 내리기 바라는 건 비현실적이라 했다는 내용이다. 북한과 협상하면서 일방적 항복을 요구하는 트럼프의 행태가 당연히 잘못된 것이다. 그런데 수구신문은 그들에게 실망을 줬던 ‘트럼프’가 드디어 김정은의 행태에 짜증을 냈다는 사실만 강조한다”고 꼬집었다. 실제 중앙일보 기사에는 “남북·북미대화와 협상이 틀어지기를 애원이라도 하는 듯한 절절함이 기사에 숨김없이 묻어있다”는 댓글이 높은 공감을 얻기도 했다.

책 <뉴스는 어떻게 조작되는가?>를 쓴 최경영 뉴스타파 기자(전 KBS기자)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중앙일보 기사를 가리켜 “문대통령이 뭘 잘못해서 미국이 화가 났다는 뉘앙스를 확 풍긴다. 전형적인 체리픽킹(Cherrypicking, 본인의 논증에 유리한 사례만 취사선택하는 행위)기사”라고 비판했다. 최경영 기자는 “미국언론이 북미회담에 회의적인 건 사실이지만 그게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를 잘못해서라고 말하는 미국언론은 아직 보지 못했다. 美언론이 북미회담에 회의적인 가장 중요한 이유는, 북한의 전통적인 치고 빠지기 전략에 대한 불신을 제외한다면, 바로 트럼프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강형철 교수도 “내가 해석한 원 기사의 뉘앙스는 트럼프가 핵문제를 잘 모르면서 노벨상을 거론하며 섣불리 나섰다가 북한의 대응에 당황해서 자신의 참모들과 측근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미국 주류 언론의 전형적인 ‘트럼프에 대한 불신과 우려’”라고 지적했다.

해당 기사를 쓴 김현기 중앙일보 워싱턴 특파원은 22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정부가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협상 의지를 실제보다 과장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개인적으로 내비쳤다고 전하기도 했다”며 이날 조간신문의 논조를 이어갔다.

▲ 5월24일자 KBS보도화면 갈무리.
▲ 5월24일자 KBS보도화면 갈무리.
그러나 손석희 JTBC보도담당 사장은 “로이터가 보도 했다는 내용, 다시 말해서 트럼프가 혹시 한국정부가 북한의 입장을 과장해서 전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고 했는데 그건 이해가 안 가는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손 사장은 “폼페이오(美국무장관)는 김정은 위원장과 두 번이나 만났기 때문에, 즉 자신들도 북한과의 채널은 늘 열어두고 있었다는 것인데, 이제 와서 그런 얘기를 한다는 것은 조금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다시 말해 로이터의 보도 내용을 100% 받아들일 수 있느냐 하는 의구심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23일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을 가리켜 “문 대통령은 좋은 사람이고, 매우 유능하다. 한국은 문 대통령이 있어서 행운이다. 문 대통령에게 A+를 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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