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원을 고용하려는 선주들이 국내선원들의 노동조합 연합체에 제공해온 특별회비와 복지기금이 부당한 지원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외국인선원 고용시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수협)가 특정 노조연합체에 결재를 받도록 한 제도도 논란이 되고 있다.

강동화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사무처장은 지난 15일 김임권 수협중앙회장, 이중호 멸치수산업협동조합장, 임준택 대형선망조합장, 정해종 트롤선주협회장, 김봉근 근해통발수산업협동조합장을 부당노동행위와 업무상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강 처장은 고발장에서 피고발인들에 대해 “2007년 5월부터 수협중앙회 소속 사용자(선주)들을 대리해서 해상노련과 임단협 교섭을 진행하면서 해상노련(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선원노련이라는 약칭으로도 씀)과 해상노련 산하 조직에게 ‘복지기금’ 명목으로 외국인 선원 1인당 달마다 3~5만 원을 노동조합에 납부하도록 협약을 체결했다”며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81조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강 처장은 이들의 업무상 배임혐의에 대해 “피고발인들이 복지기금 지원이 부당노동행위임을 잘 알고도 해상노련과 단체교섭을 통해 선주들에게 약 10년 간 외국인 선원 1인당 월 3~5만 원씩 불법으로 받는 등 피해를 일으켰다”며 “선주들로부터 위임을 받은 수협중앙회 등 피고발인들은 제3자인 해상노련과 산하 노조들에게 이득을 줘 선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썼다.

선주들이 외국인 선원을 고용하기 위해서는 노조가 있을 경우 해당 노조에, 없을 경우엔 선원 노조의 연합체인 해상노련에 외국인선원 1인당 5만 원의 특별회비 또는 복지기금을 지급해왔다. 한국인 선원 감소로 인한 고용악화를 막고, 한국인 선원 조합원의 복지를 위한 취지로 선주 또는 사용주들이 해상노련에 특별회비 등을 지급하기로 2007년부터 사용자단체인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와 노동자 연합단체인 해상노련이 노사합의와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2016~2018년 해상노련의 수입예산에 책정된 특별회비는 39억~42억 원이며 이 가운데 국내선사 사업주‧선주(내항상선‧외항상선‧수산분야)들로부터 받는 회비 수입은 약 23억 원에 달한다. 또한 같은 수입예산에 별도항목으로 책정된 복지기금은 18억~19억 원에 달한다. 외국인 선원 고용을 위해 해상노련에 납부한다는 점에서 특별회비와 복지기금은 공통점이 있다. 예산에 책정된 두 기금을 모두 합하면 40억 원이 넘는다. 총예산(일반회계) 74억~88억 원의 절반에 해당된다.

2017년 선원 복지에 사용에 잡힌 지출예산을 보면, 18억 원이었다. 외국인 특별조합원 관리비(4억5000만 원), 선원승무 실태조사 및 고용체계 개선 등을 위한 연구 용역비(1억 원), 해상원격의료시스템 홍보 및 사업비(1억5000만 원), 어선원 노동자의 근로환경 실태조사 및 재해 보상법 개선 대책 방안 용역비(5억 원), 장학사업비(5억 원), 선박 및 항만 정보통신 기술 확대지원 사업비(1억 원), 선원 의료 공공성 확보에 관한 용역비(5000만 원), 선원 ICT(정보통신기술) 소외계층 해소를 위한 기술적 제안(5000만 원), 내항상선 선원 근로조건 및 복지제도 실태조사(5000만 원), 선원 인력 양성긱관 지원비(2억 원), 불우선원 가족 돕기 지원금(5억 원), 선원 퇴직연금 제도 지원사업비(1억 원), 비정규직연대 기금 지원비(2억 원) 등이다.

이렇게 잡혀있는 지출예산은 16억 원이지만 실제 집행된 금액(결산액)은 6억8860만 원으로 나타났다. 2016년에도 복지사업비 예산은 17억 원이 잡혔으나 결산액은 8억2304만 원에 그쳤다. 모두 예산액의 절반도 채 쓰이지 않았다.

▲ 한국노총 산하 전국해상선원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2014년 12월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 앞에서 해양수산부의 외국인선원관리지침 개정에 대해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한국노총 산하 전국해상선원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2014년 12월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 앞에서 해양수산부의 외국인선원관리지침 개정에 대해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해상노련 관계자와 가맹노조 대표들의 해외 출장 및 해외연수에 들어간 예산(국외여비)의 경우 2017년엔 2억7924만 원, 2018년엔 2억5332만 원에 달했다.

수협중앙회장 등을 고발한 강동화 처장은 2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특별회비이든 복지기금이든 노조가 사용자한테 어떤 명목으로 받든 노동자들의 직접적인 복지에 쓰이지 않는한 부당한 지원, 경비 원조에 해당한다”며 “예산서를 보면 노조활동의 일상적 사업비나 인건비에까지 쓰였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강 처장은 “노동조합법 제81조 4호에 의하면 ‘노조 전임자 급여지원, 노조 운영비 원조 행위’를 경비원조라 해 별도로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있다”며 “복지사업비에 책정해놓은 항목 중 일부는 복지사업이라 보기 어려운 대목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수협중앙회가 외국인선원의 고용추천서를 발급할 때 해상노련의 확인을 받도록 한 노사합의서 대목도 권한남용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협중앙회장과 해상노련 위원장이 합의한 ‘어선 외국인선원 혼승에 관한 노사 합의서’를 보면, ‘외국인 선원 고용 범위 준수 및 외국인 선원의 노동권 보호 등 제도의 효율적 운영‧관리 및 안정화를 위해 수협중앙회는 법무부 제출에 필요한 고용추천서 발급시 사전에 해상노련의 확인을 거쳐야 한다’(제7조 1항)고 돼 있다. 또한 수협중앙회의 ‘외국인선원관리시스템 사용자 매뉴얼’(2017.12)을 보면, 고용추천서를 작성할 때 ‘해상노련 결재’를 거쳐야 비로소 직인이 들어있는 고용추천서를 발급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수협중앙회 등은 이것이 해양수산부의 외국인 선원 관리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선원 관리지침 제3조 1항은 “외국인 선원 총 도입규모 등 고용기준은 선원노동조합연합단체와 한국선주협회, 한국해운조합,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 등 업종별로 각각의 선박소유자 단체가 자율적으로 합의하여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수협중앙회가 외국인선원 고용시 해상노련에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합의하는 바람에 외국인선원 고용에 있어 해상노련에 사실상의 결정권한이 부여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상노련에 가맹되지 않은 노조가 있는 사업주는 외국인선원 고용이 쉽지 않아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강동화 처장은 “해상노련에 속하지 않은 노조가 조직돼 있는 사업장의 사업주가 외국인선원을 고용하려 할 때까지 해상노련의 도장을 받아오라는 것은 해상노련이 국가 위에 있다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며 “우월적 지위를 갖고 다른 조합의 활동 방해하는 결과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복지기금과 특별회비 지급에 대해 수협중앙회는 선원들의 복지에 쓰도록 복지기금을 지급한 것이므로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은 2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외국인선원 1인 고용할 때마다 선원복지기금을 월 5만원 주는 근본취지는 외국인 근로자 취업이 국내 근로자 취업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이라며 “선원복지에 썼는지 여부는 우리가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해상노조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고발이 됐으니 한번 더 챙겨보겠다”고 밝혔다.

이용호 수협중앙회 선원지원실장은 “부당지원을 한 적이 없고, 그 돈을 준 것이 배임이 아니다”라며 “돈을 제대로 안 썼다면, 안 쓴 곳이 문제이지, 감사권한이 없는 우리가 어떻게 판단하겠느냐”고 밝혔다.

▲ 수산업협동조합 홈페이지 이미지
▲ 수산업협동조합 홈페이지 이미지
복지기금의 명칭과 관련해 이 실장은 처음에는 특별회비였다가 이후 복지기금으로 명칭이 바뀐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고용추천서 제출시 해상노련의 확인을 거치게 한 것에 대해 이 실장은 “사업장에서 외국인선원을 고용할 때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 등에 대해 해상노련이 한국인선원 노동조합으로서 자신들도 검증하겠다는 차원에서 일종의 검증제도를 도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해수부 외국인선원관리지침에 의하면 노측의 대표는 선원노조의 연합단체로 돼 있고, 복수일 경우는 다른 연합단체와 공동교섭단을 구성해 합의하도록 돼 있다”며 “현재 선원노조의 연합단체는 해상노련(선원노련)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해상노련에 가입되지 않은 노조가 있는 사업주가 외국인선원 승선을 못시켜 출항을 못하는 피해가 생길 경우에 대해 “피해를 보는 사람이 있으면, 개선할 부분은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상노련 측은 특별회비나 복지기금의 수령 및 집행에 아무 문제가 없으며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고 밝혔다. 박명훈 해상노련(선원노련) 조직본부장은 24일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고발이 들어왔으니 검찰이 조사하면 다 나올 것”이라며 “복지기금을 받아서 복지사업으로 쓰고 있고, 특별회비도 적법하게 쓰고 있다”고 밝혔다.

특별회비의 취지에 대해 박 본부장은 “특별회비는 해운과 상선 쪽 (사업주가) 내는 것으로 돼 있다”며 “젊은이들이 배를 안타려 하니 외국인을 쓰도록 노사정이 합의했다. 선주들이 발전기금으로 특별회비를 내겠다고 정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별회비의 용도에 대해 박 본부장은 “특별회비 받아서 장학금도 주고 복지사업에 쓴다”며 “또한 노동조합 발전과 (상근자) 급여 등 운영비에도 조금씩 쓴다”고 밝혔다. 사용자가 지급하는 돈이 노조운영비로 쓰이면 부당노동행위라는 지적에 대해 박 본부장은 “복지기금은 전부 다 복지에만 쓸 수 있느냐”며 “ 운영에 관한 것도 조금 쓰는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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