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 관련 취재비로 미국 언론에 1인당 1만 달러를 요구했다는 TV조선 보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검증이 이뤄졌고 더불어민주당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한 조치를 검토 중이다.

TV조선 정치부 엄성섭 기자는 지난 19일 “북한은 사증(비자) 명목으로 1인당 1만 달러, 약 1100만 원의 돈을 요구했다. 외신 기자들은 사증 비용과 항공 요금을 합해 풍계리 취재에 1인당 3000만 원 정도 들어간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 TV조선 정치부 엄성섭 기자는 지난 19일 “북한은 사증(비자) 명목으로 1인당 1만 달러, 약 1100만 원의 돈을 요구했다”며 “외신 기자들은 사증 비용과 항공 요금을 합해 풍계리 취재에 1인당 3000만 원 정도 들어간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사진=TV조선 화면
▲ TV조선 정치부 엄성섭 기자는 지난 19일 “북한은 사증(비자) 명목으로 1인당 1만 달러, 약 1100만 원의 돈을 요구했다”며 “외신 기자들은 사증 비용과 항공 요금을 합해 풍계리 취재에 1인당 3000만 원 정도 들어간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사진=TV조선 화면
안용현 조선일보 논설위원도 지난 22일 “北 비자 1000만 원”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지구상에서 가장 비싼 입국 비자일 것”이라며 “풍계리에 가는 외신들에까지 ‘바가지’를 씌우는 것은 북 경제가 극심하게 어렵다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정작 외신기자들은 북한이 사증 명목으로 1만 달러를 요구했는지 확인해 달라는 국내 취재진 질문에 “요금(fee)은 없었다”고 했다. 지난 22일 KBS 보도에 따르면 한 외신기자는 “160달러를 사전에 냈다. 평소 출장비 정도의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3일 SBS ‘8뉴스’를 보면 윌 리플리 CNN 기자는 “CNN은 어떤 추가 비용도 요구 받은 적 없고 (북한이) 1만 달러를 요구했다는 보도가 있던데 우리는 그런 요구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SBS는 이를 근거로 북한이 취재 비자비 1만 달러를 요구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송행수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지난 23일 논평을 통해 “TV조선이 또 대형 오보를 냈다. 그것도 남북 평화의 분수령이 될 중차대한 시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는 내용”이라며 “이는 참관 외신기자들에 의해 명백한 오보로 바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송 부대변인은 “TV조선은 사과는커녕 정정 보도나 후속 보도조차 내놓지 않았다. 22일 논설위원 칼럼 형식으로 이를 받아쓴 조선일보 또한 마찬가지”라며 “TV조선은 이미 수많은 오보와 무늬뿐인 단독 보도로 물의를 빚어왔다. 최근에는 기자가 취재를 빙자해 도둑질까지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있었다”고 비판했다.

▲ 조선일보 22일자 만물상 칼럼.
▲ 조선일보 22일자 만물상 칼럼.
그는 이어 “웬만하면 부끄러움에 자숙할 만한데 꾸준히 일부 정치 세력에 편향된 보도로 일관하며 이를 위해선 오보조차 부끄러워하지 않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민주당은 재발 방지를 위한 실효적인 조치를 방송통신심의위원위에 요청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을 최초 보도한 엄 기자는 24일 오후 “신뢰할 만한 취재원을 대상으로 충분히 취재해 보도한 것”이라는 회사 입장을 미디어오늘에 전했다. 24일 오후 현재도 TV조선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이 보도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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