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쌓은 노하우 공개하라니’ 삼성전자, 국민권익위로 달려가 행정심판 제기”(조선비즈, 4월6일자)
“삼성 핵심기술 줄줄이 공개하는 정부”(한국경제, 4월5일자)
“삼성 스마트폰 제조라인 공개하라는 고용부” (조선일보, 4월6일자)
“고용부의 삼성전자 영업비밀공개 결정은 무리수다” (중앙일보 사설, 4월9일자)
지난 4월5일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가 삼성전자의 작업환경측정보고서를 공개하겠다고 밝히자 언론이 내놓은 보도다. 삼성의 보고서에 영업비밀 정보가 담겨있어 공개하면 문제가 생긴다는 주장이다. 이는 삼성이 보고서를 공개할 수 없다며 펼치는 주장과 같다.
삼성전자는 해당 보고서가 공개되면 중국 등 경쟁업체로 영업비밀이 새나갈 수 있다며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정보공개 결정 취소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다.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져 행정심판의 최종판결이 날 때까지 보고서 공개는 보류됐다.
보고서 공개 결정을 내린 노동부와 달리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는 삼성전자의 보고서에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됐다고 판단해, 사실상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같은 정부기관이지만 상반된 태도다. 현재 고용노동부와 산자부는 행정심판의 최종판결을 기다린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가 핵심기술과 알 권리: 직업환경측정 보고서 논란과 이해’ 간담회에서 각계 전문가는 △삼성의 작업환경측정보고서에는 핵심기술을 함유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보고서가 허술해 작업환경을 제대로 측정할 수 없어 보고서 작성을 위해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하고 △한 발 물러서 보고서에 영업기밀이 포함됐더라도 국민의 건강권이 우선돼야 하기에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해당 간담회를 주최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은 법원과 노동부 결정에 수긍하기는커녕 자료 요구를 거부할 수단으로 산자부의 국가핵심기술 제도를 동원했다”며 “산재 입증에 필요한 자료공개를 국익을 팔아먹는 행위처럼 매도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보고서는 형식적 내용과 교과서적 내용으로 구성돼있고, 보고서 내에 영업비밀은 이미 비공개로 처리돼있다. 보고서 내용은 전공 관련 서적과 인터넷으로 더 자세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방효창 두원공과대 교수는 작업환경측정 보고서가 핵심기술은커녕 부실하게 작성됐다고 지적했다. 방 교수는 “작업환경측정보고서에는 오히려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된 사항조차 제대로 표기되지 않았다. 작업환경특정보고서를 제대로 작성하기 위해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시민사회단체는 보고서에 핵심기술이 포함돼지 않았을뿐더러, 만약 핵심기술이 포함됐더라도 국민 건강권을 위해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진한 알권리연구소 소장은 “삼성 측정 보고서에 핵심기술이 포함되느냐고 물어보니 그렇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답변이 많다. 만약 중요한 정보가 있어도 사람의 생명과 관계된 것이면 공개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공유정옥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활동가 역시 “이 정보를 감추면 전체 노동자들의 건강할 권리를 잃게된다”며 “이 정보는 노동자들이 사망과 재해의 위험을 미리 인지하고 예방대책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법체제상 노동자가 산업재해를 인정받으려면 당사자가 산업재해를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데, 자료접근이 어려워 산재처리를 받기 어렵다.
박영만 고용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현재 행정심판, 행정 소송이 진행 중인데 행정심판 법원에서 판정이 나온다면 결과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이에 전진한 소장은 “고용노동부에서 공개 방침을 정해놓고도 적극 의견을 피력하지 않고, 행정심판의 판결을 기다리고 그저 따르겠다고 하는 것은 수동적인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종란 반올림 활동가는 간담회가 끝난 후 미디어오늘에 “간담회에서 각 계 전문가들은 산자부가 내린 판단은 잘못된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간담회에 참석해 의견을 들은 산자부가 재고를 하기 원하고 피해자들에게 필요한 정보가 공개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