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현장에 초청된 외신들이 실시간 보도를 내놓고 있다. 우여곡절 끝 우리 취재진인 MBC와 뉴스1 기자 8명은 북한을 가게 됐지만 외신처럼 SNS를 통한 실시간 뉴스를 내보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현장 취재는 안팎으로 난항을 겪었다. 북한은 남북고위급 회담을 취소한 이후 핵실험장 폐기를 하기로 예고한 23일까지도 우리 측 취재진 명단을 접수받지 않아 애를 태웠다.

안으로는 취재진 선정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방송사는 추첨을 통해 MBC로 선정됐지만 통신사 취재의 경우 연합뉴스가 자사가 취재를 전담해야하고 풀 취재가 아닌 개별취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반발이 일었다. 결국 투표를 통해 뉴스1이 선정됐다. 미국, 영국, 러시아, 중국 기자들을 우리 취재진보다 하루 빠른 22일 오전 중국 베이징에서 고려항공 전세기를 타고 원산에 도착했다. 우리 측 취재진은 23일 뒤늦게 직항로를 타고 북한 원산으로 향했다.

핵실험장 폐기 현장으로 가는 여정은 모두 뉴스가 될 수 있다. 북한을 취재하는 기회가 흔치 않고, 핵실험장 폐기라는 역사적 현장까지 가는 과정도 베일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다.

▲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취재를 위해 5월22일 베이징(北京) 서우두 국제공항 출국장으로 들어서고 있는 서방 취재기자. 사진=노컷뉴스
▲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취재를 위해 5월22일 베이징(北京) 서우두 국제공항 출국장으로 들어서고 있는 서방 취재기자. 사진=노컷뉴스
외신 기자들은 트위터를 통해 짧은 글과 사진을 올리면서 현장 뉴스를 실시간으로 내보내고 있다. 영국 스카이뉴스의 톰 체셔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원산 공항에 도착한 사진과 함께 “엄청나게 조용하다”라는 글을 남겼고, 원산 갈마 호텔에 도착해서는 “새 페인트 냄새가 압도적”이라는 평을 남겼다. 같은 매체 소속인 마이클 그린필드 기자는 점심식사 메뉴로 나온 자라튀김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관심을 모았다.

심지어 톰 체셔 기자는 “그들이 초대받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한국 취재진의) 이름표가 프레스 센터에 새로 놓여졌다”고 밝혀 우리 취재진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취재진에 포함된 것을 전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23일 막판 합류한 우리 취재진도 북한에서 보고 들은 내용을 SNS를 통해 실시간 뉴스로 내보낼 수 있을까.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취재진은 매체 선정 단계에서 코리아풀(pool)을 적용하기로 했다. 코리아풀은 선정된 풀 취재단 기자들이 취재한 내용을 공유하지만 본인 명의의 별도 기사는 쓰지 못하게 돼 있다. 기사를 쓴 기자 이름을 명기하는 ‘바이라인’에 공식적으로 “장소=외교부 공동취재단”라고 쓰게 돼 있다.

SNS로 전하는 소식은 개별취재에 해당한다. 코리아풀 적용을 받는 우리 취재진은 개별취재 내용을 기사화할 수 없기에 SNS를 통한 실시간 보도를 할 수 없다. 뉴스1 측은 “코리아풀이기 때문에 사진이나 텍스트는 지정된 곳에 모두 풀로 보낸다”고 전했다.

▲ 영국 스카이뉴스의 마이클 그린필드 기자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사진.
▲ 영국 스카이뉴스의 마이클 그린필드 기자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사진.

코리아풀은 정상회담과 같은 국가적 행사 시 선발된 풀 취재단 기자들이 지켜야할 관행이었지만 현실적이지 않고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연합뉴스가 애초 개별취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 중 하나도 코리아풀 적용을 받게 되면 뉴스 생산에 제약이 많다는 것이었다. 코리아풀 적용 문제로 갈등을 빚자 외교부는 선정된 매체 기자 중 풀 취재와 개별 취재 기자를 따로 두자는 중재안까지 냈다. 하지만 출입 기자단은 관행대로 국가적 행사의 경우 코리아풀을 적용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냈고, 투표를 통해 코리아풀 적용을 하기로 하고 뉴스1이 선정됐다.

외신 기자들이 자유롭게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 뉴스를 전송할 때 우리 측 취재진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현장에 한해 풀 취재 내용을 공유한 뒤 뉴스를 내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8명의 기자들이 역사적 현장을 취재하고 난 뒤 뒷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까.

지난 9일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을 동행 취재한 미국 국무부 출입 풀 취재 기자단 2명은 취재수첩 형식으로 방북 뒷얘기를 상세히 전한 바 있다.

워싱트포스트 캐럴 모렐로 기자와 AP통신 메슈 리 기자는 사전 설명 없이 일회용 여행 금지국 방문허가 도장이 찍힌 새로운 여권을 받아두라는 지침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밖에 방북 취재에 대한 함구령이 떨어진 사실, 북측 미국인 억류자 석방 의제가 협상에 포함된 걸 뒤늦게 인지한 사실, 평양 고려호텔에서 대기하며 느꼈던 단상, 환영 오찬 메뉴, 트럼프 대통령이 억류자들을 맞이한 장면 등을 흥미롭게 풀어썼고, ‘007 작전’과 같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의 경우 취재 뒷이야기마저도 자유롭게 쓸 수 없다.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이 끝나고 난 뒤 왜 정상회담 현장 근접 취재를 했던 기자들의 취재후일담을 볼 수 없을까라고 생각하면 쉽게 답이 나온다.

당시 청와대 출입 기자단은 “남북정상회담 종료 후 기자협회보에서 취재 후기 관련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다”고 공지했다. 그러면서 “당초 풀 기자는 후기 작성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어 기자협회보 인터뷰 요청에 응할지 여부를 간사단과 협의했다”며 “그 결과 기존 취지를 살려 기자협회보 인터뷰에 응하지 않기로 결정됐다. 이에 이번 결정을 준용해 기자협회보는 물론 그 외 각종 협회보나 사보 등의 인터뷰에도 응하지 않은 것으로 정리”했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풀 기자로 참여한 한 매체 기자가 라디오에 출연해 후기 형식으로 취재 뒷이야기를 전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한 청와대 출입기자는 “코리아풀 적용은 국가적 행사의 중요성이 있고 풀 취재 내용을 공유하다는 차원에서 엄격히 관리되는 게 맞지만 현실적이지 않은 부분은 개선돼야 한다”며 “풍계리 취재나 정상회담 뒷이야기 등은 언론의 속성으로 보면 자유롭게 취재한 내용을 내보는 게 독자들을 위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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