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신문이 22일 석가탄신일임에도 관련 프로그램 편성이 없다고 MBC를 거세게 비난했지만 실은 조계종이 MBC 취재와 촬영에 응하지 않겠다는 공문을 보냈고 취재 거부에 따라 MBC가 프로그램을 대체한 것으로 확인됐다.
불교신문은 22일 오후 “MBC에는 부처님오신날이 없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공영방송 MBC PD수첩이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종단과 관련한 의혹 제기 수준의 내용을 방영해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MBC가 올해 부처님오신날 특집 프로그램을 일체 편성하지 않아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KBS는 이날 오전부터 서울 조계사에서 봉행되는 봉축법요식 실황을 60분간 생중계하고 특집 프로그램도 대거 선보이는 데 왜 MBC는 편성하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이 매체는 “최근 MBC가 PD수첩을 통해 종단에 대한 무분별한 의혹을 제기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내보낸 것도 모자라 올해 봉축법요식까지 외면해 MBC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높아질 전망”이라며 “또한 이번 부처님오신날을 철저히 무시하는 MBC의 태도는 PD수첩 방영 당시 불교와 종단에 대한 폄훼가 아니라는 주장과 정면 배치되는 행태라는 점에서, 최승호 MBC 사장을 중심으로 불교 폄훼에 나서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지난 17일 오후 MBC 편성표를 보면, 22일 오전 9시55분부터 1시간 동안 ‘중계방송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 편성이 잡혀 있었다.
박건식 PD수첩 팩트체크팀장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종계종 측이) 18일에는 편성에 따로 연락해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 중계를 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며 “MBC 편성 담당자들은 대체 편성을 마련하느라 한바탕 소동을 겪었다”고 밝혔다.
박 팀장은 “불교신문은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몰랐더라도 조계종과 MBC에 대한 취재를 통해 이런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MBC 회사 쪽 관계자도 2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종단 행사를 취재·중계하지 못했던 까닭은 주최 측이 허락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일 MBC PD수첩은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을 둘러싼 은처자 의혹 등을 보도했다. 방송 전 조계종은 법원에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방송 후에는 종단 관계자들이 MBC를 항의 방문했다. PD수첩 보도 이후 MBC와 조계종은 불편한 관계에 있다.
미디어오늘은 해당 기사를 쓴 매체 기자에게 연락했으나 그는 박 팀장의 문제 제기에 대한 전후 사실 관계를 따져보겠다면서도 이 사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