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정 중단됐던 남북 방송교류 사업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가장 주목받는 매체는 위성방송 KT스카이라이프다. KT스카이라이프는 재허가 때 ‘통일 방송 의무’를 부여받은 특수한 사업자다. 산간지역이 많고 방송 장비가 열악한 북한에는 지상파 방송 난시청이 심각해 위성방송이 필요하다. 북한은 태국의 위성 타이콤으로 방송을 송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화질이 떨어지고 대형 안테나를 설치해야 해서 일반 가구의 활용도가 낮다. 반면 KT스카이라이프가 운영하는 무궁화 위성은 북한 전역에 HD 방송을 안정적으로 서비스 할 수 있다.

KT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남북관계 경색 전에는 금강산과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남측 직원들이 방송을 보도록 위성방송을 설치했다. 독일 월드컵 영상을 북한에 전달하기도 했다. 스카이라이프는 통일시대를 대비한 방송이라서 남북관계 진전에 따라 다양한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북한 다채널 위성방송 송수신 환경구축안 화면. 이해를 돕기 위해 제작된 화면이다.
▲ 북한 다채널 위성방송 송수신 환경구축안 화면. 이해를 돕기 위해 제작된 화면이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는 지난 19일 부산 경성대에서 열린 한국언론학회 학술대회 KT스카이라이프 후원세션에서 KT스카이라이프의 ‘북한 다채널 위성방송 송수신 환경구축안’을 소개했다. KT스카이라이프는 위성으로 북한의 지상파 방송을 내보내고 장기로는 한반도 비전과 통일을 다루는 ‘한반도채널’이나 ‘스포츠채널’ ‘어린이교육채널’ ‘자연다큐채널’ ‘문화예술채널’ 등 남북교류 채널을 단계로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이뤄졌던 프로그램 공동제작을 비롯한 남북 방송교류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 지상파 3사는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남북교류 전담 조직을 꾸리고 프로그램 공동제작, 현지 취재, 스포츠 경기 중계 지원 등의 활동을 활발하게 해왔다. 1999~2005년까지 7년간 지상파 3사는 8차례의 방북공연을 진행했다.

KBS는 고대영 사장 때 폐지된 남북교류협력단을 2년 만에 부활시켰다. 박찬욱 KBS 남북교류협력단장은 “2002년 KBS에서 가장 먼저 남북교류협력 조직이 생겼고, ‘사육신’ 드라마를 공동제작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이명박 정부 이후 교류가 단절돼 사업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고대영 사장 때는 조직이 사라졌다가 새 사장 부임 뒤 다시 조직이 갖춰졌다. 앞으로 할 일이 많다”고 했다.

▲ 4월27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측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남측으로 넘어오고 있다. 사진=한국공동사진취재단
▲ 4월27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측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남측으로 넘어오고 있다. 사진=한국공동사진취재단

MBC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축소한 남북교류조직을 지난해 확대 개편해 추진단이 꾸려졌다. 김현경 MBC 통일방송추진단장은 “최근 MBC에서 북한 태권도 공연단이 공연을 했고, ‘봄이 온다’ 평양공연에서 MBC가 중계 주관 방송사를 맡아 추진단과 예능국이 협업해 북한에 다녀왔다. 정상회담 등 주요당국 이벤트가 끝나면 민간교류가 활성화될 걸로 보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는 통일언론연구소 설립추진단을 만들고 기자 파견을 추진하고 있다. 정일용 평양지국 준비위원장은 “평양지국은 연합뉴스로선 오래 전부터 추진했던 사안”이라며 “과거 어느 때보다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찬욱 협력단장도 “지속적인 교류 협력을 위해서는 북한에 상설지국을 설치하는 과제가 있다”면서 상설지국 설립 필요성을 강조했다.

심영섭 교수는 “앞서 통일을 한 독일은 한국과 환경이 다르지만 통일 과정에 미디어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다 크다”면서 “프로그램 교류를 통해 이질감을 줄일 수 있고, 지금까지는 간접 경로로 북한에 대한 왜곡된 보도가 나왔는데 직접 정보를 접하면 오해가 줄고 관계를 개선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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