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배 청와대 대통령 제1부속비서관이 드루킹을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에게 소개시켜주고, 경제적 공진화를 위한 모임(경공모) 인사를 4차례 만난 것에 대해 청와대가 ‘내사종결’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1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보고를 받고 국민들에게 있는 그대로 설명을 하라, 말씀을 주셨다”며 관련 내용을 전했다.

김 대변인은 송인배 비서관이 경공모로부터 받은 사례비와 관련해 “경공모 회원 만남 4차례 가운데 초기 2번에 걸쳐서 한번에 백만 원 씩 2백만 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2016년 경공모 회원이 의원회관 내 커피숍에서 사례비를 주자 송 비서관이 거절했고, 이에 경공모 모임에 정치인을 부르면 소정의 사례를 반드시 지급한다고 해서 받았다고 한다.

청와대는 송 비서관이 불법적인 댓글, 즉 메크로 사용을 인지했는지 여부에 대해 “상의하지 않았고 본 적이 없다고 한다”면서 “좋은 글이 있으면 회원들 사이 공유하고 관심을 가져달라 취지의 말은 한 적은 있다고 한다. (대선 당시)문 후보의 열혈 지지자들을 만나서 일상적이고 통상적인 얘기를 나눈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 지난해 5월15일 문재인 대통령이 거처를 청와대로 옮긴 이후 처음으로 주영훈 경호실장(왼쪽)과 송인배 전 더불어민주당 일정총괄팀장(오른쪽) 등과 함께 여민관 집무실로 걸어서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해 5월15일 문재인 대통령이 거처를 청와대로 옮긴 이후 처음으로 주영훈 경호실장(왼쪽)과 송인배 전 더불어민주당 일정총괄팀장(오른쪽) 등과 함께 여민관 집무실로 걸어서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송인배 비서관이 민정수석실에 관련 사안을 보고하고 조사 받은 과정도 해명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김경수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어서 (드루킹과의)관계를 공개한 게 4월11일이었다”며 “송인배 비서관이 그걸 보고 왜 지지자가 저렇게 됐을까, 마음이 바뀌었을까 안타깝게 생각하다가 보도가 확산된 걸 보고, 조금이라도 연계돼 있다면 미리 알려주는 게 좋겠구나 자진해서 민정 쪽에 알리고 성실히 조사를 받았다. 조사는 두 차례 걸쳐서 이뤄졌다. 4월20일과 26일 대면 조사를 했고, 이건 관련해서 청와대에서 추가 조사한 건 없다”고 말했다.

민정수석실은 송인배 비서관의 보고를 받고 “일단 대선 시기에 도움이 된다면 당시 어느 쪽 캠프 누구라도 만나는 게 통상적인 활동이다. 그 활동의 하나로 송인배 실장이 그런 활동을 한 것이고 김경수 전 의원을 만나게 한 것도 그런 판단은 일환”이라고 봤다고 한다.

임종석 실장은 민정수석실의 조사 내용을 보고 받아 ‘내사 종결’ 수준이라고 판단해 대통령에게 보고할 필요가 없었다고 판단했다는 것. 김의겸 대변인은 이렇게 전했다.

앞서 한 언론은 송 비서관과 경공모 회원들이 2016년 6월 총선 직후 국회, 같은 해 11월 느릅나무 출판사 구내식당, 2016년 12월과 지난해 2월 송 비서관 자택 인근 호프집에서 만났고 ‘사례비’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청와대는 이 같은 사실을 민정수석실에서 파악하고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은 이유를 통상적인 지지자들과 만남이었고, 불법 댓글 문제와 연관돼 있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우선 송 비서관이 경공모 회원들의 제안에 응해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연결시켜준 것은 사실로 드러났다. 현재 불법 댓글 혐의로 구속 수감된 드루킹과 김경수 후보가 관계를 맺은 경위는 의혹의 핵심일 수 있다. 메크로 사용 등 불법 댓글 인지 여부도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비서관이 과거 직접 드루킹과 접촉한 사실을 파악해놓고 부담을 느껴 조사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고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가능하다.

부실수사라는 비난여론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송인배 비서관이 경공모와 4차례 접촉한 걸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둘 사이 만남을 몰랐다는 건 김경수 후보가 드루킹과 접촉한 계기도 몰랐다는 뜻이 된다.

청와대는 송 비서관이 받은 돈의 성격도 “정치인들이 모임을 가질 때 간담회 사례비로 통상적인이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당시 송 비서관이 공직에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20대 총선에서 떨어지고 난 뒤 2017년 2월부터 문재인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일정 담당 비서를 맡았고, 정부 출범 이후엔 비서관이 됐다.

송인배 비서관이 드루킹과 주고 받은 문자나 기사 링크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 “정세 분석과 관련한 글이나 드루킹의 블로그 글을 읽어보라고 몇 차례 전달했다고 한다”고 했지만 상대 측 사실관계를 확인한 내용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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