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지난 2월 사내 성폭력 관련 감사에 착수한 가운데 성폭력 피해자가 명예훼손 소송을 당했다는 이유로 감사가 중단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앞서 KBS 백아무개 기자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한 A씨는 21일 미디어오늘에 “KBS 감사실에 연락해보니 백 기자가 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기 때문에 감사가 중단됐다고 했다”고 전했다.

A씨는 지난 2월 SNS로 본인을 2011~2013년 KBS 보도국에서 일했던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2012년 6월15일 1박2일 부서 MT에서 당시 팀장이었던 백 기자에게 강제로 추행당했다고 밝혔다. 이후 A씨는 KBS 내부에서 2차 피해도 겪었다고 주장했다.

▲ 서울 여의도 KBS 사옥.
▲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언론이 A씨 폭로를 보도한 뒤 KBS는 “이미 감사에 착수했다”며 “피해 사실 뿐만 아니라 일부 직원들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2차 피해가 있었는지도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 기자는 지난 3월 A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KBS는 21일 미디어오늘에 “감사 ‘보류’나 ‘중단’은 아니다. 신중하게 판단하고 있고 조사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뚜렷한 증거 없이 관련자들 진술에만 의존해왔기에 소송에서 드러나는 상황들을 종합으로 고려하겠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KBS 관계자는 이 같은 내용을 전하며 ‘신중한 판단’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반면 A씨는 “나는 양승동 사장 취임 전에 이 일을 공론화했고, KBS 감사실도 감사보고서 작성을 앞두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일이 만약 대법원까지 간다면 백 기자는 소송으로 충분히 끌면서 정년 퇴임 때까지 소송을 핑계로 회사의 감사를 미룰 수도 있다”며 우려했다.

A씨는 “백 기자의 명예훼손 소송은 이 사건이 공론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고, 감사는 강제추행이라는 KBS 직원의 비위행위에 대한 것으로 소송과 감사의 연관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으나 (KBS 측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은 백 기자의 입장을 들어보려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