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뉴스를 진행하고 콘텐츠를 제작하고 편집도 하는 시대가 왔다. 국내 방송사는 고민에 빠졌다.

이창훈 MBC 매체전략국 부장은 19일 오후 부산 경성대에서 열린 한국언론학회 학술대회에서 ‘레거시 미디어와 AI의 도전’을 주제로 미디어의 인공지능 기술 응용 사례를 소개하며 방송사의 고민을 공유했다.

지난 3월 일본 NHK가 인공지능 아나운서를 뉴스에 적용해 주목을 받았다. NHK 방송기술연구소가 로봇실황중계 기술을 바탕으로 제작한 인공지능 아나운서 ‘뉴스 요미코’는 뉴스체크11에 출연해 사람 아나운서와 대화하고 뉴스 아이템을 소개한다. 

▲ NHK의 인공지능 아나운서 캐릭터 요미코. 사진=NHK 홈페이지.
▲ NHK의 인공지능 아나운서 캐릭터 요미코. 사진=NHK 홈페이지.

일본의 지역 라디오 방송사 FM와카야마에서도 인공지능 아나운서가 뉴스를 진행한다. FM와카야마는 아마존의 음성변환 인공지능인 ‘폴리’를 적용해 뉴스 진행한다. 자연재해가 많은 일본의 특성상 언제든 자연재해 뉴스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인공지능이 대본을 쓰고 콘텐츠를 제작할 수도 있다. 2016년 영화감독 오스카 샤프와 인공지능 연구자 로스 굿윈이 공동으로 개발한 인공지능 시나리오 작가 벤자민이 시나리오를 쓴 단편 영화 선스프링이 제작된 사례가 있다. 일본에서는 단편 공상과학문학상 심사에서 인공지능이 쓴 소설이 1차 심사를 통과했다. 최근 국내에서는 KT가 인공지능 소설 공모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동영상 편집에도 인공지능이 활용되기 시작했다. IBM의 인공지능 왓슨은 100여편의 공포영화 예고편을 학습해 영화 모건의 예고편을 제작했다. 방송을 3~5분 단위로 잘라 유통하는 클립 영상 서비스에도 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되고 있다. 왓슨은 US오픈테니스대회 영상에서 선수의 움직임, 군중의 환호, 표정 등을 분석해 경기의 주요 장면을 편집해 인터넷에 올렸다.

▲ 인공지능 시나리오 작가 벤자민이 시나리오를 쓴 단편영화 '선스프링'
▲ 인공지능 시나리오 작가 벤자민이 시나리오를 쓴 단편영화 '선스프링'

국내는 어떨까. 이창훈 부장은 “인공지능이 활용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MBC가 지난 대선 때 당선확률 예측 시스템에 인공지능을 일부 적용했고, SBS가 서울대 연구팀과 함께 인공지능으로 개표율을 분석해 기사를 작성한 정도”라고 말했다.

인공지능 시대를 앞두고 방송사는 고민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데이터와 기술력 부족이다. 이창훈 부장은 “좋은 데이터가 있어야 이를 학습시키고 고도화하는데, 방송사는 이용자 데이터가 없어 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패널로 참석한 김영수 KNN 미래전략실 차장은 “지역방송은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역량이 되지 않고, 조직 내에서도 여전히 기술투자보다 ‘콘텐츠 제작’이 더 중요하다는 주류 패러다임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제작과 편집에서 인공지능 기술 활용도가 낮다는 문제도 있다. 이창훈 부장은 인공지능이 제작한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높지 않고 왓슨이 편집한 클립영상의 품질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기술적 가능성이 있지만 창의적인 면에서는 인공지능을 적용하기 쉽지 않다. 인공지능이 왜 창작을 해야 하는지도 이유를 알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는 인공지능이 제작을 주도하기보다는 보조 역할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한다. 김영수 차장은 “지상파 전체가 효율성이 부족한 구조다. 인공지능을 보조 역할로 하고, 사람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심층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발전시킬때 4차산업혁명에 방송사가 대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인공지능 기술이 취재를 보조할 수 있다. 이창훈 부장은 “데이터 저널리즘의 현실은 막노동”이라며 “방대한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분류하고 분석한다면 유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방송사 데이터 아카이빙에도 응용할 수 있다. 방송사가 방송분을 테이프, 파일로만 보관해오는 상황에서 최근 방송에 등장하는 인물, 장소, 내용 등을 데이터로 기록하고 이를 토대로 다양한 영역에 활용하는 가능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아카이빙을 수작업이 아닌 인공지능이 대신하면 방대한 작업을 손 쉽게 할 수 있다.

인공지능 기술이 가져올 역효과도 생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술격차 심화에 따른 글로벌 기술기업 종속 가능성 △딥페이크 기술 발전에 따른 방송 신뢰도 감소 △일자리 감소 △인공지능이 제작한 콘텐츠의 저작권 문제 등이 언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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