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은 창간 23주년과 문재인 정부 1년을 맞아 국회 교섭단체 4곳 의원들에게 문재인 정부 1년 동안 과연 언론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물었다. 각 당이 처한 정치적 상황에 따라 현 정부의 ‘언론적폐’ 청산 개혁을 바라보는 시각은 달랐지만, 바뀐 정부에선 언론 정책 등 제도뿐만 아니라 여론 환경도 더욱 공정하고 정의로워야 한다는 데엔 입을 모았다. 권력, 독자와의 역학 관계 속에서 언론을 어떻게 바로 세울 수 있을지 해법도 들어봤다. -편집자 주


“문재인 정권이 언론장악을 시도할 것 같진 않다. 외려 문제는 친문 행동주의(activism)다. 문 대통령이 조직적인 여론 조작을 부추긴 면이 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문재인 정권과 여당이 지난 보수정권 때처럼 방송장악을 할 것이라는 당 지도부와 생각이 다르다. 다만 그가 우려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정부를 비판하는 진보 매체들까지도 친문 지지자들로부터 혹독한 비난을 받으며 휘둘리는 풍경이다.

하 의원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조선·중앙·동아 등 보수 매체는 적폐언론으로, 한겨레·경향·오마이 등 진보 매체는 준 적폐언론으로 취급하는 여론의 분위기는 언론에 대한 ‘신(新)색깔론’이라고 주장했다. 자기 진영이 믿고 싶은 사실만 받아들이면 균형 있는 공론 형성이 안 되고 파당밖에 생기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하 의원은 “언론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부정적인 기사를 쓰면 그 언론을 향한 집단적 비판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며 “국민이 사법부를 너무 심하게 공격하면 압력을 느끼고 양심적 판결을 못 하듯이 기자들이 양심적으로 기사 쓸 수 있는 환경을 권력도 독립성을 보장해 줘야 하지만 국민도 협조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문재인 정부 1년 언론을 총평한다면.

“문재인 정권 언론장악을 시도할 것 같진 않다. 문제는 국민들의 자발적인 친문 행동주의(activism)다. 언론에서 문 대통령에게 부정적인 기사를 쓰면 거기에 대한 집단적 비판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를 언론도 의식하는 거 아니냐. 사법부 요즘 특히 심하다. 재벌에 대해 엄한 판결을 국민이 원하고 구속을 안 시키면 사법부를 향한 공격을 매우 심하게 한다. 물론 사법부도 그런 공격을 이겨내야 하는데 국민이 마음에 안 든다고 사법부를 너무 심하게 공격하면 압력을 느끼고 양심적 판결을 못 한다. 언론도 비슷하다고 본다. 기자들이 양심적으로 기사 쓸 수 있는 환경을 권력도 만들어 줘야 하지만 국민도 협조할 필요가 있다. 국민이 자발적으로 비판할 수는 있으나 좌표를 정해 조직적으로 언론을 공격하는 것은 좀 자제하는 성숙한 사회 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의 언론 정책에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제도적으로는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은 민주당이 야당일 때 약속한 건데 여당일 때 지키는 자세가 필요하다. 야당일 때 목소리가 여당이 돼 달라진 게 소모적인 정치의 한 원인이라고 본다. 또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 때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좀 담담하게 생각하라고’ 답변했다. 그런데 그게 조작된 여론일 수 있다. 이번 드루킹 사건을 통해 확인된 것처럼 허위의 ID를 가지고 조작한 여론일 수 있어 문 대통령이 그때 이를 알고 있었다면 그렇게 답변 안 했을 거다. 거기다 매크로를 동원한 공격도 있고 문자 폭탄도 똑같은 내용으로 조직적으로 할 수 있어 이런 조직적인 공격을 문 대통령의 당시 발언이 부추긴 면이 있다. 이 정부가 대중의 여론도 조작될 수 있다는 면을 간과했다. 특히 오는 지방선거 앞두고 있어 더더욱 청와대나 민주당이 조작된 대중 여론에 엄격히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는데 지금 (드루킹) 특검 문제를 보면 엄격히 대처할 의지가 없는 것 같다.”

지난 1월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모습. 사진=청와대
지난 1월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모습. 사진=청와대
-지난 정부와 비교해 언론의 정치 보도는 달라진 게 있다고 보나.

“사실 ‘적폐’라는 건 정치적 용어지 저널리즘의 용어는 아니다. 그런데 기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사실(fact)을 전달함에도 ‘이건 적폐 옹호 기사’라는 식으로 분류되는 분위기가 있다. 예를 들면 조선·중앙·동아 자체가 적폐 언론이 돼서 사실을 얘기해도 사실로 안 믿는 대중적 분위기가 있다. 게다가 한겨레·경향·오마이 등 소위 좌파 진영을 대변하는 매체에서도 현 정권에 비판적인 기사는 준 적폐로 취급받는다. 언론 자체에 대한 ‘신(新)색깔론’이다. 적폐 언론이라는 신색깔론으로 사실을 사실 그대로 안 보고 색깔을 씌워서 보는 부정적 현상이 많이 퍼지고 있는 것 같다. 시민의식 함양은 사실을 사실로 인정하는 훈련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공론 형성이 가능하지 자기가 믿는 사실만 받아들이면 공론 형성이 안 되고 당론이나 파당밖에 안 생긴다. 예를 들어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맞는 얘기를 해도 타당하지 않다고 잘 안 받아들이는 게 있다. 한국당이 얘기하면 무조건 틀리고, 민주당이 얘기하면 무조건 맞다는 식이다. 한국당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좀 더 성숙했으면 좋겠다.”

-실제로 보수정당이 언론 보도 때문에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보나.

“언론 환경이 많이 변한 게 기관 언론도 있지만 페이스북이나 팟캐스트 등 시민 뉴미디어 환경이 친문 쪽으로 넘어갔다. 국민이 많이 보는 유튜브만 하더라도 영상 제목들이 완전히 친문(재인)반한(국당) 일색이다. 인터뷰 내용을 보면 (보수 쪽에서) 타당한 얘기를 해도 제목은 부정적으로 인식되게끔 쓰여 있다. 뉴미디어가 특히 기울어진 운동장이 심하다. 미디어 환경이 바뀌고 보수 쪽 시민단체나 NGO도 다 죽었다. 물론 지난 정부에서 ‘화이트 리스트’를 만들어 잘못한 면도 있고 인과응보 측면도 있는데 너무 일방적으로 기울어지면 한쪽으로 폭주할 수 있어 그런 점이 걱정이다. 좌파 진영 내에서도 균형을 잡는 노력 필요하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갈 수 있다. 미투(MeToo)가 있기 전에도 안희정 전 지사가 민주당이나 문 대통령 비판적인 얘기를 하면 그 안에서도 엄청나게 공격을 당했다. 그렇게 내부에서 쓴 소리 내는 사람조차도 숨쉬기 힘든 환경을 만들고 있다. 좌파 진영이 너무 과열돼 있는 것 같다.”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 장면이 생중계된 일산 킨텍스의 모습.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 선언문을 교환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 장면이 생중계된 일산 킨텍스의 모습.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 선언문을 교환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 언론 보도를 보면서 아쉬웠던 점은 없었나.

“역사적 회담이었고 북한 김정은이 어떤 지도자인지 누구나 궁금했기 때문에 언론이 그런 국민의 관심과 수요에 부응한 면이 있어 그 자체는 크게 문제 삼을 건 없다. 다만 아쉬운 건 북한은 언론의 자유 없는데 우리 언론이 그 문제에 대해 앞으로도 많이 다뤘으면 좋겠다. 지금은 비핵화 이슈 맞춰져 있지만 북미 정상회담이 끝나고 비핵화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우리 언론이 북한의 언론 자유 억압 문제에도 목소리 내야 한다. 북한 억류자 문제 있어서도 미국이 북한 억류자를 데려오는 건 당연한 거고, 한국인 억류자 6~7명을 데려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 일부에서는 비핵화 논의에 방해된다고 하는데 이건 이중 기준 아니냐. 그런 문제에서 북미정상회담까진 봐줄 수 있지만 그 이후부터는 언론이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

-그동안 우리 언론은 북한과 관련해 사실 확인이 어려운 추측성 보도도 많았다. 앞으로는 달라질 수 있을 거라고 보나.

“과거에 국내 언론이 북한 문제에 대한 취재를 거저먹으려 한 게 아니냐. 북한을 취재하려는 노력이나 투자는 별로 안 하고 기사만 자극적으로 쓰려고 했다. 북한 담당 기자가 한 명만 있거나 다른 출입처와 겸직하다 보니 기사는 써야겠고, 북한 취재 자체가 너무 어려우니까 좀 대충대충 기사를 써서 가짜뉴스도 많았다. 그런 가짜뉴스를 써도 북한이나 국정원 등 아무도 사실 확인을 안 해줘서 가짜뉴스인지 입증도 안 됐다. 이제 환경이 달라지고 가짜뉴스를 쓰면 확인될 수 있어서 더 치열하고 엄격하게 취재해야 한다. 언론이 북한 취재를 위한 투자를 늘리고 평양뿐만 아니 다른 지역도 취재를 허용해 줄 것을 북한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고 본다. 언론이 김정은이랑 싸워야 북한이 점점 정상국가로 되는 거다. 북한의 변화가 한국에도 중요하고 한국도 북한의 변화를 알아야 미리 뭘 도와주고 같이 할지 준비할 수 있다. 일단 평양부터 언론이 취재할 수 있는 지역을 점차 넓혀나가야 한다. 광주 5·18 때도 외신이 감시하는 것만으로도 국내 민주화에 많이 기여했다. 김정은은 언론에 신경을 많이 쓴다. 언론이 목소리 내면 북한의 변화가 촉진될 거다.”

-언론비평지 미디어오늘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정당보다 언론이 권력을 견제하는 균형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미디어오늘이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그랬듯이 문재인 정부 때도 똑같이 살아있는 권력을 견제하는 데 앞장섰으면. 늘 한결 같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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