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men March For Justice’팀 등 익명의 여성들이 공동주최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가 19일 낮 3시께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인근에서 열렸다. 1만2천여 여성들이 참가해 “여성유죄 남성무죄 성차별 수사 중단하라” 구호를 외쳤다.

주최 측은 2천 명, 경찰은 1천 명 참가를 예상했으나 집회가 시작된 지 1시간30분 만에 참가 인원이 만 명을 넘었다. 집회 시작 3시간 뒤에도 참가자가 계속 늘어 경찰은 폴리스 라인을 4번이나 재조정했다.

▲ ‘Women March For Justice’ 팀 등 익명의 여성들이 공동으로 주최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가 19일 오전 3시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인근에서 열렸다. 사진=손가영 기자
▲ ‘Women March For Justice’ 팀 등 익명의 여성들이 공동으로 주최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가 19일 오전 3시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인근에서 열렸다. 사진=손가영 기자
▲ ‘Women March For Justice’ 팀 등 익명의 여성들이 공동으로 주최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가 19일 오전 3시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인근에서 열렸다. 사진=손가영 기자
▲ ‘Women March For Justice’ 팀 등 익명의 여성들이 공동으로 주최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가 19일 오전 3시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인근에서 열렸다. 사진=손가영 기자

집회는 ‘홍대 누드모델 남성 몰카 유출 사건’을 계기로 긴급히 준비됐다. 주최 측은 집회 취지를 “사법불평등과 편파수사를 규탄하고 공정수사를 촉구하기 위해서”이자 “몰카 촬영과 유출 및 소비에 대한 해결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집회는 경찰 보호를 받으면서 진행됐다. 주최 측은 염산테러 등 여성 집회 참가자들에게 물리적 폭력이 우려돼 경찰에 보호를 요청했다. 경찰은 집회 공간 사방에 폴리스라인을 1~2중으로 설치해 자유이동을 막았다.

한 곳으로 통제된 집회장 입구에선 경찰과 주최 측이 성별 확인 후 입장을 허가했다. 앞서 주최 측은 “본 시위는 생물학적 여성만 시위참여 가능하다”고 공지했다. 입장하지 못한 남성 취재진들은 폴리스라인 뒤편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이들은 집회 도중 미리 준비한 30개 구호를 연이어 외쳤다. 참가자들은 “여성유죄 남성무죄 성차별 수사 중단하라” “백팔십명 몰카찍고 기소유예 웬말이냐” “범죄자 미래따위 관심없다 관심없다”고 외쳤다.

참가자들은 “여자도 마음놓고 용변보고 살고 싶다”고 외쳤다. 30개 구호 중엔 몰래카메라 등 불법 촬영 규탄도 포함됐다. 이들은 “서양에선 중대범죄 한국에선 야동장르” “여자도 마음놓고 창문열고 살고싶다” “국산야동 말이되냐 소비한놈 잡아가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오후 3시로 예정한 집회는 30분 늦게 시작했다. 집회 참가자가 예상인원을 훌쩍 넘어 주최 측과 경찰 모두 집회 관리 계획을 재정비했다. 인도로 국한했던 집회장소는 오후 2시50분 도로 1차선까지 확대됐고 20분 후 3차선까지 확대돼 오후 4시 전 4차선 도로를 완전히 채웠다.

가로 4차선, 세로 180여 미터가 집회 참가자들로 가득 찼다. 오후 6시30분 기준 집회 참가자는 1만2천 명(경찰 및 주최 측 추산)을 넘었다. 주최 측은 2천 여명을 집회 참가자로 신고했다.

▲ 집회 참가자들이 집행유예를 받은 성범죄자 기사 헤드라인을 찢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 집회 참가자들이 집행유예를 받은 성범죄자 기사 헤드라인을 찢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 공중화장실에 뚫린 '몰카 구멍'. 사진=‘Women March For Justice’ 보도팀 보도자료
▲ 공중화장실에 뚫린 '몰카 구멍'. 사진=‘Women March For Justice’ 보도팀 보도자료

홍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에 “경찰·언론의 능력, 우리는 몰랐다”

“200명 몰카 촬영 교사 집행유예. ‘채팅녀’ 성관계 영상 유포한 40대 남성 집행유예. 세입자 집에 몰카 설치한 소방관 집행유예. 간호사 알몸 몰카 촬영한 의사 집행유예. 여성 57명 393차례 몰카찍은 20대 남성 집행유예. …(중략)… 여성 183명 몰카 찍은 의학전문대학원생 재판조차 안넘겼다.”

이들은 첫 번째 퍼포먼스로 성범죄 기사 헤드라인를 출력한 종이를 찢었다. 모두 불법 촬영 성범죄자에게 집행유예나 기소유예를 보도한 기사였다.

두 번째 퍼포먼스는 법전에 색깔 물감 던지기였다. 사회자는 “사법부는 수사, 판결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라지만 그렇지 않다. 여성에게 불공정하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경찰을 상징하는 포돌이 인형탈을 부수는 퍼포먼스도 준비했다.

▲ 집회 참가자가 법전이 출력된 판넬을 향해 사법부를 향한 규탄의 의미로 색깔 물감을 던지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 집회 참가자가 법전이 출력된 판넬을 향해 사법부를 향한 규탄의 의미로 색깔 물감을 던지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 한 집회 참가자가 착용한 햇빛 가리개에 '동일범죄 동일처벌' 구호가 적혀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 한 집회 참가자가 착용한 햇빛 가리개에 '동일범죄 동일처벌' 구호가 적혀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이들은 성명에서 “이전까지 경찰은 여성이 피해자였던 불법 촬영 사건들에는 ‘이런 거 못 잡아요’, ‘해외 사이트라서 검거가 어려워요’, '본인 맞아요? 본인 아닌 것 같은데 본인인거 증명할 수 있어요?‘ 등 수사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여왔으며, 심지어 모든 증거를 수집하고 가해자를 특정해가며 불법촬영물 헤비업로더를 고발할 때에도 '사소한 것 말고 묵직한 것 위주로만 가져오세요'라며 수사의지가 있기는 한지 의심스러운 태도로 여성의 피해를 외면해왔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그런데, 이런 경찰이 남자가 피해자가 되자 갑자기 증거수집을 위해 한강을 뒤지고 2차 가해 사례를 수집하며 피해자의 정신건강을 걱정하는 등 정상적인 경찰의 면모를 보여주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언론 규탄도 나왔다. 이들은 “언론은 여성이 피해자인 성범죄에 언제나 선정적 기사 제목을 달아 클릭을 유도하기보다는, 사건이 얼마나 심각한지 피해자가 얼마나 부당한 피해를 입었는지, 이전까지 여성들이 그토록 요구해왔던 논조의 기사들을 쏟아냈다”면서 “우리는 몰랐다.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게 초점을 맞춘 기사 제목을 '진짜로' 쓸 수 있다는 것을”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국가는 사법에서의 여남차별을 즉시 시정하라. 즉각 피해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 남성 범죄자를 여성 범죄자에게 그랬던 것처럼 수사하고, 처벌하라. 우리 여성들은 여성의 피해를 해일 앞의 조개 취급하는 모든 남성 중심적 권력에 분노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불법촬영범죄로 검거된 1만6201명 중 98%는 남성이고 피해자 2만6천여 명 중 84%는 여성이다. 집회 주최 측은 “홍대 누드모델 남성 몰카 유출 사건 관련 기사는 1136건에 달했지만 183명 여성의 치마 속을 불법 촬영한 의학전문대학원생 사건 기사는 고작 25건밖에 안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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